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산업장관이 역사책 쓴 이유 "실패 밑거름 삼아야 강한 나라"

진영태 2020. 11. 2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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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이 쓴
'역사가 당신을 강하게 만든다'
잘못된 결정적 선택 18장면 제시
왜곡된 역사교육 현실 통렬 비판
한국경제·외교 이어 3번째 책
"진영논리·과거미화 도움 안돼"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이 '전략형 인재 양성'을 국가 발전의 새로운 과제로 던졌다. 특히 외교무대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또는 '해야 하는' 국가적 전략과제를 과거 역사를 통해 배울 것을 강조했다.

최근 '역사가 당신을 강하게 만든다' 책 발간을 기념해 매일경제와 만난 최 전 장관은 "한국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승자의 왜곡에서 해방시킨 역사교육이 필요하다"며 "신라 삼국통일 과정에서 고구려의 아쉬운 선택, 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조선이 근대국가로 발전하지 못한 점, 항일운동에서 우리가 승전국이 되지 못한 점 등을 돌이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역사서는 앞서 한국 경제발전 전략의 독창성을 설명한 '청개구리 성공신화'와 미국 정치, 한국 안보, 외교전략에 대한 견해를 밝힌 '워싱턴에서는 한국이 보이지 않는다'에 이은 그의 세 번째 역작이다. 고위 경제관료와 외교관을 거치며 약소국이 발전할 수 있는 방법과 아쉬웠던 역사의 결정들을 조망하면서 앞으로 한국 세대가 경제·외교적으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길 바라는 소망이 담겼다.

최 전 장관은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신라가 나당연합군으로 백제를 침공할 때 고구려가 이를 막았다면 이후 보급선이 막강해진 당나라로부터 멸망할 일도, 신라의 통일과정에서 한반도가 당나라에 절반이나 뺏길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고려 말 위화도 회군으로 탄생한 조선은 건국부터가 요동땅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린 것으로, 이후에도 500년 왕조를 이루고 선량했던 조선이 나쁜 일본에 침략을 당했다는 점보다는 500년 동안 조선이 성장하지 못했던 비판적인 시각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을 '성장판이 닫힌 조선'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한 최 전 장관은 "조선은 위정자들의 강력한 중앙집권, 기득권 사수만을 위해 반도국가임에도 바다를 포기하는 해금정책, 기술경시주의로 발전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또 "바다는 배, 배는 해적을 막아야 하는 사병이 필연적이고, 세계 최고의 은제련 기술을 가진 광업 부분도 이들의 노동력이 사병화될 것을 우려해 원천봉쇄한 결과로 결국 패망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선이 이런 발전을 막는 사이 일본은 조선의 기술을 배워가면서 부국이 됐고, 향후 조선을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그는 항일운동 과정의 아쉬움도 토로했다. 한국과 프랑스를 비교하며 직접 전투보다는 큰 전쟁에서 이기는 외교와 전략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최 전 장관은 "우리 임시정부는 봉오동전투, 청산리전투 등 훌륭한 성과를 내기도 했고, 중국과 함께 일본에 대항해 싸웠지만 연합군에 참여하지 못하면서 전승국 대우를 받는 데 실패하고 향후 비극적으로 남과 북이 갈라지는 아픔을 겪었다"며 "만약 프랑스 드골의 사례처럼 직접 전투보다는 세계의 흐름을 보고 연합군과 함께했다면 희생을 보다 줄이면서도 나라를 되찾는 보다 나은 결과를 낳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저서를 통해 실패한 역사의 18가지 선택을 반면교사로 한국이 나아갈 수 있길 바랐다. 최 전 장관은 "진영논리만 남은 역사적 미화는 한국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옳고 그른 역사를 냉철히 바라보는 교육, 이를 통한 한국의 전략적 사고 전환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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