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의 입] '오거돈 성추행' 지워버린 '가덕도 신공항' 지우개

김광일 논설위원 2020. 11. 19.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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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세력과 민주당은 무슨 도깨비 방망이라도 손에 쥔 것처럼 못 하는 일이 없다. “윤석열 찍어내자”, 뚝딱, “로봇 공수처장 만들자”, 뚝딱, 아하 좋다, 이 세상에 안 되는 일이 뭐가 있을까 보드냐. 윤석열이 끝까지 버티려 한다고? 어림없는 소리. 평검사를 보내서 검찰총장에게 직접 대면조사 감찰을 벌이면 제깟 놈이 그 망신살을 어떻게 견딜 것 같은가. 최소한 직무배제는 가능하지 않겠는가. 윤석열 몰아내자, 뚝딱. 그리고 야당의 반대로 공수처장 임명이 힘들다고? 그것도 어림없는 소리. 대한민국 민주당 버전 도깨비 방망이는 안되는 게 없단다. 어제 깔아놓은 아스팔트, 오늘 다시 파헤치듯, 어제 만든 공수처법, 오늘 다시 고친다 한들 뭐가 문제일꼬? 당장 공수처법 고쳐라. 개정안은 이미 준비됐다. 뚝딱, 뚝딱.

그런데 뭐라고? 부산 시장 선거가 야당에 유리하다고? 그것도 어림없는 소리. 자, 또 한 번 도깨비 방망이를 휘둘러보자. 가덕도 나와라, 뚝딱. 얼쑤. “가덕도 신공항”이란 꽃놀이패가 있는데 뭐가 걱정인가. 신나게 도깨비춤을 또 한 번 춰보자. 덕더쿵, 덕더쿵, 얼쑤, 얼쑤. 아직은 경제성이 좋다는 월성원전 1호기도 도깨비춤 한번으로 뒤집어서 폐쇄시켜버리는 솜씨를 보지 못하였느냐, 가덕도도 똑같이 하면 될 것이니라, 덕더쿵 얼쑤.

여러분, 여러분 눈에도 다 보이시죠? 네, 그렇습니다. 집권 여당이 추고 있는, 여론 뒤집기 도깨비춤, 판세 뒤집기 도깨비 방망이, 윤석열 찍어내기 칼춤, 여러분 눈에도 다 보이시죠? 오늘 조선일보는 총리실 산하 김해 신공항 검증위원회 위원 21명 중에 핵심 역할을 한 위원 4명을 직접 인터뷰했다. 정부 여당이 만들어 놓은 ‘가덕도 각본’과 ‘김해 폐지 시나리오’가 얼마나 국민들을 우습게 보는 내용인지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그 중 몇 개만 그대로 소개하겠다.

“정부에서 내놓은 자료가 너무나 불충분해 검증을 제대로 하기 어려웠다.” “우리는 들러리를 선 기분이었다.” “우리 임무는 국토부와 부산 울산 경남 각 측의 말이 맞는지 검증하는 것이었는데 이들이 낸 자료가 거의 없었다.” “대립되는 주장에 대한 근거 자료를 계속 요청했는데 그에 맞는 자료가 오지 않아 판단하기 힘들었다.”

자, 이런 상황에서 시나리오를 꾸민 정부 여당의 검은 손길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증언이 계속된다. 검증 위원들의 입에서는 이런 말들이 쏟아졌다.

“어제 검증위의 발표가 나오자마자 더불어민주당이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추진한다는 말을 듣고 솔직히 황당하고 어이없었다.” “여권의 ‘답정너’ 전략에 들러리를 선 기분이다.” “산을 그대로 두려면 지자체와 협의해야 하는데 그게 없어서 문제라는 법제처 유권 해석으로 근본 재검토 결론을 냈는데 황당할 뿐이다.” 여기서 ‘답정너’란 유행어가 나오는데 이것은 “답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면 돼”, 이런 뜻이다. 그리고 법제처는 김해 신공항이 절차상 문제가 있는 것처럼 트집을 잡았는데, 그 논리가 ‘산을 그대로 두려면 지자체와 협의해야 하는데 그게 없었다’는 것이다. 정말 입이 딱 벌어지고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어이가 없을 뿐이다. “산을 깎으려면” 지자체와 협의해야 한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산을 그대로 두려면” 협의해야 한다는 말은 정말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말이다. 그런데도 법제처는 정말 태연하게 그런 논리를 댄다.

게다가 ‘파리 공항공단 엔지니어링 (ADPi)’, 즉 공항 설계 회사로는 세계3대 권위 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서 ‘김해신공항’만이 해결책이라면서 V자 활주로라는 절묘한 신의 한수를 찾아냈는데도 그것을 백지화하려는 것은 정말 어이가 없는 일이다. 더구나 가덕도 쪽은 수심이 깊고 태풍이 가는 길목이라 안전 면에서 위험하기 짝이 없다. 가덕도는 지금의 김해공항 바로 위쪽에 있어서 비행기가 오가는 하늘길이 겹치는 문제도 있다. 검증위는 김해신공항이 2056년까지 추정되는 여객 수요를 3800만 명까지 충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만에 하나 지금부터 56년 후인 그때 여객이 지금 추정치보다 더 많아지면 그때 가서 공항을 새로 지으면 된다.

