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뜻대로'만 외친 與..'비토권'으로 '반대'만 한 野

정지용 2020. 11. 19.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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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연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장이 18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후보자추천위원회 3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추천을 위한 3차 추천위원회 회의가 열린 18일, 더불어민주당은 회의 시작 전부터 ‘벼랑끝 전술’에 돌입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오전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오늘마저 아무런 진전 없이 끝난다고 하면 대안 마련에 착수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추천위가 최종 후보 2인을 내지 못할 경우, 공수처법 개정을 강행해 야당의 비토권(거부권)을 무력화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민주당의 이런 태도에 야당은 눈도 깜빡 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몫 공수처장 추천위원인 이헌 변호사는 이날 오전 공수처장 후보 10명에게 돌연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립과 검찰개혁 관련 입장을 서면으로 답변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변호사가 '꼼꼼한 검증'을 요구하면서 추천위는 회의 초반 대부분의 시간을 자료 요구와 답변 검토 시간으로 보내야했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이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2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18일 출범'만 외친 與

초대 공수처장 추천이 무산된 책임은 '최종 후보 2인 선출’ 시한을 못 박고 밀어붙인 여당과, ‘검증이 더 필요하다’며 시간을 끌었던 야당 모두에 있었다. 우선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의 숙원인 공수처 출범을 올해 안에 매듭짓기 위해 '그들만의 시간표'를 내세워 야당을 압박한 것부터 문제였다. “야당이 시간 끌기에 나서면 우리는 좌시할 수 없다”(이낙연 민주당 대표) “교황 선출 방식처럼 ‘끝장 회의’를 해서라도 후보 추천을 완료해야 한다”(백혜련 민주당 의원) 는 압박성 발언으로 18일을 사실상 '데드라인'으로 설정해 협상 여지를 스스로 좁혔다.

‘검찰 출신 배제’ 라는 민주당 내부의 암묵적인 목적도 협의를 더욱 어럽게 했다. 이는 18일 회의에서 여당 몫 추천위원 2명이 판사출신인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원과 전현정 법무법인 케이씨엘 변호사에 표를 몰아주면서 노출됐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갈등 중인 민주당은 공수처장을 '비검찰 출신'으로 세우려 했는데, 이런 의도가 고스란히 회의에서 드러났다. 하지만 이를 간파한 야당 추천위원 2인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민주당의 판사출신 공수처장 후보 추천 전략은 결국 무산됐다.

국민의힘 추천 공수처장 추천위원인 이헌(오른쪽) 변호사와 임정혁 변호사가 국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반대' '반대' 반대'한 野

국민의힘 역시 ‘공수처장 추천 의지가 애초부터 없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야당 몫 이헌, 임정혁 변호사는 18일 3차례에 걸친 추천 후보 투표에서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7인의 추천위원 중 의결 정족수(6표)를 넘기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했고, 결과적으로 국민의힘 추천위원들은 우려했던 비토권을 행사했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변협) 회장은 19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18일 회의에서) 야당 추천위원들은 두분 다 반대표를 던졌다”며 “제가 보기에 10번을 투표해도 똑같은 결과에서 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야당 추천위원들의 비토권 행사를 비판했다.

야당 추천위원들은 이같은 비판에 '신중론'을 꺼내들었지만, 회의에 함께했던 다른 추천위원들은 어디까지나 명분이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한 추천위원은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추천위 위원장인 조재연 법제처장은 ‘차근차근 하나씩 정리할 건 정리하자’고 했지만, 야당 추천위원들은 ‘무조건 반대’만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민의힘은 시작부터 '공수처 반대' 인사를 공수처장 후보로 추천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국민의힘 추천위원의 추천을 받은 석동현 변호사는 "공수처는 태어나선 안될 기관"이라고 말하며 후보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국민의힘 추천위원이 추천한 김경수 변호사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추천위원이 반대하는 모양새도 연출됐다.


이친희 '더이상 무의미' 여야는 '네 탓'

이찬희 회장은 18일 회의 직후 “사실상 더 이상 회의를 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수처법 개정을 위해 ‘명분’을 쌓으려는 민주당과, ‘반대’만 외친 야당을 모두 비판한 것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여야는 후보 추천 무산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겼다. 민주당 법사위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야당 추천위원들이 합리적 근거를 통한 비토권 행사가 아니라 오로지 공수처 출범을 막기 위해 비토권을 악용한 것”이라며 공수처법 개정을 기정사실화 했다. 반면 국민의힘 법사위 의원들은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 공수처법 개정 강행처리를 예고하더니 짜놓은 각본대로 폭주하고 있다”며 “공수처는 말 안 듣는 공직자, 야당 인사들만 손보는 ‘정권 보위부’란 점만 명명백백 드러난 것”이라고 여당을 비난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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