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與, 3차례 면피성 회의 후 공수처법 개악에 나선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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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초대 처장 후보 2인을 추천하지 못한 채 그제 후보추천위 활동을 종료했다.
야당의 후보추천위 회의 재개 요청을 묵살한 민주당은 오는 25일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을 심의하고, 내달 2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작 3차례 회의만 열고 쫓기듯 문을 닫은 후보추천위는 요식행위였던 것이다.
여당은 이미 야당 측 추천위원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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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협치' 발언, 공허한 말장난
공수처, 정치도구로 전락할 위기
대통령 직속의 공수처는 입법부·행정부·사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대통령, 국회의원, 고위공무원 등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막강한 힘을 갖는다. 공수처장의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이유다. 국회가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실제로는 대통령과 여당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다. 기존 공수처법에 야당의 비토권을 넣은 것도 공수처장이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도록 여야가 수긍할 만한 인사를 추천하자는 취지다. 이런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없으면 공수처는 집권세력의 정치도구로 전락할 것은 불문가지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애초에 공수처법을 강행 처리할 때 여당은 “야당 비토권이 객관성을 담보한다”고 했다. 그런 여당이 이제 와서 공수처가 출범하기도 전에 공수처법을 무력화하려는 건 국민에 대한 약속 파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국회 시정연설에서 강조한 ‘협치’는 공허한 말장난에 불과했다는 방증이다. 민주주의는 견제와 균형을 통해 원활하게 작동한다. 야당을 패싱하고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를 공수처장에 임명하겠다는 것은 의회민주주의를 허무는 ‘입법독재’다.
공수처장 적임자가 없으면 새로운 후보를 찾아서라도 여야 합의로 추천하는 게 법 취지에 맞는다. 여당이 법 개정을 강행한다면 권력비리 수사와 비판세력의 입을 막으려고 무리하게 공수처 출범을 서둘렀다는 비난에 직면할 것이다. 집권세력이 정치 논리로 공수처까지 집어삼키려는 건 개혁이 아닌 개악이다. ‘연내 출범’이라는 시간표에 쫓겨 악수를 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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