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美대선 분열과 소셜 미디어

2020. 11. 19.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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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렬 서울예술대학교 영상학부 교수
이영렬 서울예술대학교 영상학부 교수

미국 대선이 끝났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으로 정치적 분열과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역사에서 남북 전쟁을 제외하고 지금처럼 '분열'이 위험한 적이 없었다"고 버지니아 대학의 대통령학 담당 교수인 바버러 페리는 최근 AP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AP는 이번 선거가 미국의 '위험한' 분열을 극명하게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이러한 분열과 갈등의 골을 깊게 하는 주범이 페이스북·유튜브 같은 소셜 미디어라고 지적되고 있어 주목된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은 자기가 옳다고 믿는 이야기만 듣고, 근거 없는 풍문과 음모론을 퍼뜨리며 민주주의를 공격한다는 것이다.

미 대선 이전인 올 9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에서 전 페이스북 임원 팀 켄들은 "소셜 미디어 때문에 (남북 전쟁 같은) 내전이 일어날까 두렵다"고 잘라 말한다. 이 대명천지에 그것도 미국에서, 내전이라니 놀라운 말이었다. 이 다큐의 감독 제프 올로우스키도 별도의 인터뷰에서 "소셜 미디어 때문에 내전을 두려워 한다는 팀 켄들의 말을 들었을 때 처음에는 믿겨지지 않았지만 편집작업을 계속해 가면서 이 같은 파멸적 행로를 그릴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소셜 미디어가) 우리를 연결해 주는 동시에 조종하는 기술'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다큐는 소셜 미디어로 인해 일어나는 정치·사회적 폐해의 사례들을 기록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 업체들이 오로지 수익을 늘린다는 목표 아래, 사용자들을 사이트에 더 자주 오래 머무르게 만들려고 사용자 데이터를 가지고 개인별 관심을 파악해 맞춤 정보·영상을 제공하면서 중독이나 우울감을 만든다는 것이다. 각 개인의 정치적 성향도 파악해 이와 비슷한 성향의 뉴스를 제공해 정치적 양극화를 부추긴다고도 지적한다. 또 소셜 미디어가 가짜 뉴스를 판치게 하면서 진실을 알 수 없게 해 민주주의를 무너뜨린다는 게 이 다큐의 메시지이다. 이 다큐에서 전직 소셜 미디어 임원은 "우리가 '좋아요'를 누를 때 긍정성과 사랑을 퍼뜨리는 게 아니라 정치적 양극화를 깊게 한다"고 한탄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대선 한 달여 전에 '소셜 미디어는 미국을 양극화 시키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고, 대선 직후 디지털 기술 전문 매체인 버지(Verge)는 '소셜 미디어가 2020년 대선의 문제를 악화시켰다'는 기사를 실었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자신과 정치적으로 비슷한 견해를 가진 사람을 '팔로우'하거나 '친구 맺기'를 하게 된다. 자기와 정치적 의견이 비슷한 사이트만 '구독'하고, 자기가 믿는 정치적 신념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멀리 하게 된다. 그래서, 개개인은 점점 자기의 정치적 성향과 비슷한 정보에만 접하게 되는 구조에 빠지게 되어 고정관념과 편견을 강화하게 된다. 또 자기가 속한 집단의 갈등에 토대를 둔 커뮤니티를 조직하게 되어 반대되는 성향의 잡단과는 맞서게 된다.

문제는 소셜 미디어에서 퍼지는 정보가 기존 공식 언론 매체들과는 달리 '사실 확인'을 제대로 거치지 못하는 데 있다. 공식 언론 매체들은 기자가 취재한 내용이 기사화 될 때까지 여러 단계의 사실 확인 과정을 거치고, 오보를 내면 언론매체의 불명예라고 인식되고 있어 사실 보도 원칙이 굳게 자리 잡고 있지만, 소셜 미디어에는 이 같은 과정 자체가 없다.

이러한 소셜 미디어의 메카니즘 때문에 "미국은 소셜 미디어에 의해 두 동강 났다"고 까지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미국과 마찬가지로 페이스북·유튜브·구글 같은 소셜 미디어를 많은 국민이 사용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정치적 폐해의 문제가 어떠할까. 심리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간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는 성향이 있다(선택적 지각). 또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다 보면, 이와 조금이라도 다르면 배척하는 경향(확증편향)도 나타나게 된다고 한다. 더구나 국내 정치 유튜버들은 대부분 이념의 색깔을 분명히 해 두고서 자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해 주며 많게는 1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정치 유튜버들은 구독자들을 지키고 늘리기 위해 이들의 입맛에 맞는 정보만 제공하는 경향이 있다. 또 카카오톡의 단톡방 같은 기능은 이념 성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뭉치는 수단이 되어 있다. 국내도 미국과 정도의 차이이지, 정치적으로 양극화 될 수 있는 구조에 놓여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미국의 상황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소셜 미디어로 인한 정치적 양극화와 대립 문제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진지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가 던지는,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사회인가'라는 물음을 우리에게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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