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앱 광고 보고 3원, 1만보 걷고 40원..애잔한 '짠테크'

조유미 기자 2020. 11. 19.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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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한 숙박 업소 직원 권모(28)씨는 최근 들어 매일 오전 8시 침대에서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집어든다. 화면에 터치하는 순간 광고가 나온다. 광고 1편을 시청해야 스마트폰 화면 잠금이 해제되는 앱을 깔아놨기 때문이다. 대신 한 번 화면을 해제할 때마다 최대 ‘5원어치'의 포인트가 적립된다. 권씨는 “하루 2000원 교통비라도 벌어보려고 이런 앱을 깔았다”고 했다.

권씨 직장은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한 올해 3월부터 직원들을 상대로 매월 7일씩 강제 무급 휴가를 시행하고 있다. 권씨는 “월 200만원대 후반이던 월급이 200만원대 초반으로 줄어든 것”이라며 “적금 100만원에 대출 이잣돈 10여 만원, 공과금 내고 나면 매일 커피 한 잔 마시기가 빠듯하다”고 했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푼돈 수원~수십원을 벌어들이는 ‘코로나 짠테크’(짠돌이+재테크)가 젊은 층에서 유행하고 있다. 1만보 걸어서 40원, 광고 보고 3원, 설문조사에 참여하고 300원을 받는 식이다. 숙박·항공·학원 등 여러 업종에서 무급 휴가가 시행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학원 사무직으로 일하는 최모(28·인천 부평구)씨는 매일 출근길을 나서며 스마트폰 앱을 작동시킨다. 하루 걸음걸이 횟수만큼 포인트를 주는 앱이다. 포인트 지급 한도는 40원. 이마저 하루 1만보(步)를 걸어야 가능한 금액이다. 직장에 도착해선 설문조사 앱을 작동시킨 뒤, 참여 조건에 자신이 들어맞는 조사를 고른다. 조사 대상에만 포함되면, 많게는 1회 당 1000원까지 벌 수 있다고 했다.

원래 최씨 월급은 180만원이었지만, ‘코로나발(發) 생계 불안'이 그를 덮쳤다. 지난 4월 약 3주간의 무급 휴가를 통보받은 데 이어, 지난 8월 말쯤에도 2주간의 무급 휴가를 받은 것이다.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자 ‘하루 3000원 적금’ 상품을 든 뒤, 푼돈을 주는 앱을 깔았다. 그는 “앱으로 하루 3000원 벌고, 그 돈을 6개월 모으면 60여 만원이 모인다”며 “나에겐 결코 적지 않은 돈”이라고 했다.

실제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지난 6월 825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이후의 소비 심리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직장인 77%가 지출을 줄이고 있다(짠테크를 실천하고 있다)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는 ‘생활비 부족'(25%)이고, 이 중 ‘코로나로 수익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답한 비율은 7.2%이었다. 지출을 줄인 항목으로는 외식비(24%)·취미 생활(18.5%) 등의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열풍을 일종의 ‘불황형 행복 추구 심리’로 분석했다. 돈을 쓰며 행복감을 느꼈던 청년들이, 코로나발 위기 상황에서 몇 십원씩 모으고 아끼는 데서 행복을 찾는다는 것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 여파로 돈을 쓰는 대신 모으는 방법으로 안정감과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것으로, 일종의 ‘불황형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심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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