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11만가구..공실 끌어모은 '전세난 불끄기'

최종훈 2020. 11. 19.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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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부동산대책]정부, 전월세 주거안정 대책 발표
다세대·오피스텔 등 물량 총동원
공공전세 1만8천가구 공급 눈길
입지 좋은 아파트는 적어 역부족
석달이상 빈 임대주택 3만9천호
내년 상반기 무주택자에 전세로
18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및 다가구 주택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전세난을 해소하기 위해 석달 이상 비어 있는 전국 공공임대주택 3만9천호를 내년 초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전세로 공급하기로 하는 긴급 처방을 내놨다. 또 민간건설사와 매입 약정을 맺은 다세대주택, 오피스텔 등 신축 건물을 서둘러 공공임대로 공급하고 ‘공공전세’라는 새로운 유형의 임대주택도 내놓는다. 이런 방식으로 올해 연말부터 2022년까지 2년간 전국에 11만4100가구의 전세 위주 공공임대를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19일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7월 말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계약갱신 사각지대에서 신규 계약 전셋값이 급등하는 등 전세난이 확산되는 데 따라 고심 끝에 제시한 처방이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이른 시일 안에 입주 가능한 공공임대 물량이 총동원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대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공급 물량 대부분이 소형 공공임대·다세대·오피스텔 등이어서 현재 서울·수도권과 지방 대도시의 입지가 양호한 아파트에서 촉발된 전세난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이번 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그동안 저소득·차상위 계층을 대상으로 월세 형태로 제공하던 공공임대주택을 한시적으로 전세주택으로 전환해 일반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이 보유한 공공임대 중 3개월 이상 공실인 주택은 3만9100가구이며 수도권에는 1만6천가구(서울 4900가구)가 있다. 이들 공공임대 가운데는 임대료 수준이 다소 높은 탓에 소득이나 자산 기준을 충족하면서 임대료를 낼 형편이 되는 입주자를 찾지 못해 좋은 입지인데도 공실이 생긴 경우도 많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이에 국토부는 올해 12월 소득·자산 기준을 배제하고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입주자를 모집한 뒤 내년 2월 입주하도록 할 예정이다. 임대기간은 4년을 기본으로 하고, 입주자가 원할 경우 2년이 추가된다.

공공기관이 민간의 다세대·오피스텔 신축 물량을 매입약정한 뒤 입주와 동시에 수요자에게 전세로 공급하는 ‘공공전세’도 2022년까지 한시적으로 도입돼 1만8천가구가 공급된다. 이 가운데 수도권 물량은 서울 5천가구를 포함한 1만3천가구다. 정부는 공공전세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기존 최대 3억원이었던 호당 매입단가를 서울 6억, 수도권 4억, 지방 3억5천만원으로 올려 수요자들의 선호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공공전세도 소득 기준 없이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공급된다.

국토부는 또 공공전세와 별개로 매입약정을 통해 2022년까지 신축 공공임대를 전국에 4만4천가구 공급할 예정이다. 매입약정 주택은 입주자의 희망에 따라 임대료의 최대 80%를 보증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준전세형으로 공급한다.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했던 중형 공공임대를 포함한 ‘질 좋은 평생주택’ 공급 방안도 이번에 확정됐다. 정부는 공공임대의 질적 수준을 높여 전용면적 60~85㎡(25~30평대) 중형을 2025년까지 6만3천가구 확충하고 그 이후엔 연 2만가구 이상 꾸준히 공급하기로 했다. 입주자 소득 기준도 기존 중위소득 130% 이하에서 150%(4인가족 기준 연소득 8544만원) 이하로 확대해 일부 중산층도 입주하도록 허용한다는 점에서 공공임대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도로 평가된다.

이번 대책은 2년간 11만가구 이상의 전세 위주 임대주택을 실수요자에게 공급하는 물량 공세 성격이 짙다. 이와 함께 임대방식 변화(월세→전세), 입주 대상자 확대, 임대주택 품질 제고 등에 새로 방점을 두었다는 게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다. 그럼에도 긴급 대책으로 꺼내든 공실 임대주택의 경우 사실상 수도권을 제외하면 입지가 좋지 않고 선호도가 낮은 소형(전용 40~50㎡)이 대부분이라는 게 약점으로 꼽힌다.

또 2년간 6만2천가구를 공급해 비중이 가장 큰 공공전세와 매입약정형 공공임대의 경우, 다세대주택과 오피스텔이 대부분이어서 품질을 높인다고는 해도 아파트를 선호하는 수요층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지에 대해 여전히 의문부호가 남는다. 정부는 매입약정을 맺는 토지주와 건설사에 공공택지 공급 때 우선권을 주는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적극적인 사업 참여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인근 아파트 못지않은 넓고 쾌적한 다세대를 지으면 아파트 임대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 전세대책이 공공임대 제공 쪽으로만 지나치게 쏠린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매매시장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에서 무주택 전세수요자 일부가 매매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 전셋값 상승 압력을 줄이는 노력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임차인의 계약갱신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큰 것으로 드러난 임대차법의 일부 조항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부동산학과)는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나타나고 있는 신규 계약 임대료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선 임대인의 실거주 등 갱신거절 사유 입증 책임을 법에 명시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 한해서는 대출 한도를 높여주는 등 전세 거주자가 집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방안이 고려되지 않은 점도 아쉽다”고 짚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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