자, 백번 양보해서 김해신공항을 재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치자.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바로 가덕도 신공항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것은 김현미 국토부장관도 이미 지적한 바 있다. “가덕도로 곧장 가는 것이 아니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국토부에서 다른 소리가 나오자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거친 언사를 내뱉으면서 “국토부 2차관 오라고 해”, 했다고 한다. 지금 민주당은 땀을 흘리며 도깨비춤을 추고 부산시장 만들기에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국토부에서 시나리오와는 다른 엉뚱한 소리가 나오니까 김 원내대표의 입에서 순간적으로 욕이 튀어나온 것이다.

2020년9월 기준으로 부산, 울산, 경남, 부울경, 이 지역 주민은 788만2887명이다. 그냥 ’800만 부울경 주민'이라고 해도 된다. 우리는 이 ’800만 부울경 주민들'의 미래와 경제적 혜택과 복지를 절대적으로 존중한다. 아울러 ’800만 부울경 주민들'께서 과거에 보여주신 놀라운 정치적 수준과 판단능력, 그리고 최종적으로 보여주신 ‘선택’을 100% 존경한다. 여당이 어떤 감언이설을 늘어놓든, 그것은 그것대로 들으시면서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또 그 나름의 선택을 하실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여기서 그 선택에 도움을 드리는 차원에서 몇 가지 정치적 해석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먼저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 때문에 치러지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 여당은 ‘오거돈 성추행 심판’이라는 보궐선거를 ‘김해 가덕도 드잡이 싸움’으로 뒤바꾸는데 거의 성공하고 있다. 민주당 사람들은 얼굴색 하나 안 바꾸고 어떤 원칙과 약속을 뒤바꿔버리는데 선수들이다. 예를 들어 지난 총선 때도 절대 비례 정당을 만들지 않을 것처럼 하더니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꿔서 비례정당을 만들었고, 자기네 당이 중대한 잘못을 저질러서 치러지는 보궐선거에는 절대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못 박아 놓은 문재인 대표가 당헌마저 스스로 깨버렸다. 도깨비춤이 너무도 후안무치하고 현란해서 어지러울 지경이다.

정부 여당은 도대체 뭘 믿고 이런 도깨비춤을 추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 민주당은 우리가 존경하는 부울경 주민들께서 가덕도 신공항을 원하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가덕도를 반대한다고? 그렇다면 당신네는 부산 경남, 즉 PK 지역의 미래를 망치겠다는 것이요?” 하고 멱살을 잡을 기세다. 민주당 의원들은 가덕도의 문제를 지적하는 상대를 향해서 “PK 발전 방해 마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발언들이 이어진다. “검증위의 정당한 결정이다. 부울경의 열망과 국가미래는 안중에도 없는 천인공노할 일이다.” “PK 800만 시도민의 염원을 무산하지 말라. PK의 미래를 발목잡지 말라. 얄팍한 정치공학이 되살아 나지 않길 바란다.” 등등.

민주당이 내놓은 ‘가덕도 신공항’은 야당인 국민의힘을 분열시키는 ‘꽃놀이패’가 되고 있다. 이것은 원래 바둑 용어다. ‘패’라고 하는 것은 흑돌과 백돌이 똑같은 곳을 번갈아 가며 한 집을 따먹을 수 있는 경우를 말하는데, 상대방이 따먹은 곳을 내가 다시 따먹으려면 상대방이 응수할 만한 다른 곳에 한 수를 두고 나서 비로소 원래 번갈아 가며 따먹는 곳에 두어야 하는 규칙이 있다. 그런데 이런 ‘패’라는 말에 ‘꽃놀이’란 말을 붙였으니, ‘꽃놀이패’라고 하는 것은 나한테는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상대방에게는 치명적인 손해를 끼칠 수 있는 패를 말한다.

‘가덕도 신공항’이란 도깨비 방망이가 민주당에게는 신나는 꽃놀이패가 되고 있고, 국민의힘에게는 바로 적전(敵前) 내부분열로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김해신공항 검증 결과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요구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는데, PK쪽 하태경 의원은 가덕신공항 특별법을 여당과 조율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대구경북 TK 의원들은 김해신공항 백지화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반면, PK 의원들은 가덕도 찬성 쪽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도 “김해공항 폐지를 전제로 한 가덕도 신공항을 적극 찬성한다”고 했고, 부산시장 선거에 나선 박형준 예비 후보도 “가덕도 신공항은 남부권 발전의 기폭제가 된다”고 했다.

결론은 이렇다. 민주당은 가덕도란 도깨비 방망이, 신기한 지우개로 오거돈 성추행이란 주홍글씨를 여봐란 듯 지워내고 있다. 180석 가까운 압도적 우위를 가진 저들이기에 그들을 말릴 뾰족한 방법도 없다. 그래서 1급 정치 수준을 가지신 부산 시민들에게 호소하는 방법밖에는 없어 보인다. 가덕도와 선거를 연결 짓지는 말아 주십사 하는 점이다. 정말 필요하다면, 가덕도를 한 개가 아니라 열 개인들 건설하지 못할 까닭이 없다. 어제 한 신문 사설처럼 “냉철한 부산 시민들이 나서서 이런 포퓰리즘 광기를 제어해야만 나라가 산다”는 점을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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