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뒤 대권? 이스라엘 정착촌 와이너리 간 폼페이오

김윤나영 기자 2020. 11. 2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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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9일(현지시간) 분쟁지역인 골란고원과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을 방문하고 두 지역을 ‘이스라엘 땅’으로 인정했다. 내년 1월 퇴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수십년간 미국이 명목상 유지해온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공존 정책을 뒤집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 전쟁 결과 시리아로부터 골란고원을, 요르단으로부터 요르단강 서안을 각각 빼앗았는데, 유엔은 이를 이스라엘의 ‘불법 점령’으로 규정한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요르단강 서안 유대인 정착촌의 파사곳 와이너리를 방문했다고 예루살렘포스트 등이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와이너리에서 “이스라엘이 권한을 행사하는 지역의 모든 생산품이 미국으로 수출될 때 ‘이스라엘산’이라고 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착촌에서 만든 제품을 이스라엘산으로 표기해 미국에 파는 것을 허용한 것이다.

이번 발표는 이스라엘의 요르단강 서안 점유권을 인정하지 않던 미국 정부의 수십년간의 정책을 뒤집는 것이라고 예루살렘포스트가 전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1993년 두 국가 해법을 뼈대로 한 ‘오슬로협정’을 맺은 이후 미 정부는 유대인 정착촌에서 만든 상품에 요르단강 서안을 뜻하는 ‘웨스트뱅크’(West Bank)를 표시하도록 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는 유대인 정착촌에서 만든 제품에 ‘이스라엘산’이라고 표기하면 벌금을 매길 수도 있다고 했다. 유럽사법재판소도 지난해 11월 이스라엘 정착촌에서 생산한 제품에는 ‘특별 라벨’을 붙여야 한다고 판결했다.

해당 와이너리는 폼페이오 장관에 대한 감사 표시로 카베르네 소비뇽·시라·메를로 와인을 섞어서 ‘폼페이오’라는 이름의 새 와인을 출시했다고 미 NBC 방송 등이 전했다. 알자지라는 “이번 와이너리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의 승리를 인정하지 않은 가운데 임기 마지막에 이스라엘에 주는 또 다른 선물이 될 것”이라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라엘 정착촌에서 만든 상품에 불매운동을 벌이는 사람들을 “반유대주의자로 간주하고 처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사실상 팔레스타인인들을 겨냥한 조치라고 미 언론들은 해석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가비 아슈케나지 이스라엘 외무장관과 함께 골란고원을 둘러보고는 “이곳은 이스라엘의 일부분”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여기 서서 국경 너머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고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거부했던 것(이스라엘 주권)을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지난해 국제사회의 반대 속에 골란고원에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반복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임기를 불과 두 달 남겨놓고 친이스라엘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미국 내 지지층·유대인 결집을 노리기 때문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불복 소송에서 최종 패소하더라도 2024년 미 대선에 출마할 뜻을 측근들에게 밝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폼페이오 장관 본인이 대권 행보를 시작했다는 해석도 있다. 악시오스는 지난 12일 이번 이스라엘 순방은 “폼페이오 장관에게는 2024년 대통령 출마를 앞둔 국내 정치적 의미도 있다”고 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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