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로나19 주요 진원지는 육류가공공장" 7월까지 31만명 감염

윤신영 기자 2020. 11. 2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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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구팀 주장 "전파에 취약한 환경이 원인..대형 육류가공공장 대신 소형 분산 공장 필요"
공장식 사육은 육류 생산량을 극대화 시켰다. 하지만 가축에 대한 비인도적인 밀집 사육은 가축 전염병의 창궐 및 신종 전염병의 출현 등 보다 큰 문제를 야기했다.

육류가공공장이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 전파에 핵심 역할을 하는 시설 중 하나일 가능성이 연구를 통해 제기됐다. 최대 31만 명의 환자가 육류가공공장을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되고 최대 52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대부분은 직접 육류가공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어서 육류가공공장이 지역감염을 일으키는 중요한 전파원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중국 허베이성 우한시에서 코로나19 전파가 처음 시작된 지역이 야생동물과 이들 동물의 고기를 취급하던 시장이었다는 점을 보면 육류 취급 과정과 바이러스 전파에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찰스 테일러 미국 컬럼비아대 국제대학원 연구원팀은 시카고대와 공동으로 미국 내 육류가공공장과 7월까지 발생한 코로나19 환자 사이의 연관성을 연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밝혀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19일 공개했다.

연구팀은 미국 전역의 소규모 행정구역 단위인 ‘카운티’를 육류가공공장과의 거리를 기준으로 세분화했다. 예를 들어 공장이 카운티 내부에 있는 경우와 반경 50km 내의 가까운 곳에 공장이 있는 경우, 50~100km 거리에 있는 경우 등으로 세분화해 각각의 카운티에서 코로나19 환자와 사망자가 얼마나 나오는지 확인하는 방식이다. 그 뒤 각각의 경우에 코로나19 환자와 사망자가 얼마나 나왔는지 7월 21일까지의 데이터를 이용해 연구했다.

분석 결과 미국 내에 코로나19가 급속히 늘던 4월 초 이후 카운티 내부에 육류가공공장이 있는카운티의 코로나19 환자수와 사망자 수가 급증하는 모습이 확인됐다(아래 그래프). 7월 21일 기준으로 육류가공공장이 없는 카운티의 평균 환자 발생률은 1000명 중 8명이었는데, 육류가공공장이 위치한 카운티는 평균 12~14명으로 51~75% 높았다. 사망자 역시 공장이 없는 카운티는 1000명 중 0.2명이었는데, 공장이 있는 카운티에서는 0.27~0.3명으로 37~50%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환자가 지역에 처음 발생하는 속도도 가공공장이 있는 경우 더 빠른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육류가공공장이 7월 21일까지 미국에서 23만6000~31만 명의 환자를 발생시키는 데 기여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미국 내 전체 환자의 6~8%에 해당한다. 사망자는 4300~5200명을 발생시켜 미국 전체 사망자의 3~4%가 육류가공공장 발 감염으로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규모 별로는 대형 육류가공공장 발 감염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연구팀은 “하나의 업종에서 환자가 발생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매우 많은 수”라며 “환자 대부분이 공장 시설에 근무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사실로 미뤄봐 대형 육류가공공장이 코로나19 지역사회 전파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라고 밝혔다.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팀이 분석한 코로나19 환자 발생 그래프다. 카운티 내에 육류가공공장이 있는 경우(빨간색 그래프)가 다른 경우에 비해 환자수(왼쪽)와 사망자 수(오른쪽) 모두 급격히 증가함을 알 수 있다. PNAS 논문 캡쳐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가 나온 원인으로 육류가공업 특유의 근무환경과 종사자 특성을 꼽았다. 육류가공업은 미국 내에 50만 명이 고용된 큰 산업인데 매우 밀집되고 습도가 높은 근무 환경을 보인다. 공장은 점점 대형화돼 현재는 12개 대형 공장이 전체 소고기의 절반을, 12개의 다른 대형 공장이 돼지고기의 절반을 각각 생산하고 있다. 종사자의 45%는 저소득층이며 이민자 비중은 52%, 유색인종 비중은 80%로 매우 높다. 제대로 된 헬스케어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어 코로나19 전파에 취약했다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대안도 연구했다. 육류가공공장의 운영을 중단할 경우 코로나19 전파도 줄어들고, 반대로 생산라인의 속도를 높이면 감염자 수가 늘어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대형 육류가공공장 대신 작은 공장을 여러 곳에 분산하는 방식으로 육류생산방식을 바꾸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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