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리야드 리츠칼튼, 그곳에서는 폭행과 협박이 있었다

이현택 기자 2020. 11. 20.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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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칼튼 리야드 호텔./호텔 홈페이지 캡처

지난 2017년 11월 400명 가까이 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유력 인사들이 구금됐던 리야드 리츠칼튼호텔에서의 실상이 공개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9일(현지 시각) 단독보도를 통해 당시 구금됐던 사우디 인사들의 증언을 담았다.

신문에 따르면, 당시 사우디 정부는 왕족과 기업 총수, 장관 등 유력인사 약 400명을 소환해 리야드 리츠칼튼호텔에 구금했다. 사우디 역사상 가장 큰 ‘럭셔리 교도소’로 불리는 사건이었다.

우선 구금 첫날에는 눈을 가리고 마구 폭행을 가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끌려온 인사들은 왜 자신이 여기에 있느냐고 물었지만 대답은 들을 수 없고 계속 폭행만 가해졌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잡혀온 인사들이) 대부분 절대왕정에서 호의호식했던 오랜 친구거나 왕족이라 (소환된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후 이들은 벽에 묶여 있거나 아니면 벌 받는 것 같은 자세를 몇 시간씩 유지해야 했다. 이는 다분히 기선제압용이다. 하루 동안 고문을 진행한 다음 날에는 심문관이 나타난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후 수감자들은 호텔 객실에 수용된다. 심문은 자료나 데이터 없이 진행된다. 이 때문에 일부 수감자들은 심문 과정에서 사우디 국내 재산만 걸리고 해외 재산에 대해서는 다루지 못했다고 한다.

또한 심문과정에서 관계자들은 구금된 인사들에게 외도 사실을 알리겠다거나 정부 승인 없이 진행한 사업 협상에 대해 언급하는 등 협박을 일삼았다.

이들 정부 관계자들이 관련이 없는 국내외 인사들에게 자문을 해 억지로 보고서를 짜맞춘 듯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브라힘 와드 미 터프츠대 국제재무 겸임교수 역시 그 중 하나다. 그는 2017년 중순 쯤 사우디 출신 옛 제자들에게 연락이 자주 와 “사우디에서 무슨 일이 있겠다” 하는 직감이 들었다고 한다. 사우디 기업이나 기업인에 대해 재무적인 질문을 하는 것은 물론, 약간의 헛소리도 있었다고 한다. 와드 교수는 “이들이 사우디 기업인들을 소환하기 위해 보고서를 쓰는 것이 명백했다”면서 “하지만 (연락해 온) 일부 사우디인은 투자 구조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 측 관계자들이) 소환하는 인사들의 순자산을 추측하려 했다”고 전했다.

사우디 정부 측은 이들에게서 압류한 재산이 87명분 1070억 달러(약 120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주도한 모함마드 빈 살맘 왕세자는 이들의 부패를 벌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압류 금액은 280억(31조원) 달러 수준에 그치고, 이번 사건으로 인해 사우디 왕가와 재계의 신뢰는 깨졌다는게 가디언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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