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골프 전설' 최경주 "내 열정은 여전히 불타고 있어"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사람들이 최경주를 떠올리면서 말하는 게 몇 가지 있다. 그립 변경, 성공, 늘 챙만 달린 모자(바이저 캡)만 쓰는 것 등. 그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구는 '최경주는 정말 열심히 했다'는 것이다."
아시아 골프 전설 최경주(50)가 자신의 21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인생을 돌아보며 이같이 말했다.
최경주는 20일(한국시간) PGA 투어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내가 평생 열심히 했다고 인정하는 것이어서 이 말을 좋아한다. 그것이 나의 유산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경주는 한국의 작은 섬 완도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최고의 골프 무대인 PGA 투어에서 존경받는 선수로 입지를 다졌다.
그는 PGA 투어에서 8번의 우승과 68번의 톱10 성적을 남기고 3천200만달러 이상의 상금을 벌며 한국 골프의 역사를 썼다.
이제 시니어 무대인 PGA 투어 챔피언스로 주 무대를 옮기려 하는 최경주는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사람들이 저에게 '1년 안에 돌아갈 것이다. 다른 선수보다 재능이 없고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라고 했다"고 떠올렸다.
최경주는 그런 편견을 극복하려고 노력했다며 "다른 선수가 2시간 연습하면 나는 3시간을 했다. 다른 선수보다 더 많이 연습하려고 노력했다. 나의 노력과 신의 도움으로 21년간 PGA 투어에서 뛸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8번의 우승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우승은 2002년 컴팩 클래식에서 달성한 데뷔 첫 승이다.
그는 "아내와 나는 PGA 투어에서 우승한 선수들이 가족과 기쁨을 나누는 것을 보고 언제 저런 경험을 하게 될까 생각했다. 아내에게 '우승하면 키스는 못 하고 안아주겠다'고 했고, 처음 우승했을 때 18번 홀에서 서로 껴안았다"며 가장 특별했던 우승의 순간을 설명했다.
이 우승은 한국인 최초의 PGA 투어 우승이었다.
최경주는 "나도 미국에 처음 왔을 때 한국 선수가 우승할 수 있을지 의심했다. 솔직히 나는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목표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첫 우승으로 한국 선수의 위상이 정상급으로 높아졌다. 정말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최경주가 우승하고 가장 많이 울었던 대회는 2011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다. 이 대회는 PGA 투어 선수들이 가장 우승하고 싶어하는 대회 중 하나다.
최경주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의 무대인 TPC 소그래스에서 늘 고전했기 때문에 2011년 대회에서도 컷 통과를 목표로 했었다. 컷을 통과하고서는 톱10을 목표로 했다.
최경주는 3라운드를 공동 2위로 마치고 최종일에는 연장전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 최초 한국인 우승자이자 아시아인 우승자가 됐다.
최경주는 "내가 우승한 대회 중 가장 많이 울었다. 세계 모든 선수가 플레이어스에서 우승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의미가 두 배였다.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골프 인생에 후회는 없다. 경기에 뛰는 게 재밌었다"며 "나는 도전적인 삶을 살았고, 어릴 때부터 이 길을 걸었기 때문에 나의 열정은 여전히 불타고 있다. 필드에서는 어린이처럼 행복하다"고 밝혔다.
고등학생 시절 지도자의 뜻에 따라 우연히 역도부에서 골프부로 옮겨 골프 선수가 됐다는 최경주는 "골프 클럽을 처음 잡고 공을 쳤을 때 느낌 감정은 아직도 내 마음속에 촛불처럼 살아있다.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고 떠올렸다.
그는 "농부 집안에서 골퍼가 되기는 쉽지 않았다. 부모님은 아직도 나의 직업과 경력에 대해 잘 모르신다. 그들은 여전히 매일 농사와 가족을 걱정하는 순박한 농부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환경에서 나는 정말 운 좋게 프로 골퍼가 됐고, PGA 투어에서 뛰었다. 내가 21년 동안 PGA 투어에서 뛰면서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신의 은총이자 기적 같다"고 밝혔다.
다양한 사회 환원 활동으로 2013년 찰리 바틀렛 상을 받은 최경주는 "부모님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어서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았다. 제가 많은 지원을 받은 것처럼, 다른 사람들 도와야 한다"며 현재 40∼60명의 꿈나무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PGA 투어에는 최경주의 뒤를 잇는 젊은 한국인 골퍼들이 많이 뛰고 있다.
최경주는 "식당이나 라커룸에서 한국 선수들을 보면 정말 자랑스럽다. 내가 여기 처음 왔을 때보다 더 발전된 기술과 음식, 과학의 도움을 받는 그들에게 약간 질투를 느끼기도 하지만, 그들을 보는 게 정말 행복하고 자랑스럽다"고 기뻐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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