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힘을 믿는 자가 좋은 곡까지 써내면

배순탁 2020. 11. 2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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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이라는 친구가 있다.

이번 주에는 차우진 평론가 덕에 발견한 음악 두 곡에 대해 적는다.

이 둘은 어둠 속에서도 노래 부르는 자의 힘을 믿는다.

음악의 힘을 믿는 자가 좋은 곡까지 써내면 당해낼 도리 따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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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지게 하는 36개의 질문을 재현한 음악. 어둠 속에서도 노래 부르는 자의 힘을 믿는 가수.
포크 2인조 ‘시프렛’의 잭 세드먼(왼쪽, 보컬)과 해리 드레이퍼(기타).

차우진이라는 친구가 있다. 동료 음악평론가다. 이 친구의 재능은 탁월하다. 글 잘 쓰는 건 기본이고 무엇보다 분석력이 좋다. 재능이 많다 보니 음악 관련해 하는 일도 다양하다. 심지어 돈 안 되는 일도 필요하다 싶으면 열심히 한다. 그중 일주일에 한 번 구독자에게 메일로 편지 쓰는 게 있다. 자칭 ‘말 많고 고독한 디제이의 밤 편지’다.

그렇다. 스스로 고백했듯이 그는 참 말이 많다. 왜 이런 친구 하나쯤은 주변에 있지 않나. 괜찮은 사람인데 가끔 (기분 나쁘지는 않게) 피곤하다 싶을 때가 있는 친구. 그럼에도 내가 그의 말에 귀 기울이는 이유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보석 같은 음악을 건질 수 있어서다. 예전에 이 지면에서 강조했듯 좋은 취향은 나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주변에 신뢰할 만한 취향을 지닌 지인을 여럿 둬야 한다. 이번 주에는 차우진 평론가 덕에 발견한 음악 두 곡에 대해 적는다. 이미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소개했는데 반응이 꽤 뜨거웠음을 먼저 밝힌다.

Seafret ‘Wildfire’(2016)

2015년 1월 〈뉴욕타임스〉의 기사 하나가 입소문을 모았던 적이 있다. 기사의 타이틀은 ‘The 36 Questions That Lead to Love’. 해석하면 ‘사랑에 빠지게 하는 36개의 질문’ 정도 될 것이다. 이 질문을 개발한 건 심리학자 아서 애런이었다. 그는 질문을 만든 뒤 지원자를 받아 서로 대화하게 했는데 그중 몇몇 커플이 결혼에 이르렀다고 한다. 궁금하면 인터넷에 한글로 쳐보기를 바란다. 워낙 화제여서 한글로 번역해놓은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영국 출신 포크 2인조 시프렛의 ‘와일드파이어(Wildfire)’는 이 36개 질문을 ‘재현’한 음악이다. 둘은 노래를 만든 후 지원자를 모집하고 뮤직비디오 촬영을 시작했다. 둘씩 나뉜 이 지원자들은 위의 질문을 서로에게 하면서 때로는 웃고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수줍은 듯 미소를 짓는다. 이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어쨌든 우리는 인간의 선의를 믿을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 인간의 잔인함에 절망하다가도 저 따스한 눈빛을 바라보면 결국 희망 또한 인간에게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구나 하는 생각. 그렇다면 그 선의를 가로막고 적의를 부추기는 존재는 과연 무엇일까. 존 레넌의 ‘이매진’ 속 노랫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밤이다.

Old Sea Brigade & Luke Sital-Singh ‘Summertime Low’(2020)

올드 시 브리게이드의 본명은 벤 크레이머. 미국 내슈빌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포크·컨트리 싱어송라이터다. 루크 시탈싱은 인도계 뮤지션이다. 기실 차우진 평론가가 추천한 건 이 두 뮤지션의 다른 곡 ‘콜 미 웬 유 랜드(Call Me When You Land)’였다. 팬데믹 와중에 발표한 곡으로 서로 멀리 떨어진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작곡한 결과물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 마음을 더 뒤흔든 건 같은 앨범에 수록된 ‘서머타임 로(Summertime Low)’였다. 뭐랄까. 마치 ‘한숨’ 같은 이 곡을 나는 정말이지 사랑한다.

앨범 제목에 주목하기 바란다. 〈All The Ways You Sing In The Dark〉. 그렇다. 이 둘은 어둠 속에서도 노래 부르는 자의 힘을 믿는다. 음악의 힘을 믿는다. 이 곡 ‘서머타임 로’를 들어보라. 음악의 힘을 믿는 자가 좋은 곡까지 써내면 당해낼 도리 따위 없다.

배순탁 (음악평론가∙<배철수의 음악캠프>작가)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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