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Leisure] '범 내려온다'는 그곳에 가면..힐링이 좌르르르르~

신익수 2020. 11. 20. 17: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악계 BTS' 이날치밴드 한국홍보영상 서울편 5곳 '범투어'

◆ 신익수 기자의 언택트 총알여행 ◆

덕수궁 중화전. [사진 제공 = 한국관광공사]
한마디로 '범' 난리다. '1일 1범' (하루 한 번 '범 내려온다' 노래를 듣는 것) 정도론 명함도 못 내민다. '1일 3범'쯤 해야 '범' 좀 한다, 소리 듣는다.

그래서 간다. 일명 범투어. 한국관광공사가 국악계 방탄소년단(BTS) '이날치 밴드'의 노래를 바탕으로 만든 한국 홍보영상(Feel the Rhythm of Korea - 서울편) 촬영지 5곳을 돌아보는 코스다.


범투어 1코스 청와대 봉황 분수대
서북촌·동북촌·청와대 코스…인력거 타고 로맨틱 투어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경쾌한 리듬을 타고 영상이 시작되는 장면, 낯이 익다. 바로 청와대 앞 봉황 분수대. 이게 유서가 깊다. 완공은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인 1985년. 대통령직의 상징인 봉황은 웅비하는 기운을 상징한다. 철저하게 닫혔던 이 공간은 '도로'에서 '광장'으로 개명을 거치며 이명박 전 대통령 때 개방된다. 그리고 이번 정부에서 24시간 완전 개방되며 열린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이곳을 100배 재밌게 즐기는 법이 있다. 인력거 탑승이다. 인력거 자체가 반전이다. 현대판 트랜스포밍 버전. 한복과 고무신 대신 '새끈'한 트레이닝복에 선글라스를 쓴 '까도남' 근육남이 핸들을 잡는다. 심지어 인력거를 끄는 건 사람이 아닌 자전거. 30단 넘는 기어의 첨단식이다.

인력거 코스는 서북촌 로맨스·동북촌 히스토리·청와대 등 3가지. 청와대 코스의 첫 정차지가 봉황 분수대다. 잠깐, 설명과 함께 기념 촬영. 범 영상의 안무를 맡은 앰비규어스 팀이 사자춤(leo walk)을 췄던 정확히 그지점이다. 현대식 국악 리듬의 '범 내려온다'. 첨단 인력거. 유행 레오댄스까지. 과거와 현대가 절묘하게 맞물리면서 여행이 '내려온다'.


범투어 2코스 이태원 리움 미술관
뮤지엄 1 나선계단서 찰칵…국보·보물 140점 감상까지

고종 황제의 석조전 내부 침실. [사진 제공 = 한국관광공사]
"누에머리 흔들며, 전동 같은 앞다리, 동아 같은 뒷발로…." 경쾌한 리듬을 타고 영상 컷은 넘버 투 촬영지 이태원 리움 미술관으로 건너뛴다. 리움은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의 '리'와 미술관(museum)의 '움'을 합친 말이다. 미술관 자체가 명물이라 외국인 여행족에겐 핫스폿으로 꼽힌다. 대한민국 국보와 보물 140점을 합쳐 1만5000점 이상의 작품이 이 미술관에 포진해 있다. 구성은 3개동. 한자리에 모아두기조차 어렵다는 세계적 건축가 3명이 나눠 맡았다. 아동교육문화센터는 네덜란드의 렘 콜하스가, 주황색 건물인 뮤지엄1(고미술관)은 스위스의 마리오 보타가 각각 설계했다. 맨 우측의 뮤지엄2(현대미술관)는 프랑스의 세계적 건축가 장 누벨이 맡았다. 촬영 스폿은 뮤지엄1의 나선계단. 나선계단 아래쪽에 서면 7명으로 구성된 앰비규어스 무용단들이 한 명씩 얼굴을 내민 것처럼 감각적인 인증샷을 찍을 수 있다. 이때 흘러나온 노래가사 '잔디 뿌리 왕모래 좌르르르르르르~'를 기억하며 '좌르르르르르르~'를 외쳐주는 센스, 잊지 마실 것.

범투어 3코스 덕수궁 '대한문'
고종이 커피 마셨던 정관헌…석조전 황제 침실 구경도

우주선을 닮은 동대문 DDP 전경. [사진 제공 = 서울시]
"홍앵앵앵 허는 소리, 산천이 뒤덮고, 땅이 툭 꺼지난 듯…."

