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시래기 30억원 어치 팔죠"..박상준 펌프킨 대표

박지환 농업전문기자 2020. 11. 2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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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구 펀치볼서 시래기 재배, 가공하는 회사 펌프킨 운영
농협 하나로 마트를 비롯한 대형마트에 공급
펀치볼 시래기 일교차 커 지역보다 영양분 우수해

지난 14일 강원도 양구의 펀치볼(Punch Bowl). 6.25 전쟁 당시 격전지였던 이 곳은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형태로 북쪽 산 능선으로 휴전선이 보였다. 휴전선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산비탈을 깎아 만든 고랭지 밭에서는 인근 지역 노인들과 외국인 노동자 30여명이 무 시래기를 수확하고 있었다.

박상준 펌프킨 대표가 무청 수확이 한창인 양구 펀치볼 고랭지 무밭에서 일을 지시하고 있다. /박지환기자

한국 최고의 시래기를 생산하는 곳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라고 했지만 기자가 보기에는 올해 시래기 작황이 좋지 않았다. 과거 마트에서 보던 길쭉하고 줄기가 많은 잘 생긴 시래기가 아니라 줄기의 길이도 작고, 줄기도 몇 가닥되지 않은 못난이였다.

50일이 넘는 지리한 장마가 끝난 이후 계속된 가뭄 탓에 시래기 무의 생육이 좋지 않은 탓이다. 무청을 자르던 한 노인분은 "올해는 작황이 나빠 예년 같으면 그냥 버렸을 시래기까지 수확하고 있다"고 했다.

양구군을 대표하는 농업회사 펌프킨도 펀치볼에서 시래기를 키운다. 박상준 펌프킨 대표는 "예년에는 6만평 이상의 밭에 시래기를 키웠지만 올해는 기상 여건이 좋지 않아 3만평 정도에 시래기를 심었는데 가뭄 때문에 수확량이 예년 수준의 절반이나 될까 싶다"고 했다.

박 대표는 2012년 농업회사법인 펌프킨을 세웠다. 양구군 해안면 고랭지에서 시래기를 직접 생산해, 홈쇼핑과 수도권 대형마트 등에 납품한다. 올해 수확량은 예년에 턱없이 부족하지만 해마다 평균 50여톤의 시래기를 직접 재배하고, 지역주민들이 생산한 시래기 50여톤쯤을 추가로 사서 건조한다.

이렇게 확보한 시래기는 해안면에 있는 가공 시설에서 하루 평균 30여명의 지역 인력이 가공해 수도권에 있는 농협 하나로 마트를 비롯해 이마트 롯데마트 등에 공급한다.

박 대표는 시래기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취나물·곤드레·토란줄기·도라지·고사리 피마자 등 20여종의 다양한 나물도 구입해 건나물과 바로 요리에 이용할 수 있는 상태로 가공해 대형마트에 공급한다.

이 곳에서 생산한 시래기는 재외 동포가 많이 거주하는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와 호주 등에도 수출된다. 박 대표가 이렇게 다양한 나물을 팔아 버는 돈은 연간 30억원쯤이다.

박 대표는 "내가 재배하는 시래기가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까보다는 어떻게 하면 질 좋은 시래기를 생산할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한다"고 했다.

비닐하우스에 건조를 위해 줄에 널린 무청. /박지환

시래기는 원래 가을철 김장 무를 수확하고 난 뒤에 얻는 부산물로 알고 있다.

"시래기는 과거 채소가 마땅치 않은 겨울을 나기 위해 김장용 무를 수확하고 난 뒤 무청을 말려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래기를 만들기 위해 전용 무를 심어 키운다. 청만 수확하고 무는 모두 버린다."

한겨울에도 마트에서 신선한 채소를 살 수 있다. 소비자가 굳이 시래기를 찾는 이유는.

"겨울철에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미네랄·식이섬유소가 골고루 들어 있어 건강에 좋은 식재료라는 점이 잘 알려지면서 시래기를 찾는 사람이 많다. 시래기에 많은 식이섬유소는 위와 장에 머물며 포만감을 주어 비만을 예방하고, 당의 농도가 높아지는 것을 막아준다. 또 철분이 많아 빈혈에 좋고, 칼슘 및 식이섬유소가 함유돼 있어 혈중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려 동맥경화 억제효과도 있다"

시래기 사업에 뛰어들게 된 배경은

"고향이 양구다. 시래기 사업을 하기 전에는 양구에서 자그마한 지역 광고업체를 운영했다. 그러던 중 다양한 농작물 유통사업을 하던 친구의 권유로 시래기 유통을 도맡아 하게 됐다. 지금은 광고업체는 아내가 운영하고 나는 시래기를 비롯해 다양한 나물 유통 사업을 하고 있다."

시래기만 취급하나.

"처음에는 양구 특산품인 시래기만 취급했다. 펀치볼에서 시래기를 생산하는 농부들의 시래기를 수집, 가공해 판매하다가 안정적인 재료 확보를 위해 직접 시래기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농사를 많이 지을 때는 6만평 정도 크기의 땅에 직접 시래기용 무를 심는데 주변 농가에서 수집한 시래기까지 합하면 연간 100톤쯤 되는 것 같다. 지금은 시래기 이외에도 계절에 맞춰 도라지·피마자·곤드레·토란줄기·고구마순·참나물·냉이·머위 등을 데친나물과 건나물 형태로 판매한다."

펀치볼 시래기가 유명한 이유는.

"양구 해안면 일명 펀치볼 지역은 일교차가 크고 토질이 좋아 영양이 우수한 시래기가 생산된다. 낮에 생산된 영양소가 밤에 기온이 떨어져 소비되지 못하고 무청에 축적되기 때문에 영양분이 타 지역보다 우수하다고 들었다. 양구 시래기는 8월 하순쯤 파종해 서리를 3회 정도 맞은 무청을 10월 말부터 11월 중순까지 수확해 덕장에서 50여일 자연 건조해 만드는데 말릴 때도 낮에는 영상, 밤에는 영하의 온도가 유지돼 다른 지역 시래기보다 부드럽고, 시래기 고유의 영양분도 파괴되지 않는다."

산으로 둘러싸인 펀치볼. /박지환기자

시래기가 몸에 좋다지만 요리를 해먹는 과정이 복잡하다.

"사실 시래기 뿐만 아니라 말린 나물은 모두 요리하는 과정이 복잡하다. 판매 확대에 커다란 걸림돌이었다. 그래서 우리도 처음에는 마른 상태로 팔았다가 나중에는 데친 나물을 진공 포장한 뒤 냉동 유통하는 방식으로 단점을 해결했다. 또 1인가구와 핵가족이 많아진다는 점을 고려해 고사리와 취나물 등 8종의 나물류는 60∼150g 단위의 소포장으로도 판매하고 있다."

나물의 종류와 양이 많아 팔기 쉽지 않을 텐데, 판로는 어떻게 개척했나.

"우리 회사는 주로 농협 하나로마트와 거래한다. 농협에서 선정하는 명인(名人)·명작(名作)으로 선발되면서 판매에 큰 도움이 됐다. 지금은 서울과 경기도 등 거의 모든 수도권 하나로마트에 납품한다. 물론 이마트와 롯데마트에도 제품을 공급한다. 가끔은 홈쇼핑 등에서도 팔고, 소비자와 직거래도 한다. 직거래 고객은 2000명이 넘는다. 이제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강원그린박람회를 비롯해 각종 식품박람회나 농산물 홍보 행사에 참여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양구 청정 농산물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매출이 상당할 것 같다.

"연간 매출이 30억원쯤 된다. 우리가 땅을 빌려 시래기용 무청을 직접 생산하기도 하지만 양구 주변 농가에서 무청을 사들이고, 도라지·고사리·피마자·토란대 등은 다른 지역에서 수매해 가공하는 형태도 있어 아직 순이익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매출 못지 않게 수익성도 중요한데.

"때문에 해외 판로 개척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한국인의 해외진출이 많은데 해외에서는 한국 나물은 먹고 싶어도 찾을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교포가 많은 미국과 호주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데 반응이 괜찮다. 지금보다 더 많은 나라에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 알아보고 있다. 또 데친나물이나 건나물보다 높은 이익을 얻기 위해 소비자가 구입해 바로 먹을 수 있는 반찬 형태로 파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만들어 팔면 인건비는 더 들겠지만 수익이 훨씬 많이 남는다."

박상준 펌프킨 대표가 나물 가공공장에서 출하를 앞둔 나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지환기자

양구에 일자리가 많지 않을텐데 펌프킨 덕분에 일자리도 좀 생기겠다.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의 수는 월 평균 30명쯤 된다. 양구는 인구가 3만명이 되지 않지만 산업시설도 거의 없어 일자리가 많지 않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우리 회사가 나름 지역 사회에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건나물과 데친 나물을 이용해 반찬으로 만드는 사업까지 추가하면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해 고용창출에 좀 더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역 공동체에도 관심이 많은가.

"우리회사는 아직 작지만 아무래도 양구가 작은 지역이다보니 나름의 역할이 있다. 지역 농촌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 일자리 창출에 힘쓰고 있으며, 독거노인 연탄지원·결손가정 생필품지원 등 지역 취약계층을 위한 봉사도 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좋은 평가를 얻어야 일 하기도 좋다."

향후 계획은.

"우리는 나물을 팔지만 기술력과 성장성을 인정받아 중소기업부로부터 벤처기업 인증까지 받은 기업이다.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더 좋은 종자를 심고, 본연의 영양이 보존된 식품을 생산하고 전달해 소비자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종합식품유통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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