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세계 1위'도 좌절감을 느낀다 [ST현장]

윤혜영 기자 2020. 11. 2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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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정국 뷔 / 사진=팽현준 기자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세계 1위'를 찍은 그룹 방탄소년단이 공허감에 대한 솔직한 속내를 고백했다.

20일 방탄소년단(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의 새 앨범 'BE (Deluxe Edition)' 글로벌 기자간담회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진행됐다. 최근 어깨 수술을 한 슈가는 회복을 위해 이날 행사에는 불참했다.

방탄소년단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모두가 무력감을 느끼는 현 상황에서, 불안하고 두렵지만 "그럼에도 이겨내야 한다"는 복잡한 감정을 꾸미지 않고 새 앨범에 담았다. 일곱 멤버는 이번 앨범에 2020년, 지금을 살아가는 솔직한 감정과 생각, 나아가 앞으로 계속 살아가야 하는 '우리'라는 존재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다', '존재하다'라는 뜻으로, 형태의 규정이 없는 'BE'라는 단어를 앨범 제목으로 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방탄소년단은 코로나19 상황에 좌절감이 컸다고 했다. 지민은 "원치 않게 이렇게 되다 보니까 많이 좌절을 했는데 옆에 있는 멤버가 참 많이 위로가 됐다. 공연을 하고 팬분들을 만나는 게 저한테 굉장히 큰 의미이자 꼭 제가 하고 싶고 해야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걸 못하게 되니까 제가 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그러다가 이번 앨범을 들어가게 됐는데 작업을 하다 보니까 멤버들과 많은 얘기를 하게 되고 술 한 잔도 하면서 왜 이 일을 그렇게까지 좋아하고 이런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열심히 하고 싶은지 되돌아보게 됐다. 그렇게 좌절했던 곳에서 일어설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RM 역시 "필연적으로 어떤 걸 성취해도, 저희가 그래미를 성취하더라도 기쁘고 행복하겠지만 이면에는 항상 공허함이 남는다. 클리셰로 쓰이지만 빛과 그림자, 무대 앞과 뒤처럼 이런 것들이 항상 있다. 늘 좌절하고 늘 어렵다. 이 자리에서 성공적으로 답변을 마치고 내려가도 후회스러울 것 같다. 그럼에도 좋은 사람들이 분명 이 세상에 많이 있고, 좁은 집단으로서 멤버들이 서로에게 의미가 있고 회사와 우리도 의미가 있고 나아가서 전세계에서 저희 음악을 들어주시는 수많은 분들과의 관계를 믿으면서 여기서 벗어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애쓰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모든 사람과의 믿음과 관계가 좌절을 벗어나고 살아가게 하는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방탄소년단 RM 지민 / 사진=팽현준 기자


방탄소년단은 그간 말해온 목표를 차근차근 이루며 수많은 성과를 거둬왔다. 그러나 목표를 이룬 뒤 공허감에 시달릴 법도 했다.

지민은 "저같은 경우는 허탈감은 못 느껴봤다. 너무너무 행복하고 감사하지만 원래 목표와 꿈이 무대였다. 상과 순위같은 게 아니었다 보니까 잘 되지 않았을 때 느끼는 허탈감이 크지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있는 그대로 더 감사할 수 있었던 것 같고 원래 잘하고 싶어하던 그대로의 마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국 역시 "지민 형이랑 비슷한 게 저희가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무대를 계속해서 해나가는 게 단순히 성과만 이루려고 하는 게 전혀 아니다. 그냥 무대 하나 서는 게 너무 즐겁고 행복한 사람들이라서 지민 형이랑 비슷한 것 같다. 앞으로도 저희는 '비' 앨범도 그렇고 '다이너마이트'도 그렇고 하고 싶은, 할 수 있는, 공유하고 싶은 그런 곡들을 가지고 곡을 계속해서 만들고 퍼포먼스를 만들 거기 때문에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저희가 사람들에게, 아미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말들을 계속 전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에 지민은 "부담을 느끼지 않는 건 아니다. 허탈감과 달랐을 뿐"이라면서 "아무래도 이런 저희다 보니까 지금 코로나 상태가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그냥 무대와 같이 놀고 노래하는 걸 좋아했던 사람들인데 그걸 못하게 되다 보니까 다른 이유보다 그게 힘들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몇 번을 마이크를 들었지만 멤버들에게 먼저 멘트 기회를 넘겼던 뷔는 "말해도 될까요"라고 장난치면서 "솔직히 말해서 저는 번아웃에 대해 굉장히 많이 겪은 사람"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번아웃이 뭔지 알고 있고 많이 느꼈다. 옛날에는 그대로 느껴서 심리적으로 힘들었다. 요즘에는 번아웃을 느꼈을 때 '나도 성장을 했구나' 한 게 번아웃을 했던 제 감정들을 곡으로 쓴 게 있었다. 옛날에는 힘들기만 했는데 지금의 저는 번아웃에 대한 감정들을 곡으로 써서 성취감도 느끼고 곡이 좋으면 짜릿함도 있어서 그걸로 번아웃을 이겨내는 것 같다. 필 받을 때 곡을 써보려고 하는데 아직까지 곡을 완벽하게 작업하는 멤버들처럼은 할 수 없지만 제 모든 감정들을 가사나 멜로디나 트랙으로 풀이를 해보려 하니 제 감정도 시간이 지나니까 괜찮아지더라"라고 번아웃을 이겨낸 방법을 전했다.

