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3억 담배소송' 건보공단 패소..재판부 "癌발병 입증 어려워"
요양기관 보험급여 지출은
건보공단이 감수할 불이익
담배회사 위법행위탓 아냐
흡연외에 개인의 습관·유전
질병원인 가능성 배제 못해
공단 "담배회사 면죄부..항소"
2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홍기찬)는 건보공단이 KT&G, 한국 필립모리스,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BAT)코리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크게 세 가지였다. 각각 △흡연자에게 들어간 보험급여를 담배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지 △담배의 설계·표시상 결함으로 보험급여가 지출됐는지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워 폐암에 걸렸다고 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지다. 재판부는 모든 쟁점에 대해 건보공단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먼저 재판부는 "건보공단이 요양기관에 보험급여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징수하거나 지원받은 자금을 집행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어 "보험급여를 지출해 재산 감소나 불이익을 입었더라도 이는 건보공단이 감수해야 하는 불이익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원고의 보험급여 비용 지출은 피고들의 위법 행위 때문에 발생했다기보다 건강보험 가입에 따른 보험 관계에 의해 지출된 것에 불과해 피고들의 행위와 보험급여 지출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담배회사에 담배의 설계·표시상 결함이 있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담뱃잎을 태워 연기를 흡입하는 것은 담배의 본질적 특성이고, 담배소비자는 니코틴의 약리 효과를 의도해 흡연을 하는데 니코틴을 제거하면 이러한 효과를 얻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니코틴이나 타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더라도 이를 채용하지 않은 것 자체를 설계상 결함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경고문구는 담뱃갑에 표시돼 있고, 흡연을 시작하고 유지하는 것은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문제"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도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정도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먼저 "이 사건 질병이 개개인의 습관과 유전, 직업적 특성 등 흡연 이외에 발병할 가능성을 제외할 수 없어 원인과 결과가 명확히 대응하는 질환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흡연 외 다른 위험인자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해야 하나, 건보공단이 제출한 증거에 따르면 사건 대상자들이 20년 넘게 한 갑 이상을 흡연한 경력을 갖고 있고, 질병을 진단받았다는 사실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6년에 걸친 '담배 소송'의 1심은 마무리됐으나 양측은 향후에도 법정 다툼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건보공단은 선고 이후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판결은 ) 담배회사들에 또 한 번의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이번 소송에서 보건의료전문가들과 관련 단체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방대한 증거자료들이 법원에 제출됐음에도, 기존 대법원 판결이 반복됐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향후 판결문의 구체적인 내용을 면밀히 분석한 후에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건보공단은 2014년 4월 흡연 때문에 추가로 부담한 진료비를 물어내라며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533억원 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청구액은 흡연과 인과성이 큰 3개 암(폐암 중 소세포암·편평상피세포암, 후두암 중 편평세포암) 환자 중 20년 동안 하루 한 갑 이상 흡연했고, 기간이 30년을 넘는 이들에 대해 건보공단이 2003~2013년 진료비로 부담한 금액이다.
이에 대해 담배회사 측은 담배 유해성을 인정한다면서도 흡연과 폐암의 개별적 인과관계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를 내세웠다. 또 흡연에 따른 암 발생은 개인 선택의 문제이며, 담배 제조·판매사 책임은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1999년에도 흡연으로 인한 건강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과 그 가족 등 30명이 KT&G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은 15년 만인 2014년 4월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흡연과 암 발병 사이의 개별적인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대법원 판결 취지였다.
이후에도 국내에서 흡연자와 유족 등이 개인이나 집단으로 담배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적이 여러 번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승소하지 못했다.
[정희영 기자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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