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임대 11만가구 공급, '숫자 채우기' 대책 아니길

2020. 11. 1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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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서울. 강윤중 기자

정부가 19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을 내놨다. 우선 3개월 이상 비어있는 공공임대를 무주택자에 한해 소득제한을 두지 않고 공급하기로 했다. 또 민간건설사와의 매입 약정을 통해 다세대, 오피스텔 등 신축 건물을 공공임대로 내놓는 한편 최장 6년간 시세보다 싸게 거주할 수 있는 ‘공공전세’도 공급하기로 했다. 이런 방식으로 앞으로 2년간 전국에 11만4100가구를 공급한다는 것이다. 전세난을 시급히 풀기 위해 목표 물량의 40%가량인 4만9000가구는 내년 상반기까지 공급하기로 했다.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5년간 6만3000가구의 고품질 중형주택도 공급한다. 내년 하반기에는 빈 사무실과 호텔 등을 주택으로 개조해 1만3000가구를 공급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정부가 전세난을 해소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기존 정책기조를 지키면서 단기간에 공급 가능한 전세물량을 최대한 끌어모았다. 공공임대의 공실 개념을 2022년까지 한시적으로 바꿔 3개월 이상 비어있으면 소득·자산 제한 없이 공급하겠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간 월세로 공급하던 매입임대나 공공지원 민간임대를 ‘공공전세’로 돌리겠다는 것도 눈에 띈다. 단기간에 시행할 수 있는 방안이라 전세시장의 급한 불을 끄는 효과가 기대된다. 이번에 중산층용 공공임대 주택의 윤곽을 제시한 것도 의미가 있다. ‘30년간 이사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임대주택’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면 주거안정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만큼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조기 공급분이 수도권 2만4000가구, 특히 서울의 경우 9000가구밖에 안 되는 것은 아쉽다. 이 정도 대책으로 서울·수도권의 전세난을 진정시키기는 어려워 보인다. 공급 전세 물량 대부분이 비아파트형에 중·소형인 점도 마찬가지다. 물론 아파트는 새로 지어 공급하는 데 2~3년씩 걸리는 만큼 긴급처방 격인 이번 대책에 포함시킬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 공급할 다세대주택의 주거환경과 편의성을 아파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3개월 이상 비어있는 공공임대 공실을 소득제한 없이 공급하는 방안 또한 실수요에 얼마나 부응할지 의문이다. 되레 취약계층의 임대주택 물량만 줄일 위험도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벌써 24번째 부동산대책도 실패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호텔·사무실을 주택으로 개조하는 방안이 현실을 무시한 숫자 채우기가 아니었음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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