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윤 갈등에 가려진 본질, 검찰개혁 더 끈질기게 들춰야"

최혜정 2020. 11. 19.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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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제8기 열린편집위원회 열세번째 회의
검찰개혁 및 입법 보도 점검
지난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린 8기 열린편집위원회 마지막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한겨레> 보도 내용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2020년이 막바지로 달려가고 있지만, 올 한 해를 뜨겁게 달궜던 검찰개혁 논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만 부각되는 모습이다. 또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차별금지법 등 국민의 생명권·사회권을 강화하는 법안은 국회에서 겉돌고 있다. 16일 오후 한겨레신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8기 한겨레신문사 열린편집위원회 열세번째 회의에선 지난 1년간의 활동을 마무리하며 여전히 뜨거운 현안인 검찰개혁과 관련된 <한겨레> 보도와 함께, 국회에 계류 중인 주요 관심 법안에 대한 보도를 톺아봤다. 또 마지막 회의를 맞아 열린편집위원들은 <한겨레> 보도 전반에 대한 애정 어린 쓴소리와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날 회의에는 홍성수 시민편집인 겸 열린편집위원장(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강혜란 위원(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김미경 위원(한겨레온 편집위원), 김제선 위원(한국사회혁신가네트워크 공동대표), 박영흠 위원(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초빙교수), 우태희 위원(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이 참석했다. 한겨레에서는 백기철 편집인과 이춘재 사회부장, 최혜정 소통·혁신데스크가 함께했다.

김제선 검찰개혁은 너무 오래 끌어온 과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갈등의 중계식 보도보다는 검찰개혁의 필요성과 대안에 대한 이야기가 지루하더라도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검찰도 관료조직으로서 이익집단화되어 있다. 정치권에서 검찰개혁에 힘을 쏟는 것은 아주 특이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정치권력은 독점적 관료권력과 협력하거나 편승해서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특이하게 검찰 집단에 날을 세워서 싸우고 있는 지점이 있다. 추미애-윤석열 대결을 중계하는 것이 아니라, 한겨레는 그동안 반복적으로 다뤄왔더라도 검찰개혁이 필요한가에 대한 여러 사례들, 검찰이 그간 보여온 선택적 수사, 편파적 수사에 대한 사례들을 정확히 언급해주는 보도를 이어갔으면 좋겠다.

박영흠 ‘추미애-윤석열 갈등’과 관련해 이야기하자면, 대부분의 언론들이 이번 갈등이 맥락이 풍부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두 권력기관장의 갈등으로 ‘개인화’하면서 사안의 본질이 실종된 것이 큰 문제였다는 생각이 든다. 수사의 중립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 관료권력으로서의 검찰조직에 대해 어떻게 민주적으로 통제할 것인가 하는 것이 본질인데 그런 문제들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겨레는 나름대로 본질을 놓치지 않고 조명하려는 노력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예컨대 성한용 선임기자께서 ‘정치 막전막후’를 통해 끝없는 ‘추-윤 갈등’, 본질은 정치권력-검찰권력 충돌이라는 기사를 써주셨고, 박용현 논설위원은 김남준 전 법무검찰개혁위원장을 인터뷰해서 계속 본질을 환기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다만, 이번 추미애 장관-윤석열 총장 갈등 보도를 보면서, <한겨레>는 윤 총장에게 더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을 들이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추미애는 선이고 윤석열은 악인 것도 아니고, 어느 한쪽 편을 들어줘야 하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둘을 아주 매섭게 비판할수록 이 사안의 본질을 더 부각시킬 수 있다고 본다. 윤석열 총장의 검찰주의와 이익집단화된 검찰조직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지만, 추미애 장관의 에스엔에스 정치, 포퓰리즘 정치, 수사 독립성 침해 문제에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도 많다. 이에 대해 더 적극적인 비판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추 장관의 문제를 짚어주는 기사는 꽤 있었다. 예컨대 임재우 기자의 추미애 장관의 선택적 피의사실공표 기사는 중요한 시점에 중요한 문제를 짚었다. <한겨레>는 사설이나 칼럼에서 윤 총장 비판이 더 강하게 제기되고, 나중에 점점 추 장관 비판이 등장하는데 그것은 추 장관 비판 여론이 제기된 이후에 <한겨레>가 따라간 것 같다. 또 대체로 ‘동반사퇴론’으로 많이 전개된 것 같다. 저는 양비론과 불편부당성은 분명히 다르다는 생각이다. <한겨레>가 가야 할 길은 양비론보다는 불편부당성이라고 생각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 사진)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6월22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홍성수 두 기관장의 충돌을 중계방송하듯 하나하나 보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사건이 그렇듯, 이면에 흐르고 있는 문제들을 얼마나, 어떻게 잘 보여주는지가 중요하다. 예컨대 ‘검사 집단반발’의 역사를 짚으면서 과거와 무슨 차이가 있고 어떤 점이 비슷한지를 짚는 기사가 대표적으로 충돌 이면에 흐르는 문제를 지적한 기사다.(검사들의 ‘내부망 집단행동’, 이전 ‘검란’과 다른 점은) 이런 기사가 더 나왔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또 평검사들은 이 국면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가 궁금했다. 그 안에 건강하고 긍정적인 흐름도 있을 텐데, 이런 흐름이 어떻게 모아져서 개혁이 이뤄질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일 것 같다.

