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그늘] 불어라 바람아
[경향신문]
변순철은 오랜 시간을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하거나 구경 온 사람들을 사진으로 담아 왔다. <전국노래자랑>이라는 프로그램 자체가 지역 대중문화의 연결을 통해 국민 간의 화합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시작한 것이므로 아마추어적이고 토속적인 경향이 짙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국민프로가 되기까지 한동안 ‘촌스러움’을 벗어나지 못한 체 일부 대중만이 즐기는 프로였지만 그 ‘촌스러움’은 각별한 개성이 되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냈다. 그들의 튀는 모습에는 고상한 문화 혹은 고상한 체하는 것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질타가 내재되어 있다.
영자, 정자, 복자, 춘자, 윤자, 금자, 허자는 짙은 화장과 함께 꽃무늬 헐렁한 바지에 셔츠를 입고 색색의 보자기를 인 채 현란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왜색 짙은 ‘자’로 끝나는 이름밖에 못 지었던 부모님 세대의 무지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상황을 코미디로 승화하고 있다. 남 앞에 선뜻 내놓기조차 무안했던 그 이름들을 당당히 붙이고 즐긴다. 이들의 이름이 다 진짜는 아닐 것이나 이 시대는 그런 이름들이 흔했다. 그나마 무명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화려한 반란’으로 변모하기까지 대중문화는 발전했고 변순철은 이것을 놓치지 않았다. 아마추어적인 것과 ‘촌스러움’이 현대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할 수 있는지를 드러내 보인다. 사람들의 숨어 있는 끼와 욕구가 만나는 시점을 확장시킴으로써 보는 이들을 당혹스럽게 하며 나 스스로의 속성을 들여다보게 되고 만다.
김지연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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