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빈손으로 끝난 공수처추천위, 여야 끝까지 정치력 발휘해야
[경향신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18일 3차 회의에서도 추천후보를 내지 못했다. 추천위원 7명이 예비후보 10명에 대한 추가 검증 후 대한변협(3명)·법무부 장관(1명)이 추천한 다수 득표자를 두고 결선투표를 이어갔지만, 끝내 6표를 얻은 최종후보자 2인을 뽑지 못하고 빈손으로 끝났다. 다음 일정도 잡지 않아 추천위 활동이 사실상 종료됐다. 지난 7월15일 공수처법 시행 후 127일 만에, 뒤늦게 추천위가 출범한 지 20일 만에 공수처 논의가 원점으로 회귀했다. 타협·절충 없이 여야 대리인이 평행선만 달리는 ‘변비 국회’ ‘무결정 국회’의 진면목을 봤다. 유감스럽다.
추천위 파행은 줄곧 우려했던 대로 ‘5 대 2의 벽’에 갇혔다. 국민의힘 추천위원 2명의 반대로 다수 득표자 결선투표도 모두 4~5표에 그친 것이다. 추천위에선 ‘회의 계속’ 안건도 부결됐다. 당연직 추천위원인 대한변협 회장은 “다음 회의를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의미가 없다”고 봤다. 애당초 유력한 대안으로 본 전문기관 추천 후보들도 야당의 반대로 부결됐고, 이런 정략적·기계적 대치로는 길이 보이지 않는 답답함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수처장 추천 무산으로 여야 갈등이 다시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5일 법사위 소위를 열어 공수처법 개정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의결정족수를 ‘7명 중 6명’에서 ‘3분의 2’로 완화하는 게 핵심이다. 국민의힘은 “공수처 독재로 가려는 것”이라며 반발한다. 서로 하고픈 말과 압박이겠으나, 여야는 그에 앞서 19일 “모든 정치적 견해를 배제하고 공정하고 국민 여망에 부응하는 결론을 내달라”는 박병석 국회의장의 주문을 새겨야 한다.
고위공직자 7100명을 수사 대상자로 둔 공수처는 정치적 중립과 수사권 행사의 절제·독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정대로 출범했다면 라임·옵티머스 사건과 광역단체장 성폭력,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윤석열 검찰총장 가족 의혹은 공수처가 규명하고 있을 것이다. 여당은 편의적으로 법을 고치는 것은 아닌지 냉정히 돌아보고, 홀로 밀어붙인 공수처의 안정성과 신뢰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 야당도 거부권을 공수처 출범을 막는 지연책이나 파토권으로 악용해선 안 된다. 공수처법 개정은 최후의 수단으로 두고, 여야 모두 최대한 중립적·전문적 인사가 공수처를 이끌 수 있도록 정치적 협상력을 발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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