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선 '턱스크'·다닥다닥 테이블.. "손님 없어 괜찮다" 항변 [밀착취재]

이종민 2020. 11. 1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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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입구·신촌역 인근 마스크 단속 동행취재
단속반원 "초기엔 항의 시달려
그때 비하면 지금은 단속 쉬워"
서울시 13∼17일까지 763곳 점검
5곳만 방역수칙 미준수로 적발
'확진자수 500명' 지라시 전파
당국, 허위사실 유포행위 엄단
팔 벌리면 닿을듯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의 한 주점에 빈 테이블을 찾기 어려울 만큼 손님들로 가득 차 있다. 이종민 기자
“여기서부터 감염이 시작될 수 있어요. 마스크 착용은 꼭 지켜주셔야 해요.”

서울시 단속반원의 당부다. 지난 18일 오후 10시쯤 유흥가가 밀집한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의 한 주점. 빈 테이블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손님이 가득 찬 이 식당 주방에서 한 종업원이 마스크를 턱에 걸치는 ‘턱스크’를 한 채 음식 조리에 열중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올해 초부터 야간 단속 업무를 해온 단속반원의 눈썰미는 예사롭지 않았다. 다만 이날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가 유지되던 터라 단속 대상(면적 150㎡ 이상)이 아닌 해당 영업장에 행정명령은 부과하지 않았다. 이 주점이 단속 대상에 속하기 불과 2시간여 전이었다.

단속반원과 동행 취재에 나선 이날은 마스크 착용 의무화 시행 엿새째이자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을 앞둔 날로 홍익대 인근은 비가 온 탓인지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방역당국의 중점관리시설인 음식점과 카페 등은 대부분은 방역수칙을 준수했지만 일부 시설에서는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가 잘 지켜지지 않는 등 ‘구멍’도 포착됐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1.5단계로 격상된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의 한 실내포차가 손님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는 이날 두 개 조를 편성, 대학가가 밀집한 마포구 홍익대 일대와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 유흥가에서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 단속을 벌였다. 최근 대학가에서 연이어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방역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온 터다.
홍익대 지역의 단속을 담당한 조는 이날 오후 8시쯤부터 일반음식점과 휴게음식점(카페)에 대한 점검을 벌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코로나19 초기인 2, 3월에 단속을 나갈 때는 정부지침에 따르지 않거나 항의하는 경우가 많아서 애를 많이 먹었다”면서 “최근에는 마스크 착용이 확실히 생활화돼 적발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한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736개소를 점검한 결과 마스크 미착용 등 방역지침 미준수로 적발된 건수는 5건에 불과했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1.5단계로 격상된 19일 서울시내 한 커피매장에 의자와 테이블 일부가 치워져 있다. 연합뉴스
마스크는 생활화됐다지만 일부 음식점은 띄어앉기 등의 정부 방역지침을 여전히 따르지 않아 단속반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의 한 치킨집 테이블 간 간격은 한눈에 봐도 1m가 되지 않았다. 비말 감염을 막기 위한 칸막이 설치나 띄어앉기를 설명하는 안내문도 붙어 있지 않았다. 단속반원이 시정을 요구하자 식당 관계자는 “손님이 오면 떨어져 앉을 수 있게 구두로 안내를 한다”며 “보다시피 손님도 없는데 거리두기가 될 수밖에 없지 않냐”고 항변했다. 이 관계자의 설명과 달리 식당이나 카페에서는 테이블 간 1 거리두기나 좌석·테이블 간 한 칸 띄우기, 테이블 칸막이 또는 가림막 설치 중 1가지를 택해 지켜야 한다.
행정명령 받는 점주 서울시 관계자가 지난 18일 마스크 착용 의무화 점검·단속에 적발된 홍대입구의 한 식당 관계자에게 행정명령 위반 확인서 작성법을 설명하는 모습. 서울시 제공
인근의 또 다른 음식점은 단속반에 적발돼 이날 유일하게 ‘위반 확인서’를 작성했다. 이곳의 주방 종업원은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있었다. 식당 관리자는 “(종업원이) 조리실이 더워 일시적으로 마스크를 턱에 내려 착용한 것 같다”며 “방역지침을 잘 따르도록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공무원에게 1차 적발될 경우 확인서를 쓰는 행정계도를 한다. 그럼에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2차 적발되면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외에도 수기명부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거나 주소가 아닌 이름을 적는 이전 방식의 명부를 사용하는 등 크고 작은 위반사항도 나왔다. 단속반원은 “계도가 목적이지 단속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면서 “코로나19로 손님이 없는 걸 보면 서로 민망하기도 하고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부풀려져 ‘지라시’ 형태로 가짜뉴스가 전파되자 관계 기관과 협력해 허위사실 생산자와 유포자를 추적해 처벌하겠다고 19일 밝혔다. 지난 18일 온라인상에는 ‘코로나19 현황’이라는 제목으로 당일 오후 6시 기준 확진자 수가 500명을 넘어섰다는 허위 내용이 돌았다. 19일 0시 기준 확진자는 343명이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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