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무부의 윤 총장 감찰, 축출 위한 요식행위여선 안 된다
[경향신문]
윤석열 검찰총장을 감찰 중인 법무부 감찰관실이 19일 대검찰청을 방문해 윤 총장을 면담 조사하려 했으나 윤 총장이 불응해 진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검에 지난 17·18일 보낸 윤 총장에 대한 방문조사 예정서가 잇따라 반송됐고, 이날 오전에도 윤 총장 비서실을 통해 방문조사 여부를 타진했지만 불응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법무부는 앞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무부가 예고한 다음 절차가 무엇을 말하는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의 조사 불응을 별도 감찰 사안으로 다룰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리고 이 조치를 바탕으로 검사징계법을 적용, 윤 총장에 직무집행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총장의 국감 발언과 대전지검의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조작 의혹 수사’ 개시 이후 추 장관과 여당 지도부의 윤 총장 사퇴 압박을 보면 전혀 개연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 때 법무부가 혼외자 의혹 감찰에 착수하자 채동욱 검찰총장이 사퇴한 데서 보듯 윤 총장 감찰 지시 자체가 ‘총장 그만두라’는 신호이다.
법무부 감찰관실은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절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을 만난 의혹, 지난해 5월 서울중앙지검의 옵티머스자산운용 무혐의 처분건 등을 감찰 중이다. 추 장관이 내린 감찰 지시의 정당성을 따질 단계는 이미 지났다. 윤 총장도 의혹이 있으면 성실하게 조사에 응해 소명하는 게 맞는 처신이다. 하지만 법무부가 진행하는 감찰의 목적이 윤 총장 망신주기나 윤 총장 축출을 위한 명분 쌓기여서는 안 된다. 법무부가 총장을 대면조사하려면 충분한 사전조사로 탄탄하게 근거를 쌓은 뒤 실행하는 게 옳다. 그런데 최근 법무부가 하는 모양을 보면 과연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지 의문이 든다.
그렇지 않아도 추 장관이 한쪽의 주장에 근거해 감찰권을 남발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법무부 장관의 감찰권은 검찰을 정권 입맛대로 길들이는 수단으로 악용되기 쉬운 만큼 꼭 필요한 사안에 한해 행사돼야 한다. 하물며 검찰조직을 총괄하는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지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감찰 결과 비위 사실이 확인되면 윤 총장이 합당한 책임을 지면 된다. 반대로 윤 총장에게 아무런 비위가 없다면 감찰권을 남발해 검찰조직을 흔든 추 장관이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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