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일상 지배하는 '서열'.. 신뢰하되 '조작'을 경계하라

박동미 기자 2020. 11. 2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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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남과 비교하면 불행해진다고 말하면서도, 우린 끊임없이 비교한다.

순위를 매기는 일은 어쩐지 싫다고 반감을 가지면서도 우린 늘 순위를 매긴다.

우리가 무의식중에 수용해버리는 각종 국가순위, 대학서열뿐만 아니라 유저(user)의 '우열 가르기' 활동 자체가 상품이 되는 '팡기업'(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의 민낯까지 생생히 보여주며, 객관적 정보 속에 숨은 주관성의 모순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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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 피터 에르디 지음, 김동규 옮김 | 라이팅하우스

자신을 남과 비교하면 불행해진다고 말하면서도, 우린 끊임없이 비교한다. 순위를 매기는 일은 어쩐지 싫다고 반감을 가지면서도 우린 늘 순위를 매긴다. 저자는 이 모든 게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한다. 즉, 일상을 지배하는 ‘서열’은 우리 안에 내재한 본능이며, 진화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책은 이 랭킹, 즉 ‘순위 게임’이 인간의 모든 행동과 노력 속에 들어있음을 인정하고, 그 이면을 들여다본다. 순위가 매겨지는 원리를 과학적 시각과 사회학적 관찰을 바탕으로 설명하는데 정치학, 행동경제학, 진화생물학, 사회학에 이르는 방대한 학문적 지식을 동원해 더 깊은 이해를 돕는다. 우리가 무의식중에 수용해버리는 각종 국가순위, 대학서열뿐만 아니라 유저(user)의 ‘우열 가르기’ 활동 자체가 상품이 되는 ‘팡기업’(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의 민낯까지 생생히 보여주며, 객관적 정보 속에 숨은 주관성의 모순을 밝힌다. ‘신뢰하되, 조심하라’는 것. “순위는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는 데다 객관적이기 때문에 좋다. 반면 편향되고 주관적이며 심지어 조작되기까지 한다는 점에서는 나쁘다.”

‘랭킹 월드’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책은 모든 알고리즘의 기반은 데이터이고, 그 데이터를 만드는 건 인간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주관성’이 개입되는 지점에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예컨대, 어떻게 객관적인 순위를 산출해 내는지, 그 순위에 가치와 업적만이 반영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등이다. “대학 순위 목록은 객관적인가?” “최적의 웹 페이지를 찾는 방법은 무엇인가?” “직원의 순위는 어떻게 매기는가?” 저자는 이를 통해 우리가 기존에 부여된 위치와 평판을 조정할 새로운 지적 도전에 나설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일상의 경험에 과학 이론을 접목한 책은 전문적이면서도, 대중적이라는 미덕을 갖췄다. 좋은 차를 타는 이웃이 부러운 사람, 상사가 매기는 순위가 신경 쓰이는 사람, 경쟁 사회에 뛰어들기 위해 준비하는 대학생 등 ‘랭킹 사다리’ 속 모두를 위한 책이다. 364쪽, 1만75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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