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스핀 닥터’ 정권

이동훈 논설위원 2020. 11. 20. 03:1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 의해 수정되어 본문과 댓글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2002년 대선을 앞둔 민주당 선대위 본부장 회의 석상에 자리마다 노트북이 깔렸다. 당시만 해도 노트북 회의는 처음 보는 장면이었다. 회의 참석자 상당수는 노트북을 어떻게 다루는지 모르는 ‘컴맹’이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정당엔 선거 전문가가 많다. 어떤 장면을 연출하고 무슨 이슈를 던져야 유리할지 종일 그 궁리만 한다. 민주당엔 대학교 총학생회 선거 운동으로 시작해 평생 선거에만 몰두해온 사람들이 가득하다. 선거 전문가 정당이다.

/일러스트

▶모사꾼 선거 전문가를 ‘스핀 닥터’라고 한다. 볼에 스핀을 먹여 타자를 속인다는 데서 유래했다. 문제를 슬쩍 비틀어 본질을 바꾸거나 덮는 기술이다. 노무현이 “그럼 아내를 버리란 말이냐”고 대응해 장인의 6·25 양민 학살 문제를 덮어버린 것도 한 예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슬로건으로 부시 대통령을 무너뜨린 클린턴의 스핀 닥터 딕 모리스는 자신의 선거 전략을 ‘첨예한 이슈를 선점해 상대를 분열시키고 지지자들은 결집시켜라’라고 했다. 이 전략을 가장 잘 실천해온 정당은 한국의 민주당일 것이다.

▶2002년 대선에서 민주당은 미군 장갑차 사고로 여중생들이 사망하자 교통사고를 대형 반미 정치 이슈로 만들어냈다. 당 차원에서 아줌마 부대도 동원했다. 어용 방송을 동원해 사기꾼 김대업을 의인으로 만들었다. 무엇보다 수도 이전 공약으로 불리했던 충청권에서 역전했다. 이후에도 무상 급식, 반값 등록금 등 상대를 가르고 내편을 모으는 이슈들이 민주당에서 나와 선거판을 달궜다. 지난 총선 때 민주당은 ‘죽창가'와 ‘토착 왜구’ 공격을 총선에 써먹을 궁리도 했다.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민주당이 김해 신공항을 백지화하고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 소속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으로 생긴 선거다. 민주당에 대한 부산 시민의 부정적 시각을 가덕도 신공항 문제로 한번에 덮어버렸다. 국민의힘은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으로 갈라졌다. 언론과 다른 지역 비판 목소리가 커질수록 부산 민심은 이에 반발하며 민주당 편이 될 가능성이 있다. 성추행 자숙을 해도 모자랄 민주당이 오히려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민주당 스핀 닥터들이 서울시장 선거도 그냥 둘 리 없다. 강남과 비강남을 갈라치는 수를 궁리할 가능성이 있다. 어차피 강남표는 소수에 불과하다. 스핀 닥터들에게 선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이겨야 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선거만 하면 이기는데 나라는 골병이 들고 있다. 이 정권 들어 국가 부채가 무려 220조원 늘었다. 민주당 선거 승리를 위해 나라가 치른 비용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