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인간-환경' 세 축 이해해야 생태계 보인다

허윤희 2020. 11. 20.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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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학자가 쓴 생태계 구조와 기능 연구하는 '생태계 생태학' 입문서
지구 구성요소들 특성과 상호작용 연구, 환경 문제 등 해결할 열쇠로

다양성을 엮다 강호정 지음/이음·1만7000원

미디어 생태계, 아이티(IT) 생태계, 바이오 생태계, 산업 생태계, 블록체인 생태계…. 요즘 여러 분야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가 바로 생태계이다. 생태계는 생물과 무생물적인 환경으로 구성된 생태학적 단위로, 이 안에 담긴 생물과 환경 간의 긴밀한 관계와 연결성이라는 의미만을 빌려 쓴 것이다. 기후위기, 생물다양성 파괴 등 다양한 환경 문제를 이야기할 때에도 생태계가 자주 등장한다.

생태계라는 용어는 언제 탄생한 것일까. 생태계를 연구하는 생태학자인 강호정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다양성을 엮다>에서 생태계 개념의 유래와 역사적 전개 과정, 생태계 연구자들의 연구 내용, 북극·사막 생태계의 특징을 상세히 설명한다. 책은 생태계의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는 ‘생태계 생태학’ 입문서이다. 

생태계라는 용어를 처음 만든 이는 영국의 식물생태학자 아서 탠슬리(1871~1955)이다. 그는 1935년 과학 전문 학술지 <에콜로지>에 생태계라는 용어를 처음 소개했다. 그가 정의한 생태계는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물리적 위계에서 생물 집단과 환경으로 이루어진, 어찌 보면 생물군계보다 작고 군집보다는 큰 물리적인 실체’이다. 생태계가 담은 중요한 의미는 뚜렷한 경계가 있는 대상이고 생태계 내에서는 여러 가지 구성요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구성요소들 사이의 상호작용이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데 중요하다. 

생태학자들의 연구지 중 하나인 영국 웨일스에 있는 이탄형 습지. 이곳은 ‘스패그넘’이라는 이름의 이끼류가 주로 서식하는 지역이다. 이음 제공

미국의 생태학자 유진 오덤은 이 생태계 개념을 생태학의 연구 중심축으로 세웠다. <생태학의 기초>(1953)에서 생태학을 ‘자연의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는 학문으로 정의했다. 여기서 기능은 에너지 흐름과 물질 순환을 말하는데, 이것이 현대 생태계 연구의 핵심이 되었다. 이후 생태학 연구 방향도 바뀌었다. 단순히 숲이나 자연을 두루 살피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경계를 정하고 그 경계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몇 가지 구성요소로 나누어 관찰하게 되었다.

학계에서 사용되던 생태계라는 용어의 대중화를 이끈 사람은 미국의 해양생물학자이자 작가인 레이철 카슨이다. 그의 대표 저서인 <침묵의 봄>(1962)에서 살충제가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통해 생명체에 축적되고 그것이 인간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했다. “‘생태계’라고 하는 복잡한 시스템을 이해하지 않으면 우리가 직면한 환경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는 사실을” 일깨운 것이다.

이후 생태계 연구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것은 에너지 흐름이다. 에너지 흐름을 이해하려면 동식물의 먹이사슬 구조를 알아야 한다. 일례로 200㎏의 호랑이 한 마리가 생존하려면 먹이가 되는 초식 동물은 적어도 2톤 이상 있어야 한다. 초식 동물들이 살아가려면 자신들의 먹이가 되는 식물이 20톤 이상 필요하다. 이는 생태계 복원을 위해선 생명체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많아야 한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전체 먹이망의 회복이 필수 조건이다. 그 먹이망의 근본이 되는 것은 광합성을 하는 넓은 숲이다. 에너지 흐름 측면에서 보면, 생태계는 약육강식의 세계가 아니다. 먹이사슬 최상에 존재하는 소수의 생물체가 살아남으려면 개개는 작지만 합치면 엄청난 양이 되는 식물체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에너지 흐름과 더불어 물질 순환은 생태계 연구의 중요한 영역이다. 물질 순환이란 지구 상에 존재하는 물질들이 화학적 형태를 바꾸면서 위치를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탄소 순환, 질소 순환, 인 순환이 이에 해당한다. 생태계의 물질 순환 생태계에서 생물 군집은 무기환경과 끊임없이 물질을 주고받으며 생활한다. 즉 생물은 비생물 환경으로부터 물질을 받아 유기물을 만들며, 이것은 먹이연쇄를 따라 이동하지만 결국 다시 비생물 환경으로 되돌아간다.

물질 순환과 에너지 흐름에서 자주 발견되는 것은 협력의 관계다. 협력은 생태계 존재의 필수 조건이다. 우리 세포 하나하나에 들어 있는 “미토콘드리아도 아주 오래전에 외부에서 들어온 세포가 우리 몸의 세포와 협력해서 안정화된” 것이다. 생물들은 자기와 가까운 유전자를 가진 친족들을 위해서 기꺼이 희생하기도 한다. 이를 ‘혈연선택’이라 부른다.

최근에는 인간이 한 구성요소로 작동하는 생태계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생물과 환경의 총체라는 생태계 개념을 넘어 ‘생물-인간-환경’ 세 축으로 이해해야만 하는 때가 도래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생태학의 연구 대상은 인간이 사는 도시로까지 넓혀지고 있다. 새로운 연구 분야로 떠오른 것이 도심의 ‘미생물균총’이다. 미생물균총은 사람의 장 속이나 피부 등에 서식하며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미생물을 의미한다. 최근 한 연구에서 미국 뉴욕시 센트럴파크의 흙에 서식하는 미생물의 다양성은 깊은 산 속의 것과 큰 차이가 없고, 뉴욕이나 홍콩처럼 지하철망이 발달한 도시에는 지하철의 유동인구 수에 따라 역에 서식하는 미생물의 양이나 종류가 크게 바뀐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연구 결과는 도시의 미생물 분포와 이동 경로를 밝히는 것이 전염병 이해 등에 중요한 자료로 쓰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지은이는 전염병과 기후위기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생태계 생태학적 관점’을 제안한다. 상생과 공존의 사회로 나갈 수 있는 실마리가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이제 생태계 개념은 인간 자신의 안위와 번영을 위해서도 활용되어야 할 일종의 사고 체계이다. 더 나아가 생태계 개념은 다른 학문 분야와 인류가 직면한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로 발전해 나가야만 할 것이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사진 이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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