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정착촌에 가고만 폼페이오..팔레스타인 속 뒤집었다

19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예루살렘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UPI 연합뉴스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9일(현지 시각) 현지 언론 타임스오브이스라엘과 AP 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국무장관이 서안 내 유대인 정착촌을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폼페이오 장관은 예루살렘 근처 프사고트 정착촌의 포도주 양조장을 방문해 서안지구 정착촌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메이드 인 이스라엘’이라는 원산지 라벨을 부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했다. 정착촌 생산제품을 이스라엘 제품으로 취급해야한다는 주장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국제사회의 오랜 방침을 깨는 조치다. 국제사회는 이제까지 정착촌 수출품의 원산지 라벨에는 국가 이름이 아닌 ‘정착촌’이라는 라벨을 붙이도록 해왔다. 미국도 트럼프 행정부 전까지는 이런 입장을 고수해왔다.

유럽연합(EU)도 이와 관련해 서안지구 정착촌 생산품을 수입하는 회원국들에게 ‘정착촌’ 라벨 부착을 생산자에게 확실히 요구하라고 규제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도 작년 11월 이스라엘 정착촌에서 생산된 제품에 점령지에서 생산됐다는 표시를 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문이 유대인 정착촌을 정당화한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팔레스타인인 수십 명은 양조장 근처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문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었다. 유대인 정착촌의 산업지대 입구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을 향해 돌을 던지는 사람들도 있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이름이 적혀있는 와인 레이블. 요르단강 서안 내 유대인 정착촌을 방문한 폼페이오 장관을 위해 만들었다./AFP 연합뉴스

폼페이오 장관의 방문과 원산지 라벨과 관련한 주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1월 발표한 중동평화구상안에서 한단계 더 나아간 것으로 풀이된다. 중동평화구상안은 국제법상 팔레스타인 영토인 요르단강 서안지구 내에 이스라엘이 건설한 유대인 정착촌의 이스라엘의 지배권을 인정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계획한 구상안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양쪽에 윈-윈(win-win)이자 가장 현실적인 2국가 해법”이라며 “세기의 딜(deal·거래)”이라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미국 내 전문가들, 중동과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이스라엘에만 치우친 편파적 구상”이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당사자인 팔레스타인이 강력 반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2월에도 국제사회와 기존 미국 외교방침을 거스르며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선언한 바 있다.

팔레스타인 영토인 요르단강 서안지역은 1967년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이 싸운 3차 중동전쟁 당시 이스라엘이 차지했다. 전쟁 직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결의안을 내고 이스라엘의 해당 지역 점령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이스라엘은 1979년 시나이반도를 이집트에 돌려줬지만, 나머지 지역은 여전히 지배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에 140여개 유대인 정착촌을 세웠고, 현재 유대인 60만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안지구에는 팔레스타인인 270만명이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