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오미연 애틀랜틱카운슬 아시아프로그램 국장 2020. 11. 2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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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한국 린치핀 역할 해달라" 미국 핵심 정책 어젠다에 참여하고 한일관계 회복 의지 전달해야 그래야 협상 레버리지 커질 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18일 델라웨어 주 윌 밍턴에서 일선 의료진과 가상 원탁 회의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에서 한미동맹은 인도태평양 안보와 경제의 ‘린치핀(핵심축)’이라고 했다. 이 말은 앞으로도 계속 린치핀 역할을 해달라는 당부이기도 하다. 워싱턴 싱크탱크에 일한 지난 몇 년 동안 필자는 미국 주요 정책 어젠다에서 한국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미 행정부 전·현직 관리들은 “북한 이외의 다른 이슈에서 한국의 협력을 얻기가 힘들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 한국이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에서 더 큰 역할을 해주길 바랐는데 기대에 못 미친다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다.

워싱턴에서 한국의 입지를 넓히려면 핵심 정책 어젠다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 정책 어젠다의 흐름을 읽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주요 싱크탱크들이 이슈별로 어떤 키워드를 갖고 토론하는 지 보는 것이다. 요즘엔 ‘미·중 관계’에 대한 토론이 압도적으로 많고, 연관 키워드로는 5G(5세대) 통신망, 글로벌 공급망, 디지털 경제, 데이터 안보 등이 있다. 기후변화와 국제 보건 등도 눈에 띈다.

미국은 자신들이 안보와 경제 양면에서 한국에 중요한 나라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이 미국 관심사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란다. 미국은 자신들이 중국에 이어 한국의 두 번째 무역 상대국이란 걸 잘 알고 있다. 호주와 일본도 대중 경제 의존도가 큰 나라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미국이 참여를 원하는 쿼드(Quad·4국 협의체), 공급망, 5G 이슈 등에서 적극적인 동참 의지를 보여왔다. 이 과정에서 일본과 호주는 언제든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는 나라라는 공감대가 워싱턴에서 두껍게 형성되었다. 외교는 상대적인 개념이기도 하다. 한국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의 주요 정책 어젠다에 워낙 적극 협력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상대적으로 소극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바이든의 시대, 한국은 이제 더 이상 미·중 경쟁이라는 이슈를 외면할 수 없다. 그러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세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첫째, 바이든이 집권 첫해 열겠다고 한 ‘민주주의 정상회의(Summit for Democracy)’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미국은 그 틀 안에서 권위주의 국가들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하려 할 것이다. 권위주의 국가의 핵심은 중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미·중 간 1대1 경쟁 구도보다는 이 정상회의의 틀 안에서 움직이는 쪽이 전략적으로 유리할 것이다. 그러므로 5G 등 첨단 기술 분야 협의체 구성에 동참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과 사안별로 경쟁과 협력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사안별로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둘째, 클린 에너지 관련 한미 간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공화당이 상원을 수성할 경우, 바이든이 대선 캠페인 때 야심차게 내걸었던 탈탄소화 정책은 의회에서 다수의 지지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에너지 정책 관련 목표를 재설정하고 중도 노선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서 한국이 그린 뉴딜 정책과 연결고리를 찾아,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배터리와 같은 분야에서 한미 간 클린 에너지 협력을 제시한다면, 바이든이 향후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셋째, 코로나 위기 등 보건 이슈 관련 한·미·일 삼자협력을 모색할 수 있다. 한일 관계같이 국내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의 경우, 워싱턴에 지속적으로 관계 회복 의지가 있다는 전략적 메세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이 이러한 문제에서 협력 의지를 보여준다면 워싱턴에서 외교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등에서 한국이 원하는 사안이 있을 때 대미 협상의 레버리지도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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