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데이트 폭력③ '데이트 폭력 방지·피해자 보호' 제도 개선 시급

허지영 2020. 11. 19.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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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주]
[앵커]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고, 재발 방지 대책은 없는지 심층 취재한 기획뉴스 마지막 순서입니다.

제주에서 다양한 유형의 데이트 폭력이 발생하는 데도 드러나지 않은 사건이 많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지, 데이트 폭력을 막기 위한 대책은 없는지 허지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대 데이트 폭력 피해자/음성변조 :"지금은 (신고)하라고 하면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그때 당시엔 좋아하는 사람을 어떻게 신고해 하는 생각이 더 컸어요. 무릎 꿇고 빌면, 잘못했다고 하면 또 안 그러겠지 하는 생각에."]

신고조차 어려운 데이트 폭력.

그런데도 경찰에 접수된 제주지역 '데이트 폭력' 신고는 지난해까지 2년 연속 6백 건을 훌쩍 넘었고, 올해 들어서도 지난달까지 4백 건을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실제 데이트 폭력은 이보다 더 많을 거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보복이 두려워 피해자가 바로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고 상담기관 도움으로 뒤늦게 고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고홍자/제주여성상담소 소장 : "가슴에 담아두었다가 어느 날 "이건 아니다." 싶어서 신고하잖아요. 그러면 사전에 이런 (데이트 폭력의) 증거가 없는 거예요."]

문제는 피해자들이 경찰에 신고하거나 고소해도 불안에 떨어야 한다는 겁니다.

피해자가 가해자와 분리돼 머물 수 있는 도내 쉼터는 경찰에서 제공하는 임시 숙소와 여성긴급전화 1366센터 긴급피난처 단 두 곳뿐.

이마저도 임시 숙소엔 경찰이 상주하지 않고, 긴급피난처 최대 수용 인원은 가정폭력 피해자 등을 포함해 8명에 그칩니다.

[심화정/여성긴급전화 1366제주센터장 : "저희가 30일간 보호하게 되는데, 데이트 폭력 피해자가 사실 30일간 (피난처에) 계시면,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하기가 또 어려워집니다."]

이런 문제로 지난 20대 국회에서 신고 즉시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강력히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모두 폐기됐고, 21대 국회 들어 최근에야 관련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신보라/전 국회의원/데이트폭력범죄 처벌 특례법 발의 : "법무부나 이런 곳에서는 지금 현행법으로도 사실상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중 처벌이 될 수도 있고, 데이트 폭력이라고 하는 법적 정의 규정이 애매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21대 국회에선) 의회 차원에서라도 이 법안을 시급히 통과하는데 의견이 모였으면."]

그나마 올해부터 피해자와 가족의 심리·경제적 피해 등을 가해자에 대한 구속 심사와 양형 등에 반영하는 '범죄피해평가제도'가 도입됐지만, 효과는 지켜봐야 합니다.

연인 간의 사소한 다툼으로 간주돼 피해자들조차 움츠러들게 한 데이트 폭력.

이제는 치정 싸움이 아니라는 사회적 인식 전환과 함께, 피해자에겐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손을 건네고, 가해자에겐 그에 맞는 처벌을 내리는 제도적 개선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허지영입니다.

촬영기자:부수홍/그래픽:김민수

허지영 기자 (tangeri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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