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前 충격 인터뷰... 다이애나, BBC의 함정에 빠졌다?
다이애나 동생 “조작된 자료에 속아 기자와 누나 연결”
“찰스 왕세자와 결혼 생활 하면서 (나와 찰스를 포함해) 세 명이 있었어요. 조금 복잡했죠.”
1995년 10월 20일 저녁 8시, 영국 BBC방송에 나온 다이애나 왕세자빈은 이렇게 말하며 찰스가 커밀라 파커 볼스 현 왕세자빈과 맺은 불륜을 폭로했다. 다이애나 본인도 승마 교관이었던 제임스 휴잇과 한 혼외정사를 인정해 충격을 줬다. 인터뷰에서 그는 우울증과 폭식증, 자해 경험 등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영국 왕실의 내밀한 사정을 까발린 인터뷰의 충격은 상당했다. 당시 5800만 영국 인구 중 약 2300만명이 이 인터뷰를 생방송으로 시청했다고 BBC는 밝혔다. 왕실과 사전 상의 없이 나선 인터뷰 이후 엘리자베스 여왕은 찰스와 다이애나에게 각각 편지를 보내 이혼을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이듬해 이혼했고 1997년 8월 다이애나는 파파라치를 피하다 파리에서 교통사고로 숨졌다.
25년 지난 이 인터뷰가 왕실 소식에 민감한 영국을 또 뒤집어 놓고 있다. 당시 취재 기자 마틴 바시르가 이 인터뷰를 성사시키기 위해 조작된 자료를 이용했다는 의혹이 나왔기 때문이다.
영국 방송 채널4는 지난달 21일 다큐멘터리 ‘인터뷰 너머의 진실’에서 BBC 취재 과정의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경력 5년 남짓 기자였던 바시르가 다이애나 궁정 비서와 찰스 왕세자 비서의 계좌에 의문의 거액이 입금된 계좌 내역을 다이애나 측에 보여주며 “왕실과 MI5(영국 정보기관)에서 다이애나 당신의 사생활을 알기 위해 돈을 쓰고 있다”며 불안감을 조성해 인터뷰에 나서게 했다는 내용이다. 실제 계좌 내역서를 조작하는 데 가담한 전직 BBC 그래픽 디자이너 맷 위슬러도 가디언 인터뷰에서 “친구였던 바시르가 은행 명세서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히면서 파장은 커졌다.
다큐멘터리 방송 직후 BBC는 “바시르가 입금 자료를 조작한 것은 사실이지만 다이애나에게 보여준 적이 없고 조작한 자료는 인터뷰 성사 여부와는 무관하다”고 했다. 이어 “바시르(현 BBC 종교 전문 기자)는 코로나 합병증으로 인터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BBC의 소극적 대응에 다이애나의 동생 스펜서 백작이 나섰다. 스펜서는 이달 초 “내가 그 조작된 거래 내역서를 보고 런던에 있는 친구 아파트에서 다이애나를 기자와 만나게 해 줬다. 만약 그걸 보지 않았다면 바시르를 누나에게 소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격에 나섰다. 그는 “바시르는 여러 차례 내게 왕실과 정보기관이 다이애나의 차와 숙소를 도청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신뢰를 얻어냈다”고 했다.
이후 영국 언론들의 집중포화가 이어지자 BBC가 일단 항복 선언을 했다. BBC 팀 데이비 사장은 18일(현지 시각) 성명을 내고 “관련 의혹에 대해 전직 대법관인 존 다이슨이 독립적인 조사를 할 것”이라며 “다이애나와 인터뷰한 방법에 대한 진실을 밝힐 것을 약속한다”고 했다. BBC의 이런 계획에 다이애나의 아들인 윌리엄 왕세손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걸음”이라고 했다.
조사 결과 문제가 드러나면 BBC는 취재 윤리를 어겼다는 지적과 함께 이를 은폐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다이애나 인터뷰 당시에도 비교적 저연차 기자가 어떻게 대형 특종을 할 수 있었는지를 둘러싼 의문이 이어지면서 비슷한 논란이 나왔으나 당시 BBC는 자체 조사를 통해 “다이애나가 강요에 따른 인터뷰에 나서지 않았다는 서명이 있고, 바시르의 취재 과정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자체 조사 결과 내역을 공개하라는 요구에도 BBC는 “없다”고 했다가 “있지만 대외적으로 공개할 수는 없다”고 말을 바꿨다. 이 때문에 문제를 덮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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