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열차' 건설 놓고 갈라선 하동 군민들

글·사진 김정훈 기자 2020. 11. 19.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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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자락 개발 '알프스하동 프로젝트' 수년째 찬반 갈등

[경향신문]

경남 하동군 화개면 형제봉에서 내려다본 지리산 자락(왼쪽 사진). 하동군이 추진하는 산악열차 건설에 대한 찬반 현수막이 지역 갈등의 수위를 보여주고 있다. 김정훈 기자
화개~악양~청암 20㎞ ‘레일’
“관광 활성화, 미래의 먹거리”
“반달곰 서식, 사업 중단해야”
주민끼리 이견 ‘찬반 현수막’
상생조정기구도 해법 못 찾아

경남 하동군이 지리산 일대에 추진하는 ‘알프스하동 프로젝트’(산악열차 건설) 때문에 이 지역이 수년째 시끄럽다.

상생조정기구가 구성돼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업 추진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멸종 위기종인 반달가슴곰의 서식처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산악철도 건설 사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16일 하동군 지리산 자락에 있는 부춘마을에 들어서자 ‘청정 휴양촌’이라는 표지석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하동에서 지리산 형제봉(해발 1112m)으로 오르는 마을 입구다. 인근에는 ‘억지로 하지 말자, 산악열차 반대’라고 적힌 현수막이 여기저기 걸려 있었다.

부춘마을 산자락에는 푸른 녹차밭이 펼쳐져 있다. 관광객을 맞이하는 민박들도 보였다. 형제봉에 오르는 등산길에는 다람쥐, 꿩, 매 등도 보였다. 이날 등산길에는 인적이 없었다. 한참을 올라 형제봉 근처에 다다르자 ‘하동군민의 염원 산악열차 찬성’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시선을 끌었다. 산악열차를 두고 하동군이 갈등을 겪고 있음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알프스하동 프로젝트는 공공 150억원, 민자 1500억원 등 165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화개∼악양∼청암면을 잇는 산악열차 15㎞와 모노레일 5.8㎞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사업은 2014년부터 추진됐고, 지난 6월 기획재정부가 산림관광 부문의 ‘한걸음 모델’ 과제로 선정했다.

기재부 등 관계부처, 전문가, 이해관계자로 구성된 상생조정기구는 상생안 마련을 위해 수차례 회의를 개최했다.

그러나 사업을 반대하는 주민 등은 “상생조정기구는 다수의 찬성 측 인사들이 참여하는 밀실회의를 운영 중”이라고 주장한다.

반대 주민과 환경단체는 “알프스하동 프로젝트로 지역은 찬반으로 쪼개졌고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며 “상생조정기구는 임의단체인데 아무런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 지역의 100년을 결정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형제봉 일대에 반달가슴곰이 서식하는 것이 확인됐다”며 “당초 반달가슴곰이 살지 않는 것을 전제로 프로젝트를 추진한 만큼, 이젠 멸종 위기종 보호를 위해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반발 속에서도 하동군은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최근엔 프로젝트를 찬성하는 군민 300여명으로 구성된 민간기구 하동산악열차유치추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유치추진위 관계자는 “군민들로 추진기구가 만들어진 만큼 사업의 필요성 등을 적극 알려 후손에게 물려줄 하동의 100년 미래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하동군 관계자는 “알프스하동 프로젝트가 추진되면 관광객 유치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지역 관광 활성화는 물론 스위스의 알프스 융프라우의 산악열차와 같은 하동의 먹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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