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을] 둑길 / 함명춘
한겨레 2020. 11. 20. 05:07
둑길
_함 명 춘
또 갈 곳 잃어
떠도는 나뭇잎이랑, 꼭 다문
어둠의 입속에 있다 한숨처럼
쏟아져 나오는 바람이랑, 상처에서 상처로
뿌리를 내리다 갈대밭이 되어버린
적막이랑, 지나는 구름의
손결만 닿아도 와락 눈물을
쏟을 것 같은 별이랑, 어느새
잔뿌리부터 하염없이 젖기 시작하는
풀잎이랑, 한 줌의 흙 한 그루의 나무 없인
잠시도 살 수 없는 듯 어느 결에
맨발로 내려와 둑길을
걷는 달빛이랑
-시집 <지하철엔 해녀가 산다>(천년의시작)에서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겨레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윤석열 ‘중도 하차’ 시키자니 역풍 우려…고민 깊어지는 당·청
- 스타벅스 얼음이 무차별 집단소송 예고편? 가짜뉴스였다
- ‘사법농단 인사 불이익’ 현직 판사,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손배 소송
- 아시아나 구조조정 없다?…소외된 자회사·하청 노동자 ‘불안’
- 눈치보지 않는 노동 출발점은 기본소득
- 연이틀 300명대…“1명이 1.5명 전파”
- “절대 밥 해먹지 마” 인천 그날 이후로도, 엄마가 해줄 말은…
- 트럼프 행정부, ‘사형중단 공약’ 바이든 취임 전 3명 사형 집행
- 일단 멈춘 법무부 “검찰 성역은 없다”… 대검 “근거부터 대라”
- ‘의료체계 붕괴 위기’ 이탈리아, 세계 분쟁지역 구호단체에 도움 요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