고삐 풀리는 '묻지마 소송'..中企 덮친다

한우람,박인혜,정희영 2020. 11. 20. 18: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집단소송 도입땐 기업들 징벌적 손배에 무방비
소송前 증거조사 부담 크고 영업비밀 유출 우려

◆ 기업징벌 3법 쓰나미 ② ◆

"기업징벌3법의 근간인 집단소송법에는 소송 전 증거조사 제도가 포함돼 있다. 미국의 경우 사실 관계의 옳고 그름을 다투기 이전에 증거 조사 과정에서 힘을 다 쏟는다는 문제점이 지적된 제도다. 집단소송에서 이기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 이가 소송 대상 기업에 증거를 내놓으란 것인데 기업 입장에선 영업비밀 유출 우려 등도 고려해야 해 부담이 너무 커진다. 소송 기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결국 로펌만 돈을 더 벌어가는 구조다." 정부와 정치권이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기업징벌3법(중대재해기업처벌법·집단소송법·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해 20일 국내 한 로펌 변호사가 고백한 얘기다.

이들 법안이 통과되면 집단소송 문턱이 크게 낮아지며 '블랙컨슈머'들도 큰 부담 없이 소송을 낼 수 있게 된 반면 기업이 증거개시절차 등에 써야 하는 비용은 크게 늘어나게 돼 중소기업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결국 이날 법무부는 집단소송법 등에 대한 공청회를 열겠다고 밝히며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잘못을 저지른 기업에 대해 금전적 책임을 묻고, 피해를 입었지만 소극적 태도로 배상을 받지 못한 소비자를 구제해야 한다는 '정의'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하지만 법안 도입 이후에도 여전히 벌금형 같은 형사처벌과 과징금, 영업정지 같은 행정제재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것은 문제다.

회사가 소비자에게 배상하기 전에 막대한 소송비용으로 자금을 소모하고 벌금과 과징금으로 그나마 있던 돈도 날리는데 영업정지마저 맞으면 배상금을 마련할 길이 없다. 재계가 기업징벌3법에 대해 반발에 나선 이유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영국에서 2007년 법인과실치사법 제정 이후 10년간 26개 기업이 벌금을 부과받았는데 이 중 절반은 불과 수억 원 규모 벌금을 감당하지 못해 폐업했다. 이런 기업에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청구해본들 소용이 없다.

로펌과 정부가 소비자 구제비용을 중간에 빼먹는 구조밖에 안 된다.

한편 대법원은 소위 '3%룰'에 대해 '신중 검토' 입장을 냈다. 대법원은 또 경제3법으로 인한 부작용 완화를 위해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등이 발의한 신주인수선택권 도입 법안, 일명 '포이즌필' 도입에 대해서도 "입법정책적 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일부 완화 혹은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은 경제3법 도입에 대법원의 의견들이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용어 설명>

▷ 포이즌필 : 기업경영권 보호 장치 중 하나로, 적대적 기업 인수 시도가 있을 때 기존 주주가 시가보다 싼 가격에 신주 지분을 매수할 수 있는 권한.

[한우람 기자 / 박인혜 기자 / 정희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