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황남동 고분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경주 황남동.
천마총·황남대총·미추왕릉·대릉원. 황남동 고분군을 이룬다.
차가 오른 무덤은 미추왕릉 바로 곁에 있는 쪽샘지구의 고분이다.
"경주에 놀러 왔다가 작은 언덕이 보여 무심코 올라갔다. 고분인 줄은 몰랐다"고.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곳은 영기(靈氣)가 서린 땅이기도 하다. ‘삼국유사’ 기이 제1에 남은 고사.
혜공왕 때다. 어느 날 김유신의 무덤에서 준마를 탄 장군이 나타났다. 40여명 무장한 군사를 거느린 그는 ‘죽현릉’ 속으로 들어가 하소연했다. “신은 평생 난국을 구하고 삼국을 통일했습니다. 지금은 혼백이 되어 나라를 지키고, 재앙을 없애고, 환란을 구제하는 마음을 잠시도 바꾼 적이 없건만… 신의 자손이 죄도 없이 죽음을 당했으니….” 죽현릉은 바로 미추왕릉이다. 김유신의 혼백이 미추이사금 혼백을 찾아가 하소연한 것이다. 이사금(泥師今)은 이두로 표기한 임금의 옛말이다. 미추이사금은 김유신에게 말했다. “나와 공이 이 나라를 지키지 않는다면 저 백성들은 어찌하란 말이오.”
미추이사금은 신라의 호국정신을 상징하는 왕이다. 그의 영혼이 안식하는 능은 바로 황남동에 있다. 이집트에 ‘왕들의 계곡’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황남’이 있다.
그곳 고분 위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한 대가 올라갔다. 차가 오른 무덤은 미추왕릉 바로 곁에 있는 쪽샘지구의 고분이다. 그 무덤이 누구의 무덤인지는 알 수 없다. 아직 발굴된 적이 없다. 다른 무덤보다 작은 무덤이니 왕비의 무덤일까, 귀족의 무덤일까. 사건이 커지자 20대 운전자는 경주시를 찾아가 용서를 빌었다고 한다. “경주에 놀러 왔다가 작은 언덕이 보여 무심코 올라갔다. 고분인 줄은 몰랐다”고. 고분을 한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라면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다. 산처럼 큰 고분도 있으니.
차량 소음에 잠을 깬 신령스러운 황남 무덤의 주인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강호원 논설위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제자와 외도한 아내 ‘사망’…남편 “변명 한마디 없이 떠나”
- 백혈병 아내 떠나보내고 유서 남긴 30대...새내기 경찰이 극적 구조
- "北남녀 고교생, 목욕탕서 집단 성관계" 마약까지...북한 주민들 충격
- “배현진과 약혼한 사이" SNS에 올린 남성, 재판서 혐의 인정
- “영웅아, 꼭 지금 공연해야겠니…호중이 위약금 보태라”
- 미성년 남학생과 술 마시고 성관계한 여교사 되레 ‘무고’
- 술 취해 발가벗고 잠든 여친 동영상 촬영한 군인 [사건수첩]
- “내 친구랑도 했길래” 성폭행 무고한 20대女, ‘녹음파일’ 증거로 덜미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