사법부 보도 문제도 짚어봐야 한다. 사법개혁뿐 아니라 재판을 어떻게 보도할 것인가는 새로운 과제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 언론이 해온 것을 보면, 수사 단계에서는 열심히 보도하지만 기소 이후의 재판 보도는 단신 처리하곤 한다. 재판 보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사건의 본질을 접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또 사법부에 대한 감시 중 위력적인 것 하나는 방청이라고 생각한다. 사법부는 흔히 말하는 민주적 통제 방식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집단이다. 모든 사람이 방청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언론이 잘 보도하는 것이야말로 사법부를 통제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생각이다.

싸움중계, 편들기, 양비론 아닌

‘민주적 검찰통제’ 본질 다가가야

평검사 등 다양한 시선도 다뤘으면

강혜란 언론들이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여론 추이 같은 것을 경마식으로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 이 여론조사 결과라는 것이 얼마나 객관적인지도 의문인데다, 그런 싸움을 붙이면서 오히려 이 문제를 단순화해버린다. 그런 면에서 성한용 선임기자의 기사처럼 심도있게 문제를 들여다보는 기사와 칼럼을 써야 한다고 본다. 또 사설 정계 진출 부인 안한 윤석열, 중립성 말할 자격 있나 같은 접근은 우리가 공정성·중립성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설명하는, 의미있는 쓴소리였다고 생각한다.

박영흠 라임 옵티머스 사태가 당분간 중요한 사안이 될 것으로 본다. 검찰에서 큰 수사가 진행되면 항상 언론들은 단독병이 도지는 경향이 있다. 몇몇 언론사에서 단독 기사를 내놓으면서 또다시 특종 경쟁을 시작한 것 같다.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검찰 수사 보도에 대해 많은 논쟁이 있었는데, 이것이 우리 사회에서 합의와 결론이 모호한 어중간한 상태로 봉합됐다는 생각을 한다. 한겨레신문사는 취재보도준칙에서 수사 보도에 대한 합의가 마련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취재보도준칙이 잘 실행되고 있는지, 실제로 검찰과 법조에서 취재·보도를 하는 기자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또 취재보도준칙에 대해선 충분한 합의가 되어 있는지, 라임 옵티머스 사태를 보도하는 <한겨레>의 입장은 어떤 것인지 들어보고 싶다.

이춘재 취재보도준칙은 사실 현장 기자들에게는 엄청난 제약이다. 기자는 기본적으로 특종 경쟁을 하고 싶어 한다. 이를 어떻게 해소할지가 담당 부장으로서 고민이다.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갈등은 일선 기자들에게 좀 버거운 주제다. 전통적인 검찰 기사가 아니다 보니 경험 많은 기자들도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현장에서 올라오는 기사들에 그런 한계가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두 인물의 말싸움에 집중하지 말고 배경과 맥락을 잘 따라가자는 얘기를 내부적으로 많이 하고 있다. 좀 더 수준 높은 기사를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홍성수 국회와 입법에 대한 보도 역시 매우 중요하다. 입법부에 대한 감시가 예전에는 국회의원들의 국회 출석 등 산술적 감시였다면, 요즘은 많이 진화한 것 같다. <한겨레>의 ‘공정경제 3법 1일1법 파고들기’나 ‘입법의 시간’ 같은 기획보도가 좋았다. 하나 더 기대하자면, 사후 평가도 굉장히 중요하다. 법안이 사후에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 감시하고 보도해줘야 함부로 법을 만들지 못한다. 최근 통과된 법안들도 약 1년 후에는 평가해줘야 한다. 사전 평가도 중요하지만 사후 평가도 지속해야 한다. 입법이 잘못인지, 집행 과정이 문제인지 등을 검증해보는 작업도 같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입법의 시간’ ‘공정경제 3법 파고들기’

국회 감시하는 심층기획 돋보여

맥락 쉽게 풀어주고 꼭 사후평가도

김미경 ‘입법의 시간’ 시리즈와 ‘공정경제 3법’ 시리즈가 연재되고 있다. 최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이해충돌방지법 등에 관심이 높아지는데 <한겨레>가 조목조목 잘 짚어주고 있어 잘 보고 있다. 다만 관심을 받지 못하는 법들도 있다.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학대받은 아동을 보호자와 즉시 분리할 수 있도록 하는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아이들은 자신의 권리가 어떻게 보장되는지 전혀 모른다. 모자보건법도 마찬가지다. 관심의 사각지대에 있다. 사람들의 관심이 많은 법안은 <한겨레>가 잘 짚어주고 있지만, 이런 약자에 대한 법안 역시 하나하나 점검해줬으면 한다.

우태희 ‘공정경제 3법 1일1법 파고들기’ 시리즈가 좋았다. 공정경제 3법(공정거래법·상법·금융그룹감독법) 기사는 30년 넘게 법안 논의를 해온 분들이나 협상 중인 국회의원들도 기사 잘 썼다고 말한다. 다만 투기자본 먹잇감? 소수주주 등돌리자 엘리엇도 떠났다 기사를 보면 2018, 2019년 엘리엇 사태 당시 문제점을 잘 지적해주셨는데, 김우진 교수 등 진보 쪽 교수들 이야기만 나왔다. 균형이 아쉬웠다. 사실 이 문제는 정답이 없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공정성과 기업 부담 사이에 어떻게 선을 긋느냐의 문제다. 11월12일치 애플은 왜 구글 CEO 출신을 이사회 의장으로 영입했을까와 관련해, 우리는 관련 분야의 교수가 주로 사외이사를 하지만, 미국은 기업인들이 많이 한다. 풍토의 차이가 있다는 말씀 드린다.

강혜란 인권 감수성이 여전히 과제다. 정의당의 추미애 장관의 ‘커밍아웃’ 용어 비판을 적절히 기사화한 것은 의미있었다. 그런데 <한겨레>는 이런 문제에 대해 충분히 비판적 성찰을 하고 있는가. 예컨대 특별활동비 보도를 하면서 ‘눈먼 돈’이라는 표현을 계속 쓴다. 연장선상에서 최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함께 기획한 초고령 대한민국: 신중년시대 보도가 있다. 이 보도에는 일관되게 처음부터 끝까지 여성이 없다. 심지어 메인 인터뷰에서 남성 중년 전문가들이 저출생에 대해 논한다. 인권 감수성 전반에 대해 조금 더 예민하게 점검해달라.

김제선 코로나 바이러스와 1년을 살았는데, 요즘 분위기는 ‘코로나 이후’가 아니라 ‘코로나와 함께’인 것 같다. 계속 변종이 나와, 현재 나와 있는 백신으로 처리가 안 되는 일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방역·사회·경제 측면에서 지난 1년간 한국 사회가 무엇을 했고, 어떤 오류가 있었는지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할지 <한겨레>가 정돈해줬으면 한다.

정리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녹취 설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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