방탄소년단 제이홉 / 사진=팽현준 기자


방탄소년단은 올해, 코로나 여파로 고통을 겪었지만 '다이너마이트'로 빌보드 '핫 100' 1위를 달성하며 신기록을 세웠다. 진은 올해를 돌아보며 "올해는 불행했지만 그래도 행복했던 한해였던 것 같다. 저희의 인생의 낙이 투어다. 많은 분들께 사랑과 관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인생의 낙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런 투어가 취소되고 저희도 우울감에 빠지고 아쉬워했다. 그런데 그런 코로나로 인해 예정에 없던 '다이너마이트'를 발매하게 되고 그렇게 저희의 목표였던 빌보드 '핫 100' 1위를 달성할 수 있게 됐다. 코로나가 있음으로서 예정에 없던 '비' 앨범도 나오게 됐다. 불행했지만 행복했던 한해였다. 앞으로의 소원은 다시 코로나가 없어지게 돼서 저희를 사랑해주시는 많은 팬분들 곁으로 투어를 떠나고 싶은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제이홉 역시 "부단하게 많이 노력한 해 같다. 첫 단추부터 너무 좋았다. '맵 오브 더 솔 : 7' 발표하면서 많은 성과를 얻었다. 그런데 코로나 상황을 겪으면서 저희 또한 이 직업에 대한,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되고 '다이너마이트'란 운명적인 곡을 만나서 빌보드 성과를 이루게 됐다. '비' 앨범이 이렇게 나와서 연말에 좋은 마침표가 될 수 있게끔 발표를 한 부분도 있다. 잊을 수 없는 해인 것 같다. 그러면서도 저한테는 굉장히 큰 한 부분이 될 것 같다. 제가 100년을 산다면 제 삶에서 굉장히 터닝포인트가 됐던 부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그는 "요즘 가장 느끼는 건데 슈가 형이 이 자리에 없음으로서 허전함이 느껴지더라. 건강한 게 제일 큰 목표이자 좋은 것 같다. 건강하게 활동해야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고. 6명 무대와 7명 무대가 너무나도 다르더라. 건강하게 멤버들이 관리를 잘 해서 팬 여러분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 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가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밝혔다. RM은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는 저희도 모르겠다. 앨범을 한 장, 한 장 낼 때마다 지금 무슨 얘기를 해야 하나. 그걸로 해왔기 때문에 앞으로 저희에게 어떤 상황이 있느냐에 따라서 할 음악이 달라질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그는 "'다이너마이트'랑 '비'는 계획에 전혀 없었다. '맵 오브 더 솔 : 7'을 일단 낸 다음에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자 했다가 팬데믹이 왔다. '다이너마이트'를 만나서 가볍게 풀고, '비'는 힘을 빼고 하지만 단단하게 주제의식을 전달해보자 이렇게 했다. 저희가 엄청 많은 부분을 할애한 건 아니지만 앨범 제작 전반에 있어서 노력을 했다. 콘셉트나 재킷이나 네 곡 정도는 멤버들이 한 자작곡도 있다. 각자 작가적인 면모를 갖추려고 노력했다. 각자 좋아하는 음악이나 취향도 다르고 BTS를 이어나가는데 있어서 우리의 정서나 서사나 작가적인 면면이 있어야 팀이 유지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각자의 역량들을 발전해나가는 단계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비'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잘 된다면 저희들의 참여가 늘어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 진 / 사진=팽현준 기자


'다이너마이트'로 빌보드 차트 장기집권을 이어가며 K팝을 팝 주류 시장에 안착시켰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앞으로 팝 시장에서의 활동 계획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RM은 "주류 사회에 진입한다든지, 주류에 안착한다든지 하는 걸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 같다. '다이너마이트'가 '핫 100'에서 1위를 했다고 해서 K팝이 미국 인더스트리에 안착이 된 거냐. 그러면 K팝은 어디부터 어디인가. 한국 태생의 그룹이 이례적으로 영어로 부른 건데 이건 K팝이 아닌 건가. 산업적으로 민족적으로 바운더리가 허물어지고 있지 않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K팝인지부터 얘기가 오가야 정확한 답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핫 100' 1위는 요행이라든가 단순히 운이 좋아서는 안되는 것 같다. 평생 이루기 어려운 영광스럽고 기적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우리로 인해 상대적으로 주류가 아닌 분들이나 밖에 있는 분들이 더 들어올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좋을 것 같다. 사실 우리가 이런 말씀을 드릴 수 있는 입장인지는 모르겠지만 방탄소년단으로서 우리의 위치를 잊어버리기 쉬운 상황이 많이 온다. 대면하지 못하며 팬분들을 못 보니까 진짜 1위를 한 건가 싶기도 하더라"고 밝혔다.

또 RM은 "우리가 계속 유의미한 결과를 내려면 우리가 누구인지 잊지 않고 두 다리를 땅에 붙이고 계속 무엇인가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세계 분들에게 유의미한 발자취나 어떤 위로를 드리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고 동시에 비즈니스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제이홉은 "'다이너마이트'도 운명적으로 만났다. 저희의 것을 하다 보면 운명적으로 만나는 게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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