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경마' 도입 본격 논의 착수, 여야 공감대에도 연내 처리 '불투명'

강성규 기자 2020. 11. 20.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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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3건 농해수위 소위 회부, '경마=사행산업' 인식 발목
재단장을 마친 88 올림픽 승마장에서 대회를 준비하는 승마 선수© 뉴스1(한국 마사회 제공)

(서울=뉴스1) 강성규 기자 = 고사 위기에 빠진 말산업을 살리기 위해 '언택트 경마' 도입이 논의되고 있지만 쉽게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여야 모두 도입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사행산업을 조장한다'는 비난이 제기될 수 있어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국내 말산업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장기화로 신음하고 있다. 특히 말산업의 90%를 차지하는 경마가 정상화되지 않고 있는 것이 직격탄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행법상 경마장 안팎 제한된 공간에서만 허용된 마권을 온라인 시스템으로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언택트 경마'법, 소위 회부…여야 공감대는 넓혀 20일 국회와 마사회 등에 따르면 이같은 내용을 담은 마사회법 개정안 3건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지난 13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돼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지난 8월과 9월 김승남·윤재갑 민주당 의원에 이어 10월7일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도 개정안을 발의했다. 소관상임위인 농해수위 야당 간사인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 또한 조만간 관련 법안을 발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법안을 둘러싼 여야 논쟁의 소지 많지 않다. 문제는 정부의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나 국무총리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등 관련 부처·기관이 여전히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 공감대가 형성된만큼 법안 처리를 강행할 수도 있지만 소관 부처의 입장을 무시하기도 어렵다. 법안 통과 후 후속조치들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의지와 협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처리 강행시 부정적인 여론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태균 농해수위 전문위원은 법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국회의) 개정안 입법취지와 (마사회 등) 이해관계자 및 정부의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법정책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의원들 또한 '속도조절'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올해내 법안이 처리되기는 힘들 것이란 기류가 강하다. 다만 정치권에선 상임위 논의와 정부 협의 등을 거쳐 내년 2월까지는 처리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국회에선 경륜·경정 등도 경마와 유사한 '언택트'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소관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조만간 발의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련 부처가 이들 업계 및 정치권의 요구를 전반적으로 반영한 '종합대책'을 내놓고, 국회와도 협의를 시작한다면 법안 처리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예상이다.

12월 9일 종료되는 정기국회에 이어 12월 임시국회를 열기로 여야가 합의하고 정부의 대책 검토 움직임도 빨라진다면 올해내 처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경마를 제외한 사행산업 대다수는 문체부와 문체위 소관"이라며 "특히 스포츠 토토 등의 경우 현재도 온라인 사업이 무리없이 잘 되고 있지 않나. 이같은 동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경마·경륜 등의 온라인 발권 도입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천경마공원에 설치된 방역센터© 뉴스1(한국 마사회 제공)

◇'부정여론·부작용' 의식…마사회 "보완장치로 해소 가능"

정부가 '온라인 사업화'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은 '경마는 도박'이라는 국민들의 부정적 여론 때문이다.

농해수위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온라인 마권 발매는 사행성 심화, 불법 경마 확산 등의 부작용에 대한 제도적 안전장치와 마사회·경마 등의 부정적 인식 해소 방안에 대한 검토, 충분한 의견수렴 등 공감대 형성을 거쳐 도입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또 사행산업감독위는 "온라인 발매를 도입할 경우 청소년 이용 등 이용자 식별이 어렵고, 구매상한제 등 건전화 정책을 담보하기 어려우며 불법도박 사이트에 경주 실황 영상 유출 증가 등 문제가 우려된다"고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마사회와 여야 의원들은 언택트 시스템 도입으로 투명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오히려 경마의 '불법화', '지하화'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반박한다.

실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불법 사설경마 이용자 중 약 70%가 합법 온라인 경마서비스가 제공될 경우 사설 경마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부작용으로 제시되고 있는 문제점들 또한 보완장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청소년 접근 가능성 및 타인 명의도용 우려는 '이용자 인증시스템' 등 ICT기반 통제시스템 구축, 경주실황 유출로 인한 불법경마 확산 우려는 도용방지 기술 접목 및 처벌 강화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또 이용자 과몰입 증대 우려는 구매상환 관리 등 이용자보호 법제화 및 통제장치 마련, 국민의 사회적 공감대 부족은 경마혁신을 통한 부정적 인식 개선으로 해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시름 깊어지는 말산업계…"축발기금 출연도 불가"

법안의 올해내 처리가 불투명해지면서 조속한 처리를 요청해 온 말산업계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마사회는 지난 10월말부터 가용좌석의 20% 수준으로 관객 입장을 허용해 경마를 재개했다. 지난 16일부터는 '스포츠말 품평회', '국산 어린말 승마대회', '한국마사회장배 전국 승마대회', '장애인 재활승마대회' 등 4개 승마대회를 '무관중'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관객 제한이나 무관중 행사가 늘어날 수록 오히려 마사회의 적자는 늘어나는 '악순환'이 거듭된다. 마권 판매는 늘지 않는 상황에서 행사 상금·인력비 등 지출 규모는 그대로이거나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의 '2020~2024년 재정 관련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올해 마사회의 순손실액은 3448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무관중 경마대회 개최 등으로 이 예상치보다 적자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게 마사회 측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경마중단 기간 동안 기수∙조교사∙관리사 등 1100명에 이르는 경마 관계자들은 물론 경마장과 밀접하게 연관된 자영업자와 근로자, 말을 공급하는 말 생산농가의 수입원도 모두 끊겼다.

마사회가 상당 부분을 부담해 온 축산발전기금(축발기금)도 향후 3~5년간 출연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축발기금은 Δ축산업 구조 개선과 생산성 향상 Δ가축과 축산물의 수급과 가격 안정 Δ가축 위생과 방역 Δ말산업 발전 관련 사업 등에 쓰인다.

마사회는 매년 당기순이익의 70%를 축발기금으로 납부하고 있다. 마사회의 매출이 매년 감소하며 출연금도 지난 2011년 1835억원에서 지난해 1264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지난해말 기준 조성액 9조8000억원 중 마사회 납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조103억원으로 전체의 30.6%에 달했다.

마사회 관계자는 "마사회는 2010년 이후 매출액이 정체·하락기에 접어든 상황"이라며 "이에 불법경마수요 흡수 등을 위해 온라인 발매를 허용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합법적 경마사업을 통한 이익금의 70%가 국내 축산업과 축산 농가에 대한 지원기금으로 사용되는 현실을 감안해 합리적이고 형평성 있는 육성과 규제 정책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sgk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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