리듬은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영상 컷은 덕수궁으로 공간 점프한다. 덕수궁의 정문 '대한문' 신(scene)은 이곳 명물 왕궁 수문장 교대식 시간에 맞춰 촬영이 진행됐다. 1996년부터 재현된 이 교대식은 '초엄-중엄-삼엄'의 3단계에 걸쳐 하루 세 번 진행되며, 교대를 끝낸 수문군은 숭례문까지 순라를 한다. 예까지 와서 교대식만 보고 갈 수 없을 터. 덕수궁 투어 골든타임은 '만추홍엽'에 둘러싸인 지금이다. 무조건 달려가야 할 곳은 이곳 정관헌. 조선판 '스타벅스'로 보면 된다. 커피 사랑이 지극했던 고종이 로마네스크 양식의 이곳 건물에서 유유자적 앉아 커피 담소를 나눴던 곳. 11월 말까지는 벽면 한쪽에 빔을 쏴 '영상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 또 핫한 곳이 석조전(황제의 궁궐)이다. 아, 이곳만큼은 아무나 못 본다. 코로나19 시기임을 감안해 엄격한 거리 두기로 하루 8타임 한정판(오전 9시 30분부터 1시간 간격, 인터넷 신청자 40명씩)으로 내부 관람이 진행된다. 열체크와 손소독은 기본. 신발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고서야 비로소 안으로 들어간다. 압권은 2층 황제의 침실 옆 화장실. 그 옛날 대한제국 시절에 '퍼세식'(퍼내는 방식)이 아닌 수세식 화장실이 있었다니 놀랍다.


범투어 4코스 자하문 터널
영화 기생충 촬영지 인증샷…통인시장선 엽전뷔페 만끽

고종황제의 화장실에 감탄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양 귀 쭉 찢어지고, 몸은 얼숭덜숭, 꼬리는 잔뜩 한 발이 넘고…." 가사와 노래는 이제 클라이맥스다. 범의 형체가 드러난다. 곧 '동개 같은 앞다리, 전동 같은 뒷다리'를 드러내며 당장이라도 내려올 기세다. 이때 영상에 등장하는 스폿은 영화 기생충 촬영지와 겹치는 자하문 터널. 기자 역시 수차례 이곳을 찾았지만 그냥 투어를 하기는 만만찮다. 당연히 인증샷도 조심해서 찍으실 것. 자하문 터널에서 청와대 쪽으로 넘어오기 직전 터널 진입구 우측 사이드의 사선 계단이 포인트다. 이 사선 계단은 사실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에서 신분 격차를 나타내기 위해 활용했던 미장센이다. 터널 속은 반지하층에 사는 하층민들의 공간을 의미한다. 별주부전에서 자라를 쫓는 범처럼 높은 물리적인 벽이 존재한다는 복선인 셈이다.

자하문 터널 투어의 방점은 터널에서 서촌 쪽으로 1㎞ 정도 내려오면 만나는 통인시장에서 찍어야 한다. 이곳에서만 통용되는 '엽전'으로 음식을 사 먹는 '뷔페 시스템'이 압권. 이게 그 유명한, 이곳 상인들 주도의 '내 맘대로 도시락 카페 통'이다. 고객센터에서 5000원으로 엽전 10개와 식판 같은 도시락을 구입해 시장 곳곳을 둘러보며 엽전을 이용해 음식을 사 먹는 방식이다. 웬만한 음식은 엽전 한 닢이면 된다. 아, 잊을 뻔했다. 통인시장의 시그니처 기름떡볶이. 맛? 비밀이다. 직접 드셔보시라.


범투어 5코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코로나로 빛축제 안하지만…우주선조형물 분위기 여전

범투어 코스의 마무리는 그 옛날 야구의 성지 동대문운동장. 수많은 세월을 뒤로한 채 2014년 동대문역사문화공원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로 거듭난 곳. 완전히 몰락했다가 초대형 우주선 조형물과 함께 현대적 포인트로 탈바꿈한 곳이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이맘때 이곳은 '빛축제'와 푸드트럭의 불빛으로 밝혀졌지만 지금은 휑한 분위기다. 영상은 '당신만의 한국을 상상해 보세요(Imagine Your Korea)'라는 자막 문구로 끝이 난다. 삶도 여행도, 상상하는대로 꿈꾸는 대로 이뤄지는 법.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 격상으로 나들이가 꺼려진다면 범투어, 굳이 가지 않아도 된다. 코로나19 끝나자마자 달려갈 여행 코스를 상상만 해도 '힐링'이 '좌르르르르르르~' 내려올 테니까.

[신익수 여행전문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