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여울의 언어정담] 미운오리새끼의 자기발견
진짜 '나다움'을 받아줄 수 있는
'백조'자리 찾는 도전 중요하지만
미운오리새끼 시절의 나도 소중
모두 끌어안을수 있는 용기 갖길
나는 학자의 자리에서 작가의 자리로 옮겨 오면서, 잃어버린 자존감을 되찾았다. 전에 없었던 따스한 마음,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까지 생겼다. 내게 어울리는 사람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 있을 때 우리는 진짜 자신이 될 수 있다. 나를 꾸미기 위해 혈안이 될 필요도 없고, ‘사랑받지 못하면 어떡하나’하는 두려움에 빠질 필요도 없다. 그만큼 ‘같은 무리들의 사랑을 받는 백조’의 자리를 찾는 것은 인생에서 중요한 모험이며 자기발견이다. ‘여기가 내 자리가 아닌가 보다’라는 소외감에 시달릴 때는, 진정으로 ‘나의 나다움’을 받아줄 수 있는 커뮤니티를 찾는 적극적인 모험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내가 결코 사랑받을 수 없다’는 단정적인 평가는 금물이다. 학자의 자리에서는 사랑받을 수 없고 작가의 자리에서는 사랑받을 수 있다는 생각 또한 ‘오리와 백조’를 구분하는 흑백논리에 갇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학부는 독문과, 대학원은 국문과를 선택했는데, 어느 날 독문과 교수님이 내가 없는 자리에서 나를 칭찬하셨다는 소문을 들었다. “정여울, 아, 그 글 잘 쓰는 애, 기억나지!” 그렇게 말씀하시는 교수님이 아직 학교에 계시다는 걸 듣고 뭉클해졌다. 그 무서운 학교생활 속에서 나는 미움받은 것만은 아니구나. 나는 항상 내가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이 넓은 세상에 날 이해해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생각했는데. 멀리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재능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었구나. 그 깨달음만으로도 마음이 따스해졌다. 우리는 결코 ‘미움받는 오리’만일 수도, ‘사랑받는 백조’만일 수도 없다. 그 둘을 구분하는 흑백논리가 잘못된 것일 수 있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순간, 누군가에게 뜻밖의 사랑을 받고 있는 존재일 수도 있으니. 나는 이제 ‘학자의 마인드’를 버리지 않고, ‘작가의 글쓰기’를 계속할 수 있는 제3의 길을 꿈꾼다. 미운 오리 새끼 시절의 나 또한 소중하니까. 결코 버릴 수 없는 나다움 중에는 미운 오리 새끼 시절을 견디던 ‘빛나는 똘끼’가 엄연히 존재하니까. 우리는 자기 안의 가엾은 미운오리새끼와 눈부신 백조를 다 함께 끌어안을 수 있는 용기가 남아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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