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월성 1호 폐쇄 조작과 똑같은 '김해공항 백지화' 조작

2020. 11. 20.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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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삼 김해신공항 검증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 검증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 장련성 기자

김해 신공항 백지화 결론을 낸 검증위원회에 참여했던 일부 위원들이 “의사 결정 과정에서 (여권으로부터) 상당히 강력한 압박을 받았다”고 했다. 가덕도 공항을 원하는 민주당 소속 부산·울산·경남 지자체장이 공동으로 만든 TF로부터 문자메시지 등을 수차례 받았다고 한다. 한 위원은 “일부 젊은 위원들은 두려움을 느낀다고 토로했고,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에 사의를 표명한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다른 위원은 “김해 신공항 유지로 방향이 잡힌 걸로 지난 5일까지 알고 있었는데 결론이 뒤집혔다”고 했다. 내부 의견 충돌로 심사 절차가 파행됐고, 가장 첨예한 쟁점인 ‘안전’ 내용을 담당 위원들이 대부분 불참한 가운데 표결로 통과시키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졌다고 한다. 민주당 정권이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가덕도 카드로 환심을 사기 위해 검증위 결론을 인위적으로 만들었으리라는 것은 짐작했던 일이다. 하지만 막상 위원들의 입을 통해 노골적인 압박을 확인하니 그 무도함에 놀라울 따름이다.

김해 신공항 확장은 세계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프랑스 업체가 1년간 조사한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주무 부처인 국토부도 지난 수년간 ‘김해가 최선’이라고 수차례 공식 입장을 냈다. 이런 안이 선거에 혈안이 된 여권의 압박 때문에 180도 뒤집혔다. 억지로 꿰맞추다 보니 검증위 결론도 허점투성이다. 검증위는 김해 신공항이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항목에서 결정적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소음, 활주로 길이, 여객 수요 계산, 낙동강 수질 오염 우려 등 다른 주요 쟁점도 합격선을 넘었는데 ‘관계 기관과 협의가 없었고 미래 확장성이 부족하다’며 결론은 사실상 백지화로 냈다. 김해의 강점인 경제성은 아예 평가 대상에서 빠졌다. 이러니 검증위원들 사이에서 “여권 전략에 들러리를 섰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지금 드러나는 모든 정황은 검증위가 요식 절차였다는 것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달 초 부산을 찾아 “희망 고문을 빨리 끝내겠다”고 했고, 정세균 현 총리는 지난달 말 부산에서 “부·울·경의 간절한 여망이 외면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검증위를 설치하고 총괄해온 전·현직 총리가 공식 결론이 나오기도 전에 가덕도 신공항을 기정사실화한 것이 무엇을 뜻하겠나. 오거돈 시장의 성추행 사퇴로 다급해진 여권이 가덕도를 선거용으로 써먹기 위해 답을 정해놓고 온갖 무리수를 남발한 것이다. ‘조기 폐쇄’ 답에 맞추려고 경제성 평가를 조작한 월성 원전 1호기 때와 판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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