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황남동 고분

강호원 2020. 11. 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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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황남동.

천마총·황남대총·미추왕릉·대릉원. 황남동 고분군을 이룬다.

차가 오른 무덤은 미추왕릉 바로 곁에 있는 쪽샘지구의 고분이다.

"경주에 놀러 왔다가 작은 언덕이 보여 무심코 올라갔다. 고분인 줄은 몰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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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황남동.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다. 동네 이름에 황제를 뜻하는 ‘임금 황(皇)’ 자가 붙었다. ‘황’ 자를 쓰는 곳은 더 있다. 황남동 동쪽의 황룡사. 그곳에는 일본·당·오월을 비롯한 9개 외족이 신라를 섬기기를 기원하는 황룡사 9층탑이 우뚝 서 있었다. 한반도 동쪽에서 제국을 꿈꾼 신라. 천년 역사의 그 숨결은 바로 황남 땅에 남아 있다. 천마총·황남대총·미추왕릉·대릉원…. 황남동 고분군을 이룬다. 이들 무덤에는 신라인의 삶이 타임캡슐처럼 간직되어 있다.

그곳은 영기(靈氣)가 서린 땅이기도 하다. ‘삼국유사’ 기이 제1에 남은 고사.

혜공왕 때다. 어느 날 김유신의 무덤에서 준마를 탄 장군이 나타났다. 40여명 무장한 군사를 거느린 그는 ‘죽현릉’ 속으로 들어가 하소연했다. “신은 평생 난국을 구하고 삼국을 통일했습니다. 지금은 혼백이 되어 나라를 지키고, 재앙을 없애고, 환란을 구제하는 마음을 잠시도 바꾼 적이 없건만… 신의 자손이 죄도 없이 죽음을 당했으니….” 죽현릉은 바로 미추왕릉이다. 김유신의 혼백이 미추이사금 혼백을 찾아가 하소연한 것이다. 이사금(泥師今)은 이두로 표기한 임금의 옛말이다. 미추이사금은 김유신에게 말했다. “나와 공이 이 나라를 지키지 않는다면 저 백성들은 어찌하란 말이오.”

미추이사금은 신라의 호국정신을 상징하는 왕이다. 그의 영혼이 안식하는 능은 바로 황남동에 있다. 이집트에 ‘왕들의 계곡’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황남’이 있다.

그곳 고분 위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한 대가 올라갔다. 차가 오른 무덤은 미추왕릉 바로 곁에 있는 쪽샘지구의 고분이다. 그 무덤이 누구의 무덤인지는 알 수 없다. 아직 발굴된 적이 없다. 다른 무덤보다 작은 무덤이니 왕비의 무덤일까, 귀족의 무덤일까. 사건이 커지자 20대 운전자는 경주시를 찾아가 용서를 빌었다고 한다. “경주에 놀러 왔다가 작은 언덕이 보여 무심코 올라갔다. 고분인 줄은 몰랐다”고. 고분을 한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라면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다. 산처럼 큰 고분도 있으니.

차량 소음에 잠을 깬 신령스러운 황남 무덤의 주인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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