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복 김선생] 미쉐린 스타의 경제적 가치는?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2020. 11. 2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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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 셰프들은 어제(19일) 수능시험 성적 발표날보다 더 떨리고 초초했을 겁니다. 프랑스 타이어 회사 미쉐린이 내놓은 레스토랑 평가·안내서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1’이 발표되는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날 미쉐린측은 일식당 ‘무니’와 ‘미토우, 프랑스 레스토랑 ‘라망 시크레’와 한식 레스토랑 ‘세븐스도어’가 각각 별 1개를 받으며 새롭게 추가됐다고 발표했습니다. 2스타와 3스타 레스토랑은 지난해와 변화가 없었습니다. 모던 한식당 ‘가온’과 ‘라연’은 올해도 3스타를, ‘권숙수’ ‘모수’ ‘밍글스’ ‘알라프리마’ ‘임프레션’ ‘정식당’ ‘코지마’는 올해도 2스타를 유지했습니다. 미쉐린 가이드는 올해 처음으로 지속 가능한 미식을 실천하는 식당에 수여하는 ‘미쉐린 그린 스타’를 신설하고, ‘황금콩밭’과 ‘꽃, 밥에피다’를 선정했습니다.

올해는 선정 논란이 터져나오지 않을까요. 지난해에는 발표 바로 다음날 이탈리아 레스토랑 ‘리스토란테 에오’를 운영하는 어윤권 셰프가 미쉐린 측을 모욕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습니다. 어 셰프는 “명확한 심사 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매체의 권위를 이용해 마음대로 등급을 매기고, 평가 제외 요청에도 운영 중인 레스토랑을 낮은 등급으로 가이드북에 기재한 점이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어 셰프가 운영하는 에오는 미쉐린으로부터 2년간(2017·2018년판) 별 1개를 받았다가 2019년판에서는 제외됐고, 지난해 발표된 2020년판에서는 별 1개보다 아래 등급인 ‘더 플레이트’에 등재됐습니다.

미쉐린 가이드 발표 직전에는 한식당 ‘윤가명가’를 운영하는 윤경숙씨가 “미쉐린 가이드 측이 돈을 받고 별을 팔려고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윤씨는 ‘미쉐린 가이드 중간 관계자라고 밝힌 인물이 컨설팅 명목으로 5000만원과 비행기값 등을 요구했다’고 오래 전부터 주장해왔습니다.

이처럼 미쉐린 가이드는 발표 때마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선정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미쉐린 스타’가 갖는 상징성과 가치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죠. 요리사들은 “요리를 하는 사람으로서 미쉐린 스타는 인생의 가장 큰 목표이자 가장 큰 영광”이라고 말합니다. 미쉐린 스타는 요리사에게 영광일뿐 아니라 금전적으로도 큰 이익이 됩니다. 그렇다면 미쉐린 별의 경제적 효과는 얼마나 될까요.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1 발표 모습. 올해는 코로나로 직접 발표하는 대신 온라인 발표로 대신했습니다./미쉐린 코리아

◇손님과 매출 급등… ‘미쉐린 효과’

‘미쉐린 효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미쉐린 스타를 획득하는 순간 예약이 몰리면서 매출이 급증한다고 해서 만들어진 말이죠. 2018년 사망한 프랑스 요리사 조엘 로부숑(Robuchon)은 한때 세계 여러 도시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을 통해 총 32개 미쉐린 스타를 획득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별을 거머쥔 요리사’로 유명했습니다. 로부숑은 “미쉐린 스타 1개를 받으면 매출이 20% 상승하고, 2개를 획득하면 40%, 3개면 100% 늘어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셰프들은 대체로 로부숑의 말에 동의합니다. 별 1개를 획득한 서울 청담동 M 레스토랑 오너셰프 P씨는 “2017년 미쉐린 스타를 받기 전과 후의 매출을 비교하면 평균 30% 상승했다”며 “총 20석 중에서 이전에는 매달 평균 점심·저녁으로 각각 10석 정도가 찼던 반면 미쉐린 스타 획득 이후로는 14~15석이 찼다”고 했다. “그게 돈으로는 얼마냐”고 묻자, P 셰프는 “구체적 금액은 말해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대략적인 금액을 계산해봤습니다. M 레스토랑은 점심과 저녁을 1가지 단일 코스로만 냅니다. 점심 코스는 6만5000원, 저녁 코스 13만5000원입니다. M 레스토랑이 쉬는 날은 매주 일요일입니다. 1년 365일 중에서 일요일은 약 53일. 미쉐린 스타 획득 이전 점심과 저녁 각각 10석씩 찼다가 가정했을 경우 연 매출은 총 6억2400만원입니다. 미쉐린 스타 획득 이후 점심·저녁 15석씩 찼다고 가정하면 연 매출은 총 9억3600만원. 결국 미쉐린 별 1개가 M 레스토랑에 가져다 준 추가 수익은 3억1200만원, 매출 상승 효과는 33.3%가 발생했다고 추정 가능합니다.

외식·호텔업계에서는 “미쉐린 스타의 경제적 효과는 단순히 매출로만 따질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미쉐린 스타가 가져다 주는 마케팅·홍보 효과를 함께 따져보면 그 금전적 가치는 훨씬 크다는 것이죠.

