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과 감성> 멈춰버린 몸과 자유로운 영혼..영화 '잠수종과 나비'
[EBS 저녁뉴스]
어느 날 갑자기,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오늘 <지성과 감성>에서는 정신은 멀쩡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 병에 걸린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잠수종과 나비>를 소개해드립니다. 지금 만나보시죠.
[리포트]
영화의 시작과 함께 눈을 뜨는 주인공, 장 도미니크 보비.
그의 시야는 흐릿하고, 주위 사람들은 그의 말을 들어주는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러다 한 의사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되죠.
-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전신 마비에다... 말도 할 수 없죠
유명 잡지 ‘엘르’의 편집장으로 잘 나가던 보비는 마흔두 살의 나이에, 몸의 모든 감각을 잃어버리는 ‘감금 증후군’이라는 희귀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 세상에 저게 누구야? 나야? 이건 무슨... 돌연변이 괴물 같잖아
온전한 정신과 기억을 갖고 있는 그에게, 현재의 상태는 마치 물속 잠수종에 갇힌 것과 같았습니다.
그가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왼쪽 눈꺼풀뿐인데요.
보비는 언어치료사의 도움을 받아, 다시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합니다.
-제가 알파벳을 천천히 읽을 테니까 말하고 싶은 단어 알파벳에서 깜빡이세요. 그걸 기록하고 다음 글자를 찾는 거예요. 그렇게 하면 단어나 문장도 만들 수 있죠
영화 <잠수종과 나비>는, 평범한 삶이 한순간에 무너진 한 남자의 시선을 따라가고 있는데요.
그가 눈을 깜박이면 스크린도 깜박거리고, 그가 눈물을 흘리면 스크린은 뿌옇게 변합니다.
보는 이들은 이런 장치를 통해 보비의 감정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죠.
인터뷰: 윤성은 / 영화평론가
“완벽해보였던 한 사람의 인생이 끝이 보이지 않는 나락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회생하는 과정에서 뭉클한 감동을 느낄 수 있고요. 지금 무기력하고 좌절감에 빠져 있는 관객들에게는 다시금 삶에 감사하고 또 용기를 갖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실제 주인공은 수십만 번의 눈 깜박임으로 13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써냈는데요.
정신은 몸에 갇혔지만, 나비처럼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잊지 않고자 하는 보비.
그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 <잠수종과 나비>는 오늘(11월 19일) 재개봉해 관객들과 만납니다.
Copyright © E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