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해서 떠난 교인들… ‘복지가 못 채우는 사랑’ 우리가 채울 것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2020. 11. 2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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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리교 신임 감독회장 이철 목사… 10년 내홍 끝내고 새 교단장으로
기독교대한감리회 신임 이철 감독회장은 "신앙 본질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감독회장 자리를 두고 10년 내홍을 겪어온 감독회장 집무실은 오랜만에 축하 난으로 가득 찼다. /김지호 기자

“부끄럽습니다. 감리교가 10년 동안 온갖 송사(訟事)를 치르면서 교인이 28만명 줄었습니다. 억울하다고 할 것도 없습니다. 저희 잘못이니까요. 회개하고 감리교의 좋은 전통을 되살리면서 참 신앙의 본질을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 10월 말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교) 감독회장(교단장)에 취임한 이철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충남 당진 출신인 이 감독회장은 2006년부터 강릉중앙감리교회 담임목사를 지내다 감독회장에 취임하면서 사임했다. 이 감독회장의 말처럼 지난 10년간 감리교는 혹독한 내홍을 겪었다. 2008년 감독회장 선거를 시작으로 소송이 난무했다. 이른바 ‘장(장로교) 감(감리교) 성(성결교)’ 등 한국의 주요 3대 교단의 하나이지만 10년 넘게 서울 광화문 네거리 감리교 본부인 감리회관 16층 감독회장실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지난 10월 12일 선거에서 이 목사가 선거권을 가진 8000여 명 중 4604명(약 56%)의 지지를 받아 감독회장에 당선된 것은 ‘이젠 혼란을 끝내자’는 여론이 반영된 것으로 감리교 내부에선 보고 있다.

오랜 내홍을 겪은 만큼 이 목사의 첫걸음도 과거와는 달랐다. 취임식을 하지 않는 대신 행사 비용(약 4000만원)을 교단에 필요한 사업과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내놓았다. 취임식 다음 날 한국에 감리교를 처음 소개한 아펜젤러 선교사 등이 잠들어 있는 서울 마포 양화진 선교사 묘역을 찾아 “신앙 본질을 회복하겠다”고 다짐도 했다.

-‘회개’를 거듭 이야기했다.

“코로나 사태는 한국 교회에서 큰 숙제를 던졌다. 그동안 외형⋅크기에 쏠렸던 교만이 다 무너져 내렸다. 역설적으로 신앙의 본질을 회복할 기회다.”

-감리교는 어떤 좋은 전통이 있나.

“3·1운동 민족 지도자 33인 중 감리교가 9명이다. 1931년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허용한 것도 전 세계적으로 한국이 처음이었다. 학교⋅병원 등 사회복지에 앞장 선 케이스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교단의 크기보다 영향력은 더 컸다. 교회 성장보다는 사회 구원과 발전을 먼저 생각했던 것이 감리교의 전통이다.”

서울 광화문 감리회관에서 만난 이철 신임 감독회장. 이 목사는 “10년 넘은 감리교의 갈등을 끝내고 신앙의 본질을 회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지난 10년간 교인이 크게 감소했다.

“원망할 수 없다. 회개하고 돌아보는 것이 우선이다. 교회는 항상 힘을 드러낼 때는 약해졌고, 박해받고 순교할 때 성숙하고 강해졌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속상하고 분한 일이 많아서 교회를 떠난 분이 많은데 무슨 ‘운동’을 한다고 돌아오겠나. 그분들이 교회는 떠났어도 예수님을 버린 것은 아닐 것이다. 탈(脫)종교 시대라고 하지만 영적(靈的) 갈급함은 더 강해졌다. 교회가 참 신앙의 본질을 회복하고 건강해진다면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앙 본질의 회복이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예수님을 따르는 것이다. 예수님은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 오신 분이다. ‘성공’이 기준이 되면 사랑보다 업적이 앞선다. 그러나 예수님은 다 버리신 분이다. 뭔가를 얻으려 했던 우리의 태도를 회개해야 한다. 이런 교만한 태도 때문에 ‘예수 그리스도는 좋은데 교회⋅교인은 싫다’는 반응이 나오게 된 것이다.”

-임기(4년) 동안 어떻게 교단을 이끌 생각인가.

“감리교는 한국의 주요 교단으로서 큰 몫이 있다. 그동안 교단이 분열돼 그 역할을 못 했다. 우선 개(個)교회가 건강할 수 있도록 돕겠다. 교회 차원에서 풀 수 없는 일은 교단이 나서서 사회⋅정부와 협의하겠다. 코로나 사태도 고통을 겪고 있는 어려운 분들을 위해서도 교회와 교단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위로하겠다. 선교 초기 개신교는 학교, 병원, 사회복지 시설 등을 운영하며 한국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쳐왔다. 그러나 이제 복지⋅교육⋅의료 영역은 국가가 다 한다. 그러나 ‘일 대 일’의 영역은 그대로 남아있다. 사랑의 문제다. 제도적 복지로 채워지지 않는 사랑의 영역에 집중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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