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공포의 대못박기'와 '대선 결과 뒤집기' 동시 추진 [특파원+]

국기연 2020. 11. 2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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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이 대선 불복에 그치지 않고, 조 바이든 당선인 정부의 출범을 방해하면서 차기 정부가 트럼프 정부의 대내외 정책을 되돌릴 수 없도록 공포의 ‘대못 박기’를 계속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엇보다 대선 결과 뒤집기에 나서고 있다. 우선 트럼프 캠프는 주요 경합 주가 개표 결과에 대한 확인증 발급을 못 하게 한다. 이렇게 되면 대통령을 뽑는 선거인단을 선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미시간주 등에서 이 전략이 먹히지 않자 펜실베이니아 주 등 공화당이 주 의회의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경합 주에서 선거인단을 선출할 때 바이든 당선인이 승리했어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표를 던질 인사로 선거인단을 선출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이끄는 법률팀은 경합 주에서 연쇄 소송전을 전개하면서 최대한 시간을 벌고 있다.

◆트럼프의 ‘벙커 심리’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벙커 심리’(bunker mentality) 상태에 있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벙커 심리는 포탄이 쏟아지는 전장에서 머리를 내밀지 않은 채 사태가 진정되기를 기다리는 심리 상태를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이 끝난 지 2주일 동안 백악관에 칩거하면서 대외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그는 주말에 백악관에서 가까운 버지니아주에 있는 자신의 골프장에서 골프로 시간을 보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내가 이겼다’는 트위터 글을 연쇄적으로 올리거나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 등 12명가량의 ‘눈엣가시’ 고위직 인사를 트위터로 해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가족은 당초 다음 주에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추수감사절 연휴를 보내려던 계획도 취소했다고 CNN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벙커 심리는 심각한 국정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CNN은 “아돌프 히틀러가 말년에 벙커 심리 상태에 빠져 오로자 아첨꾼만을 주변에 두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소송전에서 연전연패하고 있으나 소송전으로 선거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고 강변하는 줄리아니 전 시장에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대내외 정책 대못 박기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정부가 쉽게 되돌리 수 없도록 중대한 대외 정책을 속속 실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당인 공화당 일각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에 주둔하는 미군의 감축을 강행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추가 제재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에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군사 공격을 검토했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스라엘 정착촌을 순방하는 등 일방적인 이스라엘 편들기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바이든 당선인과 재대결을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바이든 정부의 앞길에 장애물을 설치하고 있다고 CNN이 지적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당선인 측에 일절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연일 새 정부가 출범해도 준비 부족으로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몇 달 이상 늦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2월 말로 시한이 다가오는 주요 경제 조처에도 ‘일부러’ 손을 놓고 있다고 CNN이 보도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실험 보험 지급, 대학 학자금 융자 상환 유예, 주 정부 등 지방 정부 재정 지원, 세입자 축출 유예 등이 모두 올해 안에 끝난다.

웨인 카운티 선거관리위원회 의장 모니카 팔머(왼쪽)와 민주당 조너선 킨로치 부의장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선거 인증안을 논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선거 결과 뒤집기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핵심 경합 주인 미시간의 주 의회 공화당 지도부를 백악관에 초청한다. AP는 미시간 주가 바이든이 승리한 개표 결과를 승인하지 않으면 주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선거인단을 선출하도록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시간 주 법에 따르면 주 의회가 임의로 선거인단을 선정하거나 최다 득표자가 아닌 사람을 지지하는 선거인단을 뽑을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AP가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시간에 있는 웨인 카운티에서 공화당 측 개표 참관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모니카 파머에게 17일 밤 직접 전화를 걸어 통화했다고 워싱턴 포스트(WP)가 보도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급기야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지연시킬 권한을 가진 카운티 단위의 하급 관리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캠프는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대선 결과에 결함이 있다며 주 의회가 선거인단을 선정하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소송을 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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