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세 대란 일으켜놓고 실패 인정 안 하니 구두 위 긁는 대책만

2020. 11. 20.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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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정부가 전세난 해결을 위해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19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상가 부동산 밀집 지역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2020.11.19. yesphoto@newsis.com

정부가 2년간 전세형 주택 11만4000가구(수도권 7만가구)를 전국에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전세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급기야 24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현재 비어있는 공공임대주택, 다세대주택이나 오피스텔, 빈 상가나 호텔 등을 주거용으로 개조하는 등으로 전세를 늘린다는 것이다. 마른 수건 쥐어짜듯 숫자 늘리기에 급급한 대책을 내놨지만 전세 대란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주거 수요자인 국민이 원하는 대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국에서 무주택자 비율이 가장 높은 서울에 공급되는 물량은 내년 상반기에 겨우 8900가구뿐이다. 서울의 경우, 389만가구 가운데 절반이 넘는 200만가구가 집 없이 전·월세로 산다. 올 들어 서울에서 전세가가 제일 많이 오른 곳은 전용면적 60~85㎡ 크기 아파트다. 하지만 정부가 전세 대책으로 내놓은 매입임대주택의 면적은 60㎡ 이하이고, 상당수가 아파트 아닌 빌라, 다세대·다가구 주택 등이다.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중소득층(5~8분위)의 전세 비율이 18.7%로 가장 높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정부에 가장 원하는 주거 지원 정책은 주택 구입 자금(31%)이나 전세 자금(23%)을 대출해 달라는 것이다. 국민은 어느 정도 질 좋은 주거를 원하고, 또 대출을 받아서라도 내 집을 장만하거나 원하는 곳에 전세 살고 싶어하는데 정부는 대출을 옥죄고 새집 공급도 제대로 안 하면서 엉뚱한 곳에 전세를 공급할 테니 가서 살라고 한다.

정부가 전세 대책을 발표한 날에도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는 역대 최대로 급등했다.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주 대비 0.25% 상승해 한국감정원이 주간 통계를 작성한 2012년 5월 이후 최고 상승 폭이고, 전세가는 0.3% 올라 기존 최고치였던 2013년 10월 14일(0.29%)을 뛰어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이날 전세 대책을 발표하면서 정부는 전세난에 대해 말로는 “송구스럽다”고 했지만 여전히 새 임대차법의 심각한 부작용은 인정하지 않았다. 전세난이 임대차법 때문만은 아니라고 변명하기 급급했다. 잘못을 인정 안 하니 구두 위를 긁는 대책밖에 나오지 못한다. 아무래도 25번째 부동산 대책이 또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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