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한국인과 결혼한 빌푸의 차원이 다른 한식 예찬과 먹방

김교석 칼럼니스트 입력 2020. 11. 20. 15:59 수정 2020. 11. 2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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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빌푸가 있다는 건 행운이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시청률 치트키가 있다는 건 행운이다. 핀란드 친구들은 첫 출연 당시 그 순수함과 열렬한 한국 사랑으로 큰 인기를 누리며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자체 최고 시청률(5.4%)을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해 1월 시청자들이 뽑은 '다시 보고 싶은 외국인 친구' 투표에서도 역시나 1등을 차지하며 뜨거운 환대 속에 재방문했다.

이들이 유독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의 한국 사랑에서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핀란드로 돌아간 친구들은 김치 담그기에 도전하고 막걸리를 양조하는 등 한국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이어갔고, 결국 인생 항로까지 돌리는 계기가 됐다. 먹방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빌푸는 호스트였던 친구 패트리의 소개로 만난 한국인 아내와 지난 6월 결혼했다.

그리고 지난 12일, 빌푸가 아내와 함께 한국을 찾은 첫 번째 이야기가 펼쳐졌다. 통산 세 번째 출연이지만, 이번에도 통했다. 우리나라에 입국하면 의무적으로 부여되는 2주간의 자가 격리기간 동안 보여줄 수 있는 그림이 한정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두 배 가까이 뛰었다. '한국살이로 특집'으로 콘셉트를 변경한 이후 최고 시청률(3%)을 기록하면서 모처럼 1%대의 답보 상황에서 벗어났다.

우리나라를 처음 오는 외국인들의 여행을 관찰하는 <어서와>는 국가 간 왕래가 어려워지면서,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궁여지책으로 주한 외국인의 라이프를 조명하는 KBS <이웃집 찰스>와 비슷하게 기획 방향을 바꿨다. 하지만 우리에게 지극히 익숙한 일상이 외국인의 낯선 시선에서 새로워지는 핵심 볼거리가 대폭 사라졌다. 그런 이때, 빌푸 부부는 반가움과 함께 한국 사랑이 가득한 이야기를 선보이며 다시금 도약의 계기를 만들어냈다.

3년 전 친구들과 멋모르고 처음 한국 여행을 왔을 때 갔던 장소를 이제 한국인 아내와 함께 찾아가는 빌푸의 리마인드 여행은 그 개인적으로도 뜻 깊을 뿐 아니라, 시청자 입장에서도 여러모로 반가웠다. 빌푸는 첫 한국 여행 당시의 추억이 깃든 남대문시장의 갈치조림 집을 아내와 함께 찾아가 어김없이 한식 예찬과 먹방을 시작했다. 그리고 핀란드에는 없다는 합리적인 가격에 섬세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미용실을 다시 한 번 찾아가 꽃단장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나타난 여전한 한식 사랑과 호기심, 우리나라 문화를 존중하는 시선은 핀란드 친구들이 '치트키'가 된 가장 강력한 요소다.

그런 점에서 이번 빌푸 부부 특집은 <어서와>의 가장 확실한 카드와 그 한계를 동시에 보여줬다. 백인 외국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우리나라 찬양 콘텐츠는 역시나 가장 매력적인 열쇠지만, 뻔한 반응과 상황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아쉽다. 여기서 가감되는 것은 캐릭터의 매력 여부 정도다.

빌푸 부부의 2주간의 자가 격리 에피소드는 국가가 보내준 구호품 '언박싱'부터 관리가 잘되고 체계적인 한국 방역 시스템을 뿌듯하게 여기는 데 방점이 찍혀 있었다. 이번 주 출연한 영국 외교관과 대사의 발언에서는 영국이나 유럽 여느 나라 상황과 비교했을 때 우리가 비교적 훌륭하게 코로나를 대처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기 충분했다. 심지어 이들은 우리 정부의 그린 뉴딜 산업을 긍정적으로 소개하고 서울의 전기차 인프라 홍보까지 해줬다.

빌푸가 조금 다른 건 공감 가능한 진정성이다. 장인어른과 장모님을 처음 찾아뵙는 외국인 사위의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 이색적이면서도 보편적인 감정이 느껴진다. 한복으로 단정하게 차려입고 양손 가득 선물을 사들고 찾아뵙고 정중하게 절을 올리고, 가훈과 족보, 어르신의 말씀을 경청하는, 예를 충실히 따르는 모습이 기특하다. 긴장 가득한 사위를 위해 부모님은 궁중음식을 비롯한 상다리 휘는 거한 대접으로 귀한 손님을 극진히 환대한다. 뿐만 아니라 주거 환경 및 인식 변화로 인해 없어져가는 결혼 풍습인 "함 사세요"를 외치는 함진아비를 외국인친구들이 맡아 함께 전통을 체험하고 잔치 분위기를 내고, 가족의 정을 풍요롭게 나눈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라기보다 8시 가족드라마가 품은 가족 판타지의 성격이 짙다. 우리나라 문화를 긍정적으로 보는 외국인들을 통해 사라져가는 전통적 가족관과 풍습을 꺼내본 셈이다.

코로나19와 BTS의 시대를 살면서 국가와 문화적 자존감과 자부심이 높아졌다. 국가 브랜드와 영향력은 확실히 5년 전에 비해 달라졌다. 그런 이때, 반가운 얼굴인 빌푸가 모처럼 좋은 소식과 함께 반갑게 찾아왔다. 이 카드의 위력을 알기에 제작진은 다른 에피소드와 함께 배치해 조금씩 아껴 쓸 심산이다. 그러나 현재 역동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보다 가족과 결혼에 대한 고착화된 이미지를 가지고 오고, 우리에 대한 찬양과 예찬을 꼭 선진국 백인의 시선에서 확인받으려는 모습은 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미소를 먼저 지어주고 관심을 보여주는 사람에게 마음이 열리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허나 모두가 이와 같이 똑같은 태도를 보인다면, 그들의 호의와 호감에 무뎌지고 당연해지기 십상이다. <어서와>가 그간 겪은 어려움은 코로나19 만큼이나 무뎌진 이 익숙함에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very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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