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우리]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에게 묻는다
고인·유족 향한 인권 침해 계속
직권조사·긴급구제 조치 권고
인권위, 안 하는 이유 무엇인가
서해를 표류한 우리 공무원을 북한군이 총살하고 시신마저 불태운 지 두 달이 됐지만, 정부가 해결한 것은 전혀 없다. 도리어 흉악한 국제범죄의 본질을 뒤틀어놓기만 했다. 더 가관인 것은 정부가 피해가족을 돕기는커녕 고인과 유족의 인권을 계속 침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해경은 고인의 가정사까지 파헤치고 공개하는 가해를 여러 번 저질렀다.
해경이 처음부터 억측하고 무리했다는 것은 수사 초기에 ‘무궁화 10호’를 함께 탔던 동료들에게 한 질문과 받은 진술에서 드러났다.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이 해수부로부터 받은 동료 13명 진술 조서 요약보고서를 보면, 해경은 자살, 타살, 월북 중에서 무엇이라고 추측하는지 동료들에게 물었고, 실족 추락 가능성을 배제했다. 이러한 폐쇄형 유도 질문(closed-ended leading question)은 해경수사가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보여준다. 비관 자살이나 월북으로 유도하는 의도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정신·심리적으로 힘들었을 동료들 관점에서 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타살이라고 본다고 하면 본인들이 살인 용의자로 조사받을 것이므로 선택할 이유가 없었다. 밤바다의 위험성을 잘 알기 때문에 월북이라고 본다고 할 가능성도 거의 없었다. 여러 동료가 ‘월북 가능성은 없다’고 진술했다.
동료들의 진술 보고서는 해경이 수사 초기부터 자살이나 월북으로 몰아가려 했음을 시사하는 중요 증거물이다. 그런데도 김홍희 해양경찰청장은 국회에 출석해 월북 가능성을 강조했고, 해경은 고인의 채무를 내세우며 결론은 월북이라고 발표했다. 여전히 증거는 없다. 국방부도 큰 문제다. 군사비밀이라는 상투적 이유를 앞세워 다른 사람도 아닌 유족의 알 권리마저 거부하고 있다.
국가인권위가 벌써 나섰어야 할 일이니 최영애 위원장에게 가만히 있는 이유를 묻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달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피살 사건을 “사망 사건”이라고 언급해 논란이 됐고, 이틀 뒤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은 인권위원장에게 “피살인가, 사망인가” 물었다. 최 위원장은 “지금 답변 드리기 어렵다”고 피했다. 신원식 의원도 “피살 사건 책임이 남측에 있다는 북측 보도는 궤변 아닌가” 물었지만, “즉답하기 어렵다”며 피했다.
지난주인 13일 최 위원장이 국회 운영위원회에 다시 출석했다. 내년도 인권위 예산안을 설명하고 질의에 답하는 자리였다. 신 의원이 재차 이 사건에 관한 복안이 있는지 묻자 최 위원장은 “할 수 있는 것 다 찾아보겠다”고 했다. 찾아보겠다고 했지 무엇을 하겠다는 약속은 안 했다. 인권위는 작년 11월 정부의 탈북선원 2명 강제북송 사건에 대한 진정도 조사 개시 1년째 감감무소식이다.
살해된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는 인권위 직권조사와 긴급구제 조치 권고를 호소했다. 유족에게조차 정보를 차단하니 이번 주 초 유엔은 우리 정부 앞으로 혐의 서한(allegation letter)을 보내왔다. 인권위가 진작 나섰다면 많이 달랐을 것이다. 고인과 유족을 향한 2차 가해를 차단할 수 있었고 피살 사건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게 할 수도 있었다. 최 위원장은 답해야 한다. 인권위가 직권조사와 긴급구제 권고를 안 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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