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메디톡스, 보툴리눔 균주 '사생결단'

홍헌표 기자 2020. 11. 20.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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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홍헌표 기자]
<앵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전쟁,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제약산업에는 어떤 영향을 줄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성장기업부 홍헌표 기자 나와있습니다.

홍 기자, 보톨리눔 톡신, 보톡스를 말하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보톡스’는 미국 앨러간사가 보툴리눔 톡신을 활용해 만든 제제의 이름입니다.

보툴리눔 톡신은 근육을 마비시키는 독소를 말하는데, 군사용으로도 쓰일 수도 있고요, 미용목적이나 치료용으로 소아마비나 뇌졸중 치료에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대체 이 균주를 가지고 두 회사는 왜 5년씩이나 싸우고 있는 겁니까?

<기자>

이 분쟁의 승자가 누구인가가 두 회사 모두의 존폐를 좌우할 수 있는 사활이 걸린 문제라서 그렇습니다.

왜나면 일단 보툴리눔 톡신을 한국에 가장 먼저 들인 게 2006년 메디톡스이고, 이후에 휴젤, 대웅제약 같은 경쟁사들이 나온 거거든요.

메디톡스 입장에서는 이 분야 1위이고 사실상 보툴리눔 톡신이 주력상품인데

만약 대웅제약이 이 분야에 대해서 기술을 탈취해 쓰고 있다면 메디톡스는 회사의 핵심경쟁력에 심대한 위협을 받고 있다라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고요.

대웅제약 입장에서는 이번에 만약 기술탈취로 판명이 되면 앞으로 해외 수출이라든지 전반에서 큰 타격을 보게 되기 때문에,

한 마디로 양측 모두가 이번 판결로 존폐의 위기에 놓여있다라고 설명드릴 수 있겠습니다.

<앵커>

양쪽다 사활이 걸린 문제다 라는 건데, 이번에 ITC의 최종판결이 12월 16일로 연기됐습니다. 또 연기되지 않으면 다음 달에 결론이 날텐데요.

메디톡스가 이기면, 또 대웅제약이 이기면 각각 어떤 변화를 예상할 수 있는겁니까?

<기자>

만약에 메디톡스가 이길 경우 상당히 큰 파장이 예상됩니다.

일단 국내 보툴리눔 톡신 선도회사였던 메디톡스의 입지가 탄탄해 질 것이고요, 대웅제약은 치명타를 입습니다.

대웅제약은 이미 ITC 예비판결로 미국에서 판매 중인 `나보타`를 10년간 판매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최종 결과가 나오면 나보타는 미국에서 퇴출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유럽을 비롯해 약 50여개 국에 진출해있는데 소송 혹은 퇴출 여부도 걱정해야합니다.

대웅제약이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나보타가 퇴출된다면 보툴리눔 사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특히 5년간 지속적으로 거짓말을 한 게 드러나 전통제약사로서 쌓아 온 이미지와 신뢰도도 크게 훼손됩니다.

뿐만 아니라 식약처에 허위로 의약품 품목허가 신청을 했기 때문에 형사상 책임도 피할 수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메디톡스가 이기면 대웅제약 말고도 국내 보툴리눔 톡신 산업 전반에 치명상을 줄 가능성도 있다는 겁니다.

<앵커>

메디톡스가 이긴다는게 어떤 식으로 치명상을 준다는 겁니까?

<기자>

다른 후발주자들도 대웅제약과 마찬가지로 압박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데요.

후발 보툴리눔 회사들은 휴젤이나 휴온스, 종근당 등이 대표적입니다.

일단 메디톡스 측은 ITC 최종판결이 난 후에 대응할 방침인데요, 대웅제약의 사례를 근거로 균주 출처와 염기서열을 공개하라는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질병관리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보툴리눔 균주 전수조사를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조금은 먼 이야기이지만 만약에 균주 전수조사를 했는데, 여기서 또 도용한 사실이 밝혀지면 부도덕한 기업은 줄줄이 퇴출될 수도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만약 판결이 뒤집혀서 대웅제약이 이긴다면 메디톡스가 타격을 받게 되는 건 왜입니까?

<기자>

네 판결이 뒤집힌다면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에 역으로 소송을 당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주장해 온 근거들이 힘을 잃게 되는 것이죠.

대웅제약은 나보타의 미국 판매도 재개될 것이고, 해외 진출도 탄력을 받게 됩니다.

또 앞서 말씀 드린 다른 회사들의 보툴리눔 톡신 사업에도 별다른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메디톡스가 다른 업체들 발목을 잡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고요, 메디톡스의 신뢰도 추락과 시장점유율 하락도 예상됩니다.

<앵커>

판결이 한 달 미뤄지긴 했습니다만 일단 두 회사 모두 승소에 자신이 있다 라는 입장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는데, 각각 어떤 논리를 내세우고 있습니까?

<기자>

먼저 메디톡스의 입장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메디톡스는 ITC가 여러가지 증거를 통해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판결이 연기는 됐지만 메디톡스는 결과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메디톡스의 입장 들어보시죠.

<인터뷰> 김우한 메디톡스 법무팀 이사

"저희는 지난 5년간 핵심 염기서열을 포함해서 여러 가지 정황증거를 객관적으로 제시를 했고, 그것이 지난 7월 ITC 예비결정에 받아 들여졌고, 이번에 최종결정으로 나올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위원회 결정이 다소 연기가 된다고 하더라도 본질적인 내용의 차이나 변화가 생길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편, 대웅제약은 지난 7월 ITC 예비결정이 메디톡스의 주장만 받아들여졌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웅제약은 "논란이 있는 과학적 감정 결과에 대해 메디톡스측 전문가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인용했거나, 메디톡스가 제출한 허위자료 및 허위 증언을 진실이라고 잘못 판단한 것이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합니다.

또, ITC 행정법 판사의 예비결정은 그 자체로 효력을 가지지 않는 권고사항에 불과하다, 위원회는 예비결정의 전체 또는 일부에 대해 파기, 수정, 인용 등의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되고, 다시 대통령의 승인 또는 거부권 행사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고 이야기합니다.

대웅제약의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박성수 대웅제약 나보타 사업본부장

"승소 시 저희 사업을 기존과 같이 글로벌 톡신을 만들기 위해서 계속 진행해나갈 것이고요. 현재까지 저희에게 근거없이 음해를 해온 회사에게는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물을 예정입니다."

<앵커>

일단 다양한 가능성들이 존재하는데요, 재판 전망은 어떻게 될 것이고, 또 그 이후 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기자>

일단 메디톡스가 유리하다고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예비 판결에서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준 상황이고, 예비 판결이 최종 판결에서 뒤집히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만약 대웅제약이 패소하면 연방순회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거나 미국 행정부가 60일 이내에 ITC 판결을 승인 혹은 거절하는 절차가 남아있는데, 이 절차에서 거절해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이 지난 17일(현지시간)에 나온 블룸버그 기사인데요, 이 기사에 따르면 에볼루스가 트럼프 행정부에 로비를 했다는 겁니다.

에볼루스는 대웅제약의 `나보타`를 미국에서 판매하는 파트너사입니다.

반대로, 메디톡스가 최종판결에서 패소하면 메디톡스 역시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ITC 재판이 끝나면, 국내 민사소송도 ITC 판결을 참고해서 재판이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어느 한 쪽으로 결과가 나오더라도 두 회사의 소송전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습니다.

<앵커>

네 성장기업부 홍헌표 기자였습니다.
홍헌표 기자 hpho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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