서울 강남의 한 특급호텔 총주방장은 “호텔 입장에서 미쉐린 별 1개의 가치는 100억원은 충분히 된다”고 했습니다. “호텔의 레스토랑이 미쉐린 스타를 받으면 해당 식당뿐 아니라 호텔 내 다른 식당들의 매출도 끌어올려줍니다. 뿐만 아니라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을 맛보려는 해외 손님들이 찾아오는데, 아무래도 레스토랑이 있는 호텔에 투숙할 가능성이 높지요. 호텔 입장에서는 식당은 별 돈이 되지 않아요. 객실이 차야 돈을 벌죠. 호텔들이 미쉐린 별을 받으려고 혈안이 되는 건 그래서죠.”

미쉐린 스타는 값비싼 파인다이닝(fine dining·고급) 레스토랑에게 특히 소중합니다. 해외 미식가들을 불러 모으는 모객(募客) 능력에서 미쉐린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이죠.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국내 손님만으로는 불안정합니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고급 미식(美食) 시장이 성숙한 극소수 국가를 빼면, 해외 미식가 손님들의 방문은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생존에 필수적입니다.

모던 한식당 ‘주옥’신창호 셰프는 “별을 받으면서 외국인 손님이 엄청 늘었다”며 “미쉐린 가이드에 소개되기 전 외국인 손님이 사실상 0%이다가 소개된 후로는 30%까지 올라갔다”고 했습니다. 올해까지 5년 연속 미쉐린 최고 병가인 별 3개를 획득한 ‘가온’조희경 대표도 “가온을 몰랐던 외국 고객들이 크게 늘었다는 게 가장 고무적”이라고 했습니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1년판./미쉐린 코리아

◇식당 폐업·셰프 자살… ‘미쉐린의 저주’

미쉐린 스타가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별을 받아서 망하기도 합니다. 이른바 ‘미쉐린의 저주’입니다. 프랑스 대표 요리사 중 하나로 서울에도 지점을 낸 피에르 가니에르(Gagnaire)는 1986년 별 둘, 1993년 별 셋을 받았음에도 1996년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부도를 냈습니다. 이후 파리에 다시 레스토랑을 열어서 별 셋을 되찾으며 간신히 재기했죠.

별을 획득하고 유지하려면 끊임없이 투자해야 합니다. 값비싼 식재료를 아끼지 않고 사용해야 합니다. 극진하고 여유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손님을 많이 받을 수 없습니다.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갖추려면 포크·나이프·접시·테이블·의자도 최고급이라야 하죠. 무리하게 투자했지만 그만큼의 수익이 추가로 발생하지 않으면 재정이 불안정해지거나 문을 닫게 됩니다. 미국 코넬대학이 발간하는 호텔외식산업 전문 계간지 ‘코넬 호스피털리티 쿼털리(Cornell Hospitality Quarterly)’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쉐린 별 2·3개를 획득한 유럽의 레스토랑 26개 중 절반 가까이가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부담감과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걸리는 요리사도 상당수입니다. 심지어 자살하기도 합니다. 지난 2003년 별 셋에서 별 둘로 강등될 것이라는 루머에 따른 극심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프랑스 ‘라 코트 도르(La Cote d’Or)’ 오너셰프 베르나르 루아조(Loiseau)가 목숨을 끊었습니다. 루아조는 식당을 확장하기 위해 은행에서 수십억 원을 대출 받았죠. 평점이 하락하면 매출이 떨어져 빚을 갚지 못하게 될까 봐 괴로워하다가 결국 최후의 선택을 했습니다. 자살하고 나흘 뒤 공개된 미쉐린 가이드에서 그의 레스토랑은 별 셋 그대로였으니, 가족·친지와 단골들의 안타까움은 더욱 컸습니다.

◇”비밀주의와 익명성 지켜나가겠다”

미쉐린 가이드는 식당을 ‘미쉐린 스타’(1~3개)와 ‘빕 구르망(Bib Gourmand)’, ‘플레이트(Plate)’로 구분해 등재합니다. 미쉐린 스타는 요리 즉 음식의 맛만을 평가합니다. 1개는 ‘요리가 훌륭한 식당’, 2개는 ‘요리가 훌륭해 멀리 찾아갈 만한 식당’, 3개는 ‘요리가 매우 훌륭해 특별한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식당’을 의미한다고 미쉐린 측은 말합니다. 장소·분위기·서비스·식기 평가 결과는 스푼과 포크가 겹쳐진 모양의 픽토그램을 사용합니다. 미쉐린 스타 아래인 빕 그루망은 ‘합리적 가격으로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에, 플레이트는 ‘좋은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에 부여합니다.

미쉐린 측은 △창의성 △요리법과 풍미의 완벽성 △재료 수준 △가격의 합리성 △메뉴와 맛의 일관성이라는 5가지 평가 기준 외에 평가 진행방식이나 평가단의 국적이나 전문성 등을 공개하지 않는 ‘비밀주의’를 고수합니다. 미쉐린은 “암행 평가가 공정성을 유지해온 비결”이라고 주장하죠.

그러나 어윤권 셰프와 윤경숙 대표를 포함한 많은 이들은 암행 평가와 공정성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합니다. 외식업계 일각에선 “미쉐린의 권위는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나 가능했던 것으로, 모든 사람이 평가하고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요즘 누가 어떻게 평가했는지 모르는 별점(미쉐린 스타)는 의미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일반 대중의 평가는 여론에 휩쓸린 인기 투표가 되거나 마케팅에 오도될 수 있다”며 “전문성을 갖춘 평가원의 제대로 된 리뷰가 필요하다”고 반박하는 이들도 상당수입니다.

미쉐린 측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비밀주의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풀레넥 디렉터는 “비밀주의와 익명성은 미쉐린의 키(key)”라며 “미쉐린이 전 세계적으로 등급을 부여하고 평가하는 방법은 일관성이 있고, 앞서 여러 나라에서 신뢰성이 입증됐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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