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메모] 전문가 대신 '바람막이'..'관피아' 협회장 뽑는 금융권

정원식 | 경제부 2020. 11. 19.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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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금융권 주요 협회의 차기 회장 선임을 둘러싸고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이 또다시 벌어지고 있다. 재무부·금융감독위원회·금융위원회를 거친 관료 출신인 정지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13일 손해보험협회 차기 협회장으로 선임됐다. 또 이달 중으로 최종 후보를 결정하는 은행연합회와 생명보험협회에서도 관료 출신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되면서다.

금융사들은 규제가 강한 금융업의 특성상 금융당국의 입김을 막아주고 업계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는 데 관료 출신 협회장이 유리하다고 본다. 올해는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와 코로나19 금융지원 등으로 은행권이 정부의 압박을 받고 있고, 보험업계도 2023년 국제회계기준 IFRS17이 시행되면 보험사 부담이 커지는 터라 ‘힘 있는 회장’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있다.

문제는 퇴직 관료들과 당국의 유착으로 금융당국의 감독이 느슨해지면 결국 금융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2014년 한국 사회에 관피아 논란이 벌어졌던 것은 해양수산부 퇴직 관료들이 감독 단체에 포진하면서 선박안전 관리가 느슨해진 것이 세월호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은행연합회와 생명보험협회는 2014년과 2017년 모두 민간 출신을 회장으로 뽑았다.

현재 은행연합회장으로는 관료 출신인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민병두 전 국회 정무위원장이 민간 출신 5명과 함께 후보 명단에 올라 있다. 생명보험협회장으로는 국회의원을 지낸 정희수 보험연수원장의 이름도 나온다. 애초 유력한 은행연합회장 후보로 거론됐던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생보협회장 후보로 거론됐던 진웅섭 전 금융감독원장과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은 ‘관피아’ 논란이 제기되자 뜻이 없다며 고사했다. 앞서 2017년에도 손해보험협회장에 관료 출신이 선임돼 논란이 벌어지자 은행연합회장과 생보협회장이 민간 출신으로 결정된 바 있다.

‘여론’이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에 결과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금융사들이 빅테크의 도전을 헤쳐갈 경험과 비전을 지닌 전문가 대신 업계의 바람막이를 원하는 관성을 버리지 못한다면, 3년 뒤에도 ‘관피아’ 논란은 또다시 되풀이될 것이다.

정원식 | 경제부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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