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과 몸짓만으로 연기..빛난 두배우
'내가 죽던 날' 이정은
말 없어도 명품 연기 압권
유아인·이정은 등 최근 개봉한 영화 속 배우들의 무언(無言) 연기가 관객들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작품 속에서 이들은 말을 못하는 설정으로 오로지 표정과 행동으로만 뜻을 전달한다.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지만 빼어난 연기력이 자연스레 관객을 납득시킨다.
유아인은 영화 '소리도 없이'에서 동료 '창복'(유재명)과 함께 범죄조직 하도급을 받아 시체 수습 일을 하며 살아가는 '태인'을 연기한다. 태인은 전혀 말을 하지 못한다. 기껏 낼 수 있는 건 신음소리 뿐이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홍의정 감독이 "아무리 얘기를 해도 세상이 들어주지 않으면 목소리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에서 만든 캐릭터다.
유아인 안에서 '무언'이라는 제약은 '자유'로 승화한다. 최근 인터뷰에서 그는 "태인은 스스로 말을 할 필요성이 없다고 느끼는 인물이기에 표현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다"며 "대사 없이 연기하며 새로운 움직임이 느껴질 때 반갑고 재밌었다"고 고백했다. 시나리오 상에서도 지시는 거의 없다. 배우 연기가 오롯이 인물을 만들어 나간다.
극 속에선 태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지만 바깥의 관객들은 오감으로 유아인을 감각한다. 말 한마디 없는 그의 존재감이 내내 스크린을 지배한다. 몸에 양복을 대어 보며 거울을 바라보는 모습에선 욕망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이 보인다. 실수로 유괴하게 돼 버린 아이 '초희'(문승아)를 두고 떠날 때와 재회할 땐 양가 감정이 그대로 표정에 드러난다.
영화 '기생충' 에서 발군의 연기력을 보여준 이정은은 영화 '내가 죽던 날'에서 사지가 마비된 조카를 돌보며 살아가는 순천댁 역을 맡았다. 남동생의 자살에 충격 받고 농약을 먹어 목소리를 잃은 인물이다. "대사를 하는 연기가 문득 지겨워졌다"던 이정은은 이 설정에 혹했다. '배우로서 언어가 없는 연기를 하면 어떨까?' 실험해보고 싶어 출연을 결정했다고 한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최근 인터뷰에서 그는 "말을 안 하니 주변 사람들의 말을 더 잘 듣게됐고, 듣고 있으니 (나에게서) 낯선 얼굴이 나와 신기했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순천댁은 필담으로 의사소통하지만 단 한 순간만큼은 말한다. "아무도 안 구해줘. 네가 너를 구해야지. 인생이 네 생각보다 길어"라며 사회에서 버림받은 세진(노정의)을 위로하고 북돋는다. 그가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 쇳소리를 한 자 한 자 내뱉을 때마다 객석은 흐느낀다. 세진의 종적을 좇는 형사 '현수'(김혜수)와 만나는 마지막 장면도 관객 눈시울을 붉힌다. 두 사람이 말없이 나누는 눈빛 속에 이루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이 오간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그 자체로도 독특한 영화 '소리도 없이'에 유아인의 연기가 더욱 신선함을 불어넣어줬다"며 "유아인의 재능이 다시금 증명됐다"고 했다. 이정은에 대해서는 "내내 말을 못하는 모습이 힘겹게 짜내어 말하는 장면과 대비를 이루며 감정선을 끌어올린다"고 평했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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