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공장 폐쇄때처럼.. 한국GM, 노조 지도부 몽니에 전격 철수하나

류정 기자 2020. 11. 20.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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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협상 타결직전 강경파가 틀어
키퍼 GM 해외사업부문 사장
"노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장기적 충격 있을 것" 경고
“30만 협력업체 식구들 살려주세요” 한국GM 협력업체 모임인 ‘한국지엠협신회’ 회원들이 19일 오전 6시 30분 한국GM 부평공장 서문 앞에 모여 출근하는 근로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부분파업으로 생산 차질을 빚고 있는 노조를 향해 ‘살고 싶습니다! 살려주십시오!’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내며 임단협 조기 타결을 촉구했다. /한국지엠협신회

“살고 싶습니다! 살려주십시오!”

19일 오전 한국GM 부평공장 서문 앞에 붉은색 굵은 글씨로 “협력 업체는 살고 싶습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나붙었다. 한국GM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 직원들은 이곳에 모여 생존을 호소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월요일인 지난 16일 한국GM 노조가 이번 주 내내(17~20일) 작업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는 올 들어 네 번째인 파업 결정을 내리자 부품사들이 “도저히 못 참겠다”며 뛰쳐나온 것이다. 한국GM 부품사 모임인 협신회는 이날 “협력사들은 전기료는 물론, 직원 급여도 제때 지급하지 못하고 있고, 2·3차 업체들은 사업을 포기하고 있다”며 “30만 협력사 가족이 지켜보고 있다. 우리는 살고 싶다”는 호소문을 냈다.

◇군산공장 폐쇄도 느닷없이 결정됐다

노조가 파업을 이어가면서 GM 본사가 결국 국내 공장을 추가 폐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18년 군산 공장 폐쇄 당시에도 느닷없는 결정으로 내부 임직원은 큰 충격을 받았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당시 GM 이사회가 급작스럽게 폐쇄 결정을 내렸다”며 “한국GM 노조 리스크에 대한 심각한 문제 의식을 가진 이사회가 ‘한국은 이래서 안 된다’는 결정을 내버리면, 추가 공장 폐쇄나 전면 철수를 결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GM 경영진은 이미 경고를 보내기 시작했다. 스티븐 키퍼 GM 해외 사업 부문 사장은 지난 18일(현지 시각)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한국GM 노조가 생산 물량을 인질로 삼으면서 심각한 재정 타격을 주고 있다”며 “(이 때문에) 한국GM에 각종 투자를 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몇 주 안에 노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장기적인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기적 충격’이란 한국 철수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군산 공장 사태 당시 산업은행이 한국GM에 8000억원을 투입하면서 “10년간 사업 유지” 약속을 받아낸 터라, 당장 철수는 못 하겠지만 먼저 철수 결정을 내리고 국내 사업을 몇 년에 걸쳐 정리할 수는 있다. GM은 호주 철수 당시에도 2013년 철수 결정을 내린 뒤 5년 후인 2018년 호주 홀든 공장 문을 완전히 닫았다.

군산 공장은 폐쇄 직전 3년간 공장 가동률이 20%대에 머물러 있었다. 한국GM은 작년까지 6년 연속 3조원대 누적 적자를 냈고, 올해도 적자가 불가피하다. 한국 철수의 충분한 명분이 될 수 있다. 부평 2공장은 가동률이 50% 수준인데, 트랙스·말리부 외에 신차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가장 먼저 부평 2공장부터 폐쇄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노조의 반복되는 파업으로 인한 손실도 철수 명분이 될 수 있다. 한국GM은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된 노조 파업과 잔업·특근 거부로 오는 20일까지 약 2만대의 생산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한다. 올 상반기 코로나 사태로 인한 부품 수급 등 문제로 6만대 손실이 있었는데, 파업 손실 2만대까지 합치면 8만대다. 한국GM이 지난해 판매량(41만대)의 20% 수준이다. 한국GM은 올 초 손익분기점을 맞추려는 목표를 세웠지만, 이제는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 돼버렸다. 지난 8월 부평 2공장은 본사로부터 신차 배정을 받기 위해 생산 속도를 28대에서 30대로 늘렸는데, 당시 일부 직원이 “힘들어서 못 하겠다”며 버튼을 눌러 라인을 멈춰 세우는 일도 있었다. 지난 6일 한국GM은 노조가 파업을 단행하자 부평 1공장에 대한 2100억원의 투자 결정을 보류하기도 했다.

◇강성 계파에 휘둘리는 노조

온건파로 알려졌던 한국GM 노조 집행부가 강성 파업을 벌이는 배경에는 다수의 강성 계파가 있다. 한국GM 노사는 지난 13일까지만 해도 협상이 타결될 분위기였다. 회사는 임금 협상 주기를 2년으로 하자는 데에서 반 발짝 물러나 기본급 인상 교섭은 매년 하고 성과급만 2년치 800만원(올해 350만원+내년 450만원)을 한 번에 결정하자고 제안했고 노조 집행부도 협상을 이어가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16일 열린 임시 대의원 회의에서 강성 계파로 분류되는 대의원들이 지금까지 논의되지 않던 새로운 안건들을 가져오면서 노사간 좁혀진 의견을 무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GM은 미국·중국 중심으로 사업을 정리했고 전기차에 올인하고 있어 소형 내연기관차를 만드는 한국GM에 크게 아쉬울 게 없는 상황”이라며 “노조가 이런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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