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노동자 10명 중 3명 "반년 내 실직할 것"
큰 원인은 '노동시간 감소'
"고용지원금 못 받아" 41%
[경향신문]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초대형 국적 항공사가 생겨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인천국제공항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10명 중 3명은 6개월 안에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고용유지 정책에도 불구하고 다단계 하청 구조로 설계된 공항 내 항공·물류·서비스업 분야는 극심한 고용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노총 인천공항·항공·면세점 노동자 고용위기 대책회의는 19일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천공항 노동자 고용 현황 및 심리 등을 조사한 결과를 담은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8월20일~9월17일 면세점·항공사·환경미화·보안검색 등 인천공항 노동자 530명 대상 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진행됐다.
인천공항 노동자 81%는 지난해 12월과 비교해 올 8~9월 소득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소득 감소 원인으로는 노동시간 감소(63.2%), 성과급 수당 감소(32.4%), 임금 체불(16.4%), 기본급 삭감(16%), 실직(5.6%) 등이 꼽혔다. 코로나19 이후 사측으로부터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고 밝힌 응답은 45%였다. 노동자들은 임금 삭감 및 반납(20%), 무급휴업(21%), 연차휴가 사용(25%), 권고사직(11%) 등을 강요받았다고 답했다. 아시아나항공 기내식을 운반하는 하청업체 ACS 소속 남기용 공공운수노조 ACS지회 사무장은 “직원들이 사측 제안을 받아들여 지난 4월부터 5개월가량 페이백 형태로 30% 임금을 사측에 돌려줬다”며 “다른 직장을 구하기 힘드니 울며 겨자 먹기로 동의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경영 사정 악화로 불가피하게 무급휴직을 실시하는 기업에 고용유지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이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는 응답이 41.3%에 달했다. 이 중 25.6%는 ‘사업주가 거부해 정부 지원 제도를 신청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앞서 객실 청소담당 하청업체 아시아나KO는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을 거부하고 정리해고를 추진했다. 4대 보험 같은 고정비 지출을 계속 부담해야 한다는 이유 등이 거론됐다.
공항 노동자들이 느끼는 전망은 밝지 않다. ‘6개월 내 일자리를 상실할 것’이라는 응답이 36%에 달했다. 51.5%는 ‘인천공항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더라도 고용 인력은 감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공항 하청노동자들은 휴업과 휴직 수당의 70~90% 수준인 고용유지지원금을 90%로 일괄 적용하고, 사업주가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을 거부할 경우 경영 상황을 증빙할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는 안을 정부에 제안했다. 또 고용유지지원금이 지급되는 180일의 기한을 더 연장하고 지난 5월 출범한 40조원 규모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항공 관련 하청업체에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면세점 노동자들은 “현재 각 공항공사가 8619억원을 지원하여 고용을 유지시킨 노동자는 원청인 재벌 대기업 노동자”라며 “협력업체를 위한 (고용유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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