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네가, 나를 구한다고?

최윤아 2020. 11. 20.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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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밤이었어요. 숲 너머가 갑자기 환해졌어요. 그렇게 아름다운 밤하늘은 처음 보았지요."

<숲속의 어느 날> 은 지난해 9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발생해 6개월 동안 서울의 100배에 이르는 면적을 태워버린 산불을 모티브 삼아 만든 책이다.

그러던 어느 날, 평화롭던 숲이 시뻘건 화염에 휩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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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어느 날

권오준 글, 최하진 그림/해와나무·1만2000원

“어느 날 밤이었어요. 숲 너머가 갑자기 환해졌어요. 그렇게 아름다운 밤하늘은 처음 보았지요.”

이 돌연한 환함은 무자비한 산불의 서막이었다. <숲속의 어느 날>은 지난해 9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발생해 6개월 동안 서울의 100배에 이르는 면적을 태워버린 산불을 모티브 삼아 만든 책이다.

웜뱃은 숲의 외톨이다. 짧은 다리에 기다란 앞니, 통통한 몸에 갈고리 같은 발톱 때문에 “이상하게 생겼다”는 소리를 자주 듣고, 시도 때도 없이 굴을 파는 기이한 행태로 주변 동물들에게 원성을 산다. “웜뱃이 숲을 다 망쳐놓고 있어!” “굴 파는 소리에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어!” “나는 지난밤 웜뱃의 구덩이에 빠졌는걸.” 캥거루, 코알라와 토끼는 웜뱃을 성토하기 바쁘다.

해와나무 제공

그러던 어느 날, 평화롭던 숲이 시뻘건 화염에 휩싸인다. ‘번쩍번쩍’ ‘타닥타닥’ 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동물들은 어쩔 줄 모르고 우왕좌왕한다. 그때, 웜뱃이 소리친다. “어서 이리 와!” 동물 친구들은 웜뱃이 파놓은 안전한 굴속으로 몸을 숨기고, 굴 바닥에 고인 물을 마시며 메케한 연기를 씻어낸다. 좁은 굴속에서 서로의 거리를 좁혀가던 그때 ‘쏴아’ 비가 내린다. 굴 밖으로 빼꼼 고개를 내밀어 산불이 꺼진 걸 확인한 동물들은 말한다. “웜뱃이 우리를 구했어! 넌 우리의 영웅이야!”

외양이나 행동이 특이한 대상을 향해 쉽게 거부감을 표출하는 아이에게 소리 내 읽어주면 좋을 책이다. 우리는 서로를 구하고 또 구조되는 존재라는 사실, ‘이상하기만 한’ 존재는 없다는 사실을 산불이라는 극적인 상황의 도움을 받아 일러줄 수 있다. 4살 이상.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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