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왜 야구장 안 가?"..아들이 묻던 날, 안영명은 KT 전화를 받았다 [스경X인터뷰]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2020. 11. 2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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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한화 소속으로 뛰던 안영명


“아빠, 왜 야구장 안 가?”

한화에서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은 지 나흘째 되던 날이었다. 네살짜리 아들 하일이가 물었다. 어린이집에서도 아빠가 야구선수라고 자랑하는 하일이는 프로야구 시즌이 끝났는지, 아빠 계약이 어찌 됐는지 알 리가 없었다.

하일이의 물음에 아빠 안영명(36)은 설명을 했다. “아빠 이제 야구 끝났어. 그리고 이제 불꽃 팡팡 하는 독수리 팀 아니야.” “왜?”라고 묻는 하일이에게 딱히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고민하던 안영명은 물었다. “아빠 야구하는 거 멋있어? 더 할까?” 하일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응”하고 답했다.

방출되고서도 현역 의지를 드러냈지만 실제 희망은 보이지 않던 시점, 사실상 마음을 접고 있던 때였다. 아내에게는 “그만 하겠다”고 했지만 어린 아들의 말에 ‘다시 할까’하는 마음이 생긴 바로 그날, KT로부터 전화가 왔다. 안영명은 그 손을 잡았다.

한화에서 방출된 베테랑 투수 안영명이 KT 유니폼을 입는다. KT는 20일 안영명을 연봉 7000만원, 옵션 5000만원으로 총액 1억2000만원에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안영명은 시즌을 마치고 지난 5일 한화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고 자유계약선수로 풀렸다. 베테랑들의 방출 러시 속에 함께 한화에서 자유계약선수로 풀린 외야수 이용규가 키움에 입단한 데 이어 안영명도 KT의 손을 잡고 선수 생활을 계속 할 수 있게 됐다.

안영명은 20일 ‘스포츠경향’과 통화에서 “아내도 ‘딱 하나 몸이 너무 건강한데 그만둬야 하는 것만 아니면 아쉽지 않다. 괜찮다’고 했다.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고 제2의 인생을 어떻게 꾸려가야 하나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아이와 그런 대화를 나누고나니 ‘조금 더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생긴 날 마침 KT에서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2003년 한화에 1차지명돼 입단한 안영명은 올해까지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통산 536경기에서 62승56패 16세이브 58홀드 평균자책 4.94를 기록한 베테랑 우완이다. 2018년에도 필승계투조로 한화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고, 급격하게 세대교체가 진행된 올해도 한화에서 꾸준히 1군 마운드를 지킨 유일한 베테랑 투수다.

KT 위즈 제공


KT는 올시즌 젊은 투수들과 함께 베테랑 전유수, 이보근 등을 더해 필승계투조를 꾸렸다. 중간에서 1~2이닝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안영명을 영입해 내년 불펜을 더욱 보강할 수 있게 됐다. 이숭용 단장은 “다양한 보직에서 풍부한 경험을 가진 성실한 베테랑 투수다. 내년 시즌 불펜 뎁스를 강화하고 투수진을 안정화하기 위해 영입했다”고 밝혔다.

묵묵한 성격의 안영명은 스포츠심리학을 공부하는 투수로도 유명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선행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적도 여러 번이다. KT 역시 투수로서 가치 외에도 인성까지 고려해 안영명에게 손을 내밀었다. KT에는 젊은 투수들이 많다. 보고 배울 선배로서 안영명이 큰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안영명은 이강철 KT 감독과도 인연이 있다. 데뷔 이후 18년 동안 17년을 한화 소속으로 뛰었지만 딱 1년간 KIA에서 뛴 적 있다. 2010년 KIA로 트레이드 됐고 당시 KIA 투수 코치였던 이강철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서로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11년 만에 다시 KT에서 이제는 감독과 베테랑 투수로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안영명은 “KT는 신선하고 강력한 에너지가 있는 팀이라고 항상 느꼈다. 앞으로 정말 리그 판도를 많이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는 팀이라고 생각하고 그 팀에 일원이 돼 영광”이라며 “여기서도 내가 투수 최고참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분명히 감독님과 구단이 원하는 것은 경기력 외에도 후배들의 모범이 되고 뒷받침 해주는 역할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도 성실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안영명은 수원 KT위즈파크에 들러 계약 절차를 거치고 KT의 장비 등을 받아 천안의 집으로 돌아갔다. 하일이에게 “아빠는 이제 마법사 팀”이라고 얘기해줬다. 요즘 마술 구경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하일이는 ‘마법사 팀’이라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좋아했다. 하일이에게 이제 차분히 설명을 해줄